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월 오일장은 흥분의 연속이었습니다.
눈이나 비가 오기 전의 꾸물꾸물한 날씨와 으스스할 정도로 추운 날씨 때문에 사람도 많지 않았고 스산했지만 장터의 먹거리들은 저를 흥분시켰습니다.
처음 눈에 띄자마자 흥분하게 만든 것은 옛날과자들.
꽈배기, 바나나과자, 김말이, …
모두 제가 좋아하는 소위 ‘불량식품?’들입니다.
그리고 추억의 과자들입니다.
서울에서 비슷하게 포장되어 판매되는 제품들이 있지만 달기만 지독히 달고 기름범벅에 맛은 그냥그냥 그런 것들이 대부분입니다. 늘상 아쉬웠던 옛날과자들이 총집합된 광경에 흥분하지 않을 수가 없었습니다.
그리고 역시 제가 아주 좋아하는 찹쌀도너츠.
무슨무슨 제과, 무슨무슨 제과의 비싼 찹쌀도너츠들은 무게가 부담스러울 정도로 무겁고 팥도 많이 들어 별로 좋아하지 않습니다. 도너츠를 가볍고 폭신한 느낌이 들도록 만들면 좋으련만 무겁고 두텁게 만드는 이유가 무엇인지 모르겠습니다. 이에 잔뜩 들어붙고 싸구려 기름맛이 더 잘 나도록 만드는 특별한 기술이 있는 듯 합니다.
찹쌀도너츠는 리어카표가 최고죠.
가볍고 폭신한 질감을 잘 느낄 수 있으며 한 입에 부담없이 즐길 수 있도록 만들죠.
팥도 적게 들어 적절한 팥맛을 느끼도록 만들어 줍니다.
팥도 선택 가능, 설탕에 굴리는 것도 선택 가능.
‘팥 들어슈 3개 1,000원’, ‘판 없슈 3개 1,000원’.
즉석 오뎅.
재료도 선택 가능. 매운 것도 선택 가능.
그리고 절대 지나치지 못하는 찌짐굽고 막걸리 파는 포장.
생배추잎, 부추, 김치와 함께 만드는 전.
메밀전병에 김치를 싸서 만드는 김치메밀 카나페.
…
반드시 곁들여야 하는 지역표 막걸리. 영월 동강 막걸리.
맛있는 메밀 전은 배가 불러 많이 먹지 못해 안타까웠습니다.
그리고 역시 실망시키지 않는 아스파탐표 막걸리.
인공감미료의 강한 단맛때문에 도저히 마실 수 없는 막걸리.
모든 즐거움이 막걸리 때문에 망치는 것에 혈압이 상승하는 것을 느껴야만 …
그러나 옆테이블들은 모두 즐거운 표정.
죄송합니다.
이날 영월오일장에서의 최고의 수확은 자주빛감자로 아리는 맛이 나는 감자를 구한 것입니다.
시골 할머니들께 물어물어 파는 곳을 알았지만 감자는 지금 없고 내년에 심을 것 밖에 없으며 그것도 집에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제가 수년간, 아니 십년 이상을 찾았지만 구할 수 없었다고 하자 옆에 계시던 다른 할머니가 거들고 밀어서 결국은 저희 차를 타고 자주감자가 있는 할머니댁까지 갔습니다. 할아버지도 돌아가시고 혼자인데 농사짓기도 힘든다며 다 가지고 가라는 것이었습니다. 만원 정도 달라는 것을 이만원을 드리고 구입했습니다. 그렇게 바라던 자주빛 아리는 감자를 이렇게 구하게 되었습니다.
돌아서면서 옛날 맛이 나지 않을까 걱정도 되지만, 서울에서 먹어보고 제가 찾던 맛이면 다시 한 번 기뻐하고 흥분할 것 같습니다.
시간도 늦어지고 날씨가 더 추워져 영월오일장도 파장분위기로 바뀌었습니다.
다음 행선지는 사북 탄광촌.
0
Leave a Repl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