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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인 이야기, 음식 이야기

중국에서 문화로서 와인, 음식과 함께하는 와인(1)

지난번 모임은 샤블리와 막창이 조화롭게 어울리는지를 확인해볼 수 있는 재밌는 자리였습니다. 다른 분들이 기증한 다른 와인들과도 비교하면서 샤블리의 흥미로운 면을 체험했습니다. 개인적으로 막창을 먹으면서 샤블리가 땡길 것 같긴 하지만, 샤블리를 마시면서 막창이 땡길 것 같진 않네요.^^;; 서로 해치지 않으면서 조화롭게 어울리긴 하지만 분명 더 샤블리와 막창은 서로에게 더 좋은 상대가 있을거라 느껴졌습니다. 아마 이는 막창이라는 원료보다는 그것을 먹는 방법, 곁들이는 양념, 부수적인 요리들의 차이라고 생각됩니다.

그러면서도 사실 그날 마신 Chateau de Beru의 샤블리를 다른 음식들과 먹어보고 싶어졌습니다. 그 정도로 직선적이면서도 한결 같은 성격을 지닌 와인은 일부 중국음식과도 잘 어울릴 수 있겠다 생각을 했거든요. 그날 조합을 기억하면서 중국요리와 와인과의 궁합과도 생각을 해보았습니다. 그러면서, 중국의 현 와인 문화에 대해서도 생각을 해보았습니다. 

일반적으로 저희는 그 지역에서 나는 음식과 술이 어울린다는 지극히 단순한 상식을 믿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희는 와인과 우리나라 음식과의 궁합을 연구하고, 무수히 많은 종류의 와인 중 특정 음식과 어울리는 한 종류를 찾아내고 굉장히 만족스러워 하죠. 아시아권의 다른 나라들도 같을 거라 생각됩니다. 일본도 그렇고, 중화권도 그렇고, 동남아시아권도 그렇고요. 이는 와인이 지닌 술로서의 매력도 있지만, 분위기와 접대를 위한 상징성도 있을겁니다. 여기 중국에서 있는 1년 동안 위 관점에서 이해하려고 많이 노력을 했습니다.

 중국에서의 와인을 이해하려면 위 두 측면을 알아야 합니다. 하나는 접대와 분위기를 잡는 문화로서의 와인, 그리고 음식의 반주로서의 와인.

중국에서 접대로서의 와인은 어떤 모습일까요? 비싼 샤또 라뚜르 같은 와인을 사서 선물하거나 식사시 반주로 그걸 곁들이는 걸까요? 그러한 측면도 있겠지만, 제가 다닌 여러 연회자리에서 본 것은 건배와 원샷을 위한 와인입니다. 중국의 연말연시 또는 평시 초대받은 연회자리에 가면 10여명 이상 앉는 큰 원형 테이블에 와인을 두어병씩 올려져 있습니다. 반주를 맥주로 하시는 분도 있고 여기 지역주인 황주로 하는 사람도 있지만, 요즘 제가 가본 연회자리엔 트렌드로서 와인을 내놓습니다. 원래는 그 와인을 음식과 같이 먹으라고 내놓은거지만 연회 시작 15분 정도 지나면 용도가 바뀝니다. 여기 사람들도 무지 잔을 부딪히는걸 좋아하며 보통 연회에 20명이 있다고 하면 20명과 다 짠하고 돌아다니고 50명이 있으면 한 40명, 100명이면 한 70명하고는 다 짠을 합니다. 그 때 짠하는 용도로 와인을 많이 사용합니다. 와인 한병을 왼손에 들고 와인 잔은 오른 손에. 조금씩 따라서 짠하고 다른 사람한테 가서 또 조금씩 따라서 짠하고. 그런 정겨운 모습이 연회자리마다 연출이 됩니다. 이 때 올려지는 와인들은 비싼 와인들은 못 보았습니다. 주로 중국 국내 브랜드인 창청,창요우 등등이죠. 아, 작년에는 위 브랜드들이 가짜 생산한게 걸려서 좀 저가의 외국브랜드들도 나왔습니다.

저런 연회자리가 아니더라도 연인,친구들끼리의 특별한 자리, 소수의 접대자리에서도 와인이 종종 등장을 합니다. 크리스마스 이브날 중국음식점에서 연인이 분위기 잡기 위해 여자의 요청으로 와인을 시키기도 하죠. 그런 경우 옆에서 저 와인을 과연 즐길까? 다 마실까? 유심히 본적이 있습니다. 다 비우긴 했어도 그리 맛있게 마신거 같지는 않았습니다. 소수의 접대자리도 마찬가지이고요.  접대자리에서는 아무래도 원샷 분이기가 더 강하죠.

이런 연회, 음식점 외에서 발견할 수 있는 와인의 모습은 와인바, 까페 같은 곳에서입니다. 중국도 와인시장이 날로 커지고 있어서 트렌디한 동네에는 와인바들이 우훅죽순 생기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동양의 유태인들이라 불리는 온주 상인들도 기존에 투자했던 부동산 등에서 철수하고 와인산업 쪽으로 눈을 많이 돌린다고 하네요. (아마 이게 사실이고 본격화된다면 이들의 매점매석하는 투자성격을 볼 때 와인가격이 많이 오를 수도 있을 겁니다. ) 아무튼 이런 와인바들은 나름대로 자기 리스트와 분위기를 갖춰놓고 영업을 합니다. 비록 종업원과 손님들의 와인 지식과 감별 능력은 부족하더라도, 오는 손님들은 비교적 그 분위기에 쫓아가려고 하고 그런 여유와 환경을 누린다는 데에 대해 비교적 만족스러운 표정들입니다. 가짜가 나오더라도 만족스러운 표정으로 부인과 또는 친구와 함께 마시죠.^^ 가끔 사이다를 타서 마시는 광경도 심심치 않게 봅니다. 여기 사람들 사이다를 무지 좋아해서 여러 술에 타 마시죠. 맥주,포도주,백주,황주 등등.. 제가 보기에는 대도시의 트렌디한 동네에서는 백주나 황주 등 중국 전통주들이 차지했던 자리를 와인이 대체하는 듯 합니다.

이러한게 음식과 함께하는 와인이 아닌 중국에서 문화로서 소비되는 와인의 모습입니다. 제가 좀 시니컬하게 묘사를 했지만, 사실 이러한 소비들이 경제적으로 무시 못할 정도로서 어마어마합니다. 솔직히 가짜가 왜 나오겠습니까? 저렴하게 제조해 가격차에 대한 이득을 누리려는 경제적인 욕구도 있겠지만 기본적으로 공급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는 게 가장 큰 원인이 아닐까요? 그 만큼 중국에서 와인에 대한 문화적 수요가 크다고 생각 되어집니다. 비록 아직 정립은 안되었지만, 어떤 식으로든 이렇게 형성되고 커가는 시장에서는 소수의 매니어들이 탄생하기 마련이고, 그들 만을 위한 시장이 형성되는 건 시간문제라 생각됩니다. 우리나라도 같은 길을 걸었고, 와인에 관한한 우리보다 두 수 위인 일본도 그 길을 걸었죠. 아마 5년 이내, 중국 본토의 나름대로의 문화다운 와인문화가 형성될거라 생각되네요.

그런 문화다운 와인 문화를 꽃피우기 위해서는 해결해야 할 문제가 있습니다. 음식과의 조합입니다. 궁극적으로 자기 음식에 대한 프라이드와 선호도가 강한 중국인을 볼 때 이 문제는 해결하고 가야 할 문제라고 생각됩니다. 다음 편에서는 중국음식과 와인과의 조화에 대해 제가 느낀 바를 이야기해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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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인 이야기, 음식 이야기

MENU: 와인 이야기, 음식 이야기 TAGS: 와인, 중국산 식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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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1. vosne 댓글

    6:49 오후의 2011.06.22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중국이 한국을 부러워하고 한국은 중국인을 무시하던 때가 엊그제 같았는데, 중국은 이미 한국은 무시해도 될 정도로 세상의 중심에 서 있습니다. 우리가 우물안 개구리인거죠. 언제나 중국은 한국을 무시해도 될만한 역량을 지닌 국가였습니다. 우리나라 전체 인구를 능가하는 해외거주 중국인만 하더라도 중국은 엄청난 나라입니다.

    중국인에 의한 와인시장의 움직임과 와인가격의 변동은 이미 몇년전부터 시작되었습니다. 단적인 예로 한국에서 매년 열리는 와인박람회는 현재 거의 고사직전이 되었습니다. 와인생산자들은 중요치않은 한국시장에 푼돈조차도 투자하려고 하지 않습니다. 제가 알던 도매상들도 서울 사무소를 폐쇄하고 상하이로 많이 옮겼습니다. 처음에는 한국시장에 대한 기대가 컸지만, 한국시장의 한계를 빨리 깨달은 것 같습니다. 냄비처럼 갑자기 늘었다가 매스컴에서 한마디 하는 순간 언제 그랬냐는 듯이 거품처럼 사라지는 것이 우리 소비행태의 한 단면이죠.

    안타깝게도 시장가격의 변동으로 말미암아 우리가 접근할 수 있는 와인은 점점 줄어들고 있습니다. 그리고 중국인의 관심과 소비에도 기웃거려야 하는 상황이 더 늘어나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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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elleCuisine 댓글

    9:12 오후의 2011.06.22

    중국 와인 시장의 규모는 프랑스 뫼르소의 어느 민박집에서 실감했습니다.
    와인생산도 하는 이 민박집에 중국인이 다녀갔었고 그 사람들은 중국에서 엄청난 규모의 포도밭(숫자에 약해서 듣고 잊어버렸습니다) 과 현대적인 와인생산 시설을 갖춘 샤또주인 이었습니다. 여주인의 얼굴에 부유로움이 베어있고, 민박집의 여주인 Colette도 중국 샤또를 방문하고 융숭한 대접을 받은 사진들을 저한테 보여주었습니다.

    Morey St. Dnis에 있는 와이너리를 방문했을때, 대만에서 와인 강의와 컨설팅을 하는 사람을 만난 적이 있는데, 대만에서는 아직까지는 부르고뉴보다 이태리와인이나 칠레 와인 소비가 많다고 하더군요. 아마도 음식에 많은 향신료를 사용하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했었습니다.

    프랑스 사람들도 동양음식에 많은 호기심을 가지고 즐기고 있는 상황에서, 지나친 노파심일지 모르지만,
    MSG 가득하고 강한 향신료 맛에 혀가 무뎌지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고집스러운 사람이 우리가 좋아하는 와인을 만들고 그 땅을 지켜주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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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regina 댓글

    7:43 오전의 2011.06.23

    잘 지내고 계시지요? 한동안 글이 없어 어떻게 지내시나 궁금했는데.. 이렇게 만나니 정말 반갑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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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 elleCuisine 댓글

    7:04 오후의 2011.06.23

    햇볕이 좋아서 동네포도밭으로 돌아다니고 저녁에는 간단히 식사 만들어먹고 피곤해서 잠들어 버렸어요. 부르고뉴에 있는 동안 인터넷 연결이 쉽지 않아서 글을 못올렸어요. 파리로 올라오니 계속 비오고 날이 추워서 사진 찍기 힘드네요. 파리집에서 오늘부터 글을 정리하고 있으니 엘뀌진에서 뵐게요.~ 떠나오기 전날 선생님께서 해주신 말씀 자주 생각나요. 감사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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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regina 댓글

      10:51 오전의 2011.06.24

      와~~너무 좋겠다… 좋은 햇볕 듬뿍 받아서,, 쬐끔 더 까맣게(?) 건강미 넘치는 모습을 볼 수 있겠네요~ㅋ
      편안하고 행복한 시간 많이 가지시고요~~^^

  5. potoro8890 댓글

    12:27 오전의 2011.06.24

    한국은 장마철이라서 날이 꿉꿉해요 ㅠㅠ 실장님 보고 싶어요 ~ ^^ 히히
    건강 유의하시고 더 좋은 모습으로 뵈요~^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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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 Jubari 댓글

    2:10 오후의 2011.07.02

    중국의 와인시장이 경제적으로 커지고 있겠지만
    와인 생산지로서의 중국도 점점 커지고 있다고 하더군요.
    중국…
    정말 땅 넓고 사람 많아서 그런지
    뭐든 손만 대면 규모가 장난이 아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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