중국음식과 와인과의 매칭에 대해 쓴다고 예고해놓고 막상 너무 어려운 주제라 좀 심사숙고를 했습니다. 일단 제가 먹어본 중국음식이 한정적이다 보니까 중국음식 전체에 대해 쓴다면 소설이 나올 거 같더군요. 흔히 중국요리를 4대요리, 8대요리 등등 나누지만 실제 상해에서 백여키로미터 바깥에만 나가도 다른 특색의 요리가 있습니다. 그게 그 지방의 특색인지 아니면 그냥 가정식 요리인지 잘 모르겠지만 상해의 식당에서 먹던 그것과는 확실히 차이가 납니다. 또 저희는 주로 식당에서 요리된 음식을 먹는데 식당이란 곳은 음식이 자극적으로 나올 수 밖에 없는 곳입니다. 진짜 가정에서 먹는 요리에 대해서는 별 경험이 없습니다. 몇 군데 식당에서 먹어본 경험으로 전반적인 평가한다는 것도 그냥 호사가의 입담거리 수준 밖에 안될거 같아서지요. 또 한가지는 여기의 토속와인들, 현지 토양에서 자라 현지 문화와 음식을 이해하는 사람에 의해 만들어진 와인을 충분히 맛보지 못했습니다. 중국음식에 무슨 와인이야? 여기서 만든다고 어울리는게 있겠어?라고 간단하게 답 내릴 수 있겠지만 먹어보기 전까지는 답을 유보하고 싶었습니다. 물론, 연회자리에서 먹어본 것들도 있습니다. 소위 여기 빅3 브랜드란 Changyu, Great Wall, Dynasty 등등 이죠. 하지만 Dynasty를 Dy-nasty라고 하듯이 이 빅3 브랜드는 그냥 질보다는 양을 중시하는 곳이라서 이런 곳들은 제외하고 진짜 제대로 만들어보겠다는 자세로 만드는 로컬 와인들은 충분히 마셔보지 못했습니다. 하지만, 운은 띄어놓았으니 중국음식과 와인과의 궁합에 대해 상해 특파원의 의견을 말씀드리도록 하겠습니다.
결론부터 말씀 드리고 시작하는게 쉬울 거 같습니다. 다들 예상했듯이 와인과 중국음식은 조화되기 힘듭니다. 물이나 차 대신 입안을 헹구는 수준을 넘어서서 식사의 반주로서 와인을 선택한다는 건 음식과 와인을 즐기는 분들에게 모험에 가까운 일입니다. 그렇다고 아예 불가능한 일은 아닙니다. 둘 사이에 조화가 어려운 이유는 음식과 맞는 와인이 없는데 있는 게 아니라 조합은 찾을 수 있지만 먹으려는 요리에 그 와인이 거기에 있느냐에 있습니다.
그 원인은 중국에서 같이 식사시 여러 요리를 같이 먹는 식문화 때문입니다. 저희도 반찬 문화가 있기는 하지만, 여기는 기본적으로 같이 식사를 하게 되면 단품보다는 인원수에 맞춰 탕, 야채, 고기, 생선 등등을 시켜서 같이 먹습니다. 아마 식사테이블에 인원수에 따른 요리가짓수는 n+1 또는 n-1 정도라 보시면 됩니다. 나오는 요리들은 보면 주로 탕부터 녹색야채볶음, 두부요리, 기타 야채요리, 생선요리(찜,튀김), 돼지고기, 소고기, 비둘기, 개구리(여기 여자분들 피부에 좋다고 개구리 무척 좋아합니다.), 오리, 딤섬 종류 등등 다양하게 시킵니다. 조리법도 요리마다 다양하고, 양념도 다양하죠. 이렇게 쭉 시켜놓고 보면 요리 각각이 다 특색이 있습니다. 볶음부터 찜, 조림, 삶은요리, 튀김요리 등등 방법도 다양하고 소스도 다양합니다. 이러게 늘어놓은 요리들을 봤을 때 순간적으로 행복할겁니다. 그러나, 이렇게 각각 특색 있는 여러 음식이 나왔을 때 어느 와인이 이 음식들을 다 만족시켜줄 수 있을까요? 중국음식에는 신맛이 강하고 fruitful한 와인이 어울린다고 합니다. 제가 경험한 바로도 그렇고요. 각각 음식과 어울리는 와인은 연구를 하면 대부분 찾을 수 있습니다. 상해의 대표적인 음식인 홍샤로우는 Syrah가 비교적 어울리고 차슈는 피노누아가 어울립니다. 홍콩의 모 유명 소믈리에는 중국 각각 음식과 어울리는 와인에 대해 책을 썼다고 합니다. 분명 음식과 100%는 아니지만 어울리는 와인은 있지만 문제는 다시 그게 그 자리에서 구할 수 있느냐이며, 과연 여러 와인을 구비해놓고 음식을 먹을만큼 가치가 있으냐입니다. 아마 테이블에 8종류의 음식이 있다면 조화시키기 위해 8종류의 와인이 있어야 할겁니다. 한 두가지 종류의 와인으로는 아마 그 테이블의 음식 1/4도 맞추지 못 할겁니다.
또한 음식이 나오는 순서도 일을 더 힘들게 합니다.. 중국에서 음식을 시키면 정말 순서 없이 나옵니다. 5성급 호텔에서 코스로 된 요리를 시키지 않는 한 대부분 식당에서는 탕, 야채, 육류, 생선, 후식 가릴 것 없이 되는대로 순서 없이 나옵니다. 그러니, 화이트, 레드 두개를 시켰다고 하면 동시에 따라놓고 음식 나오는거 봐서 마시지 않는 한 순서대로 준비해서 마시고 먹는건 힘듭니다. 이런 코스 요리의 속성이 중국요리와 와인을 조화시키기 어렵게 만드는 이유 중 하나입니다. 저도 사무실에서 점심 먹으러 자주 가는 대만 식당에서 아직도 뭐가 먼저 나올지 모릅니다. 개선할 기미도 안보이고요. 솔직히 여기 주방시스템을 알고 싶더군요.
그러나, 방법이 없는 건 아닙니다. 시도는 안 해보았지만, 음식에 와인을 맞추기보다는 와인을 미리 2~3종류 정해놓고 그 다음 음식을 정합니다. 그리고, 돈을 좀 들여서더라도 교육을 시켜서 원하는 순서대로 나오게 하면 되지 않을까요? 뭐 그런 상상을 해보았지만 주로 많이 얻어먹는 주제에 제가 있는 동안 그렇게 먹을 일이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또, 한가지 방법은 음식에 1/4만 맞춘다고 생각하고 나머지는 입을 헹구기 위한 수단으로 사용하면 됩니다. 별로 생각 없어 보이지만 사실 매우 현실적인 대처 방법입니다.
중국음식과 와인을 조화시키기 어려운 다른 한 가지 이유는 음식 조미료, 향료입니다. 다 아시겠지만 중국 화학조미료 정말 많이 사용합니다. 저희 나라도 마찬가지이지만 중국은 대국답게 당당하게 사용합니다. 저희랑 화학조미료에 대한 인식이 좀 틀리죠. 테이블 위에 소금통처럼 화학조미료통을 본 적도 있으니까요. 제 밑에 있는 직원은 나이가 저랑 비슷한데 나름대로 상해 토박이입니다. 그 친구는 최근 건강이 안좋아진 이유도 있지만 자기 나름대로 건강에 신경을 쓰면서 먹는거에 많이 신경을 씁니다. 중국에 유해로운 식자재가 유통된다는걸 알기 때문에 외부에서 사먹는거, 식재료 사는거에 신경을 많이 쓰죠. 그런 친구이지만 화학조미료만큼은 전혀 거리낌없이 사용합니다. 같이 훠궈를 먹을 때 나온 새우완자가 조미료로 범벅되어 있어서 저는 혀가 마비되는거 같아 좀 찡그렸는데 그 친구는 특별히 맛있다고 잘 먹었습니다. 아마 보지는 못했지만 탕 같은거에 화학조미료를 소금처럼 쳐서 먹을겁니다. 사용하는 양의 차이지 중국의 많은 요리에 필수적으로 사용합니다. 화학조미료가 든 음식을 먹고 와인을 마신분들은 아시겠지만 그 때부터는 와인이 술이 아니라 그냥 입을 헹구기 위한 수단 밖에 안됩니다. 무슨 맛인지 알수 없게 되죠.
또한, 중국 사람들 조미료 외에 식초도 엄청 좋아합니다. 검은 식초를 음식에 뿌려먹거나 찍어먹는분 많죠. 실제 탕이나 음식에 뿌리면 맛이 개운해져서 저도 종종 사용합니다. 하지만, 조리단계에서 식초를 사용한게 아니라 완성된 요리에 그 식초를 뿌리면 혀에 대한 자극 때문에 그 순간 같이 마시는 와인 역시 입을 헹구기 위한 수단이 됩니다. 사천성 지방에서 많이 사용하는 향료 중 화쟈오라는 것이 있습니다. 사천성 음식을 이야기할 때 그냥 매운게 아니라 입안이 얼얼하게 맵다고 하는데 입 안을 얼얼하게 하는게 이 화쟈오라는 향료를 사용해서 그렇습니다. 맛은 화학조미료 엑기스 같은 맛이면서 입안 혀에 아린 맛을 주는 묘한 향료이죠. 사천성에 가면 거의 모든 음식에 이게 들어간다고 보면 됩니다. 와인과 궁합은? 상상에 맡기겠습니다.
이렇게 몇가지 예를 들었지만 중국은 땅 덩어리가 넓은 만큼 지방마다 사용하는 향료, 조미료가 다양하고 그 중에는 그냥 먹기에는 맛있겠지만 와인과는 어울리기 힘든 것들이 있습니다. 담백하게 요리하는 지역도 분명 많이 있을겁니다. 광동지역에서는 비교적 담백하게 요리를 하죠. 하지만 중국 전체로 놓고 보면 와인과 어울리기 힘들게 만드는 요소들이 많습니다.
이런 요인들이 있지만 이것 만으로는 중국음식과 와인과의 조화를 부정적으로 단정하기엔 이릅니다. 왜냐하면, 최근들어 중국에서도 기존 와인의 대량생산체제에서 소수의 뜻 있는 생산가들과 외부 투자자들에 의해 현지 토양에서 현지 문화에 맞는 의미 있는 와인들이 제조되기 시작했거든요.중국 지도를 펼쳐놓고 보면 와인생산지로 적합해 보이는 지역이 몇 군데 있습니다. 일단 북서쪽의 신장지역입니다. 태양이 강하고, 건조하며, 옆 고산지대의 만년설에서 흐르는 물로 생긴 오아시스에서는 전통적으로 포도로 유명한 곳이면 요즘은 그 부근에서 토마토를 많이 재배합니다. 전부 페이스트로 만들기 때문에 상해에서는 구할 수가 없어 맛 보지 못했지만 재배환경을 볼 때 상당히 좋은 토마토가 나오리라 생각됩니다. 아직 이 신장에서 생산되는 유명한 포도주는 못 들어봤습니다. 하지만 중국에서 와인 수요가 늘어나면 이쪽 지역에서도 생산될거라 생각됩니다. 신장에서 동쪽으로 가서 감숙성도 좋은 생산지라고 하고 내몽고 아래 지역에 닝샤라는 지역도 있습니다. 이 지역도 건조하고 자갈밭이라서 곡물 재배에는 최악의 환경이지만 포도 재배에는 적합한 환경이라고 합니다. 여기서는 비교적 유명한 로컬 와이너리가 있습니다. 중국 여성이 운영하는 Silver Heights Vineyards라는 곳인데 이 곳 와인이 최근 비교적 좋은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그 옆으로 산서성으로 가면 Grace Vineyard라는 곳이 있어서 역시 fine 와인으로서 좋은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산동성의 해안가인 펑라이 역시 와인생산에 적합한 지역이라 해서 이 지역에 많은 와이너리가 집중되어 있고 외국 투자도 많다고 합니다. 맞는지 모르겠는데 펑라이가 메독, 투스카니, 나파밸리 등을 포함한 세계 7대 포도생산 해안지역이라네요. 그래서 외국자본도 많이 투자되고 현재 13개 와이너리가 외국자본이 단독 또는 조인트벤처 형식으로 투자되었다고 합니다. 최근에는 DBR Lafite도 이 지역에 투자를 하였으며 2~3년 내에 와인을 생산하겠다고 합니다. 이렇게 중국 포도를 이용한 fine 와인생산이 늘어나면 의외로 현지 음식들과 잘 어울리는 와인들이 나오지 않을까요? 저도 결과를 알 수 없지만 와인의 오묘함을 생각한다면 너무 부정적이지는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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앤치즈 홈페이지에 글자가 많으니 읽기가 힘드네요. 뭔가 수정이 필요할 듯합니다.
기대하던 시리즌데 눈에 문제가 생겨 한 쪽 눈으로 읽으려니 힘듭니다. 빨리 눈이 나아 제대로 글을 읽고 싶습니다.
제가 편집 재주가 없어서;; 못 읽으시겠다면 다음에 옆에서 읽어드리겠습니다.ㅋㅋ
이제서야 읽네요. 재미있게 잘 읽었습니다. 그래도 생각보다 눈이 빨리 나았습니다.
중국은 땅이 넓고 다양한 기후와 지형이 있으니 좋은 와인이 생산될 가능성이 있을 듯합니다. 현재 미술 시장에서 그림의 기존 질서를 무너뜨리고 있는 것처럼 세상에서 가장 비싼 와인이 중국산이 될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려울 수 있을 것같습니다.
경험으로 볼 때 중국음식과 잘 어울리는 와인은 레드보다는 화이트, 화이트보다는 로제인 것 같습니다. 레드의 본성을 지닌 화이트 로제는 더 많은 음식들과 잘 어울립니다. 말씀하신 것 처럼 산도가 좋고 fruity한 화이트가 좋을 것 같습니다. 중국 역시 뒤늦게 와인을 알게 되었기 때문에 화이트보다는 레드를 선호하는 성향때문에 더욱 음식과 와인을 어울리게 먹기 쉽지 않을 듯합니다.
언젠가 맛있는 중국 와인을 마셨다는 이야기를 들어 보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