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 곳을 정하지 않은 여행이라 우선은 남도로 갈 생각을 했었습니다. 남도에 대해 잘 알지 못하고 있을 뿐더러 남도의 식재에 대해서도 알고 싶었습니다.
그 중 대표가 전주비빔밥.
특히 전주는 제가 좋아하는 곳이기도 하기에 더욱 남도가 떠올랐습니다.
아름다운 전동성당과 예쁜 한옥들이 모여있는 마을들. 그리고 모주를 떠올리게 만드는 삼백집 등.
출발에 앞서 기초정보를 고르기 위해 인터넷을 둘러보았습니다.
그런데, …
충격적인 사실을 발견!
조선닷컴의 기사 중 진주 천황식당을 소개하면서 함께 게재한 우리나라 비빔밥 전문점에 대한 기사였습니다.
기사에 쓰여진 내용은 다음과 같습니다.
전주에서 가장 오래된 비빔밥 전문점은 한국집으로 1968에 영업을 시작.
이후 한국관, 성미당, 가족회관이 뒤를 이어 생긴다.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비빔밥 전문점은 진주 대안동의 천왕식당. 1929년 시작. 영업신고 1965년.
육당 최남선은 1936년 매일신보에 연재한 조선상식문답에서 진주비빔밥을 거론.
1946년 각 지역유명 음식 자료에 ‘전주는 콩나물’, ‘진주는 비빔밥’으로 언급.
이 기사는 저에게 혼돈을 주었을 뿐 아니라 여행의 방향도 바꾸도록 만들었습니다.
넓은 평지를 지닌 남도지방은 나물이나 다양한 산채보다는 쌀농사에 유리했을 것이며, 현재 사용되고 있는 다양한 야채들은 따뜻한 날씨를 이용한 하우스에서 재배한 작물들이 중심이 될 것이라는 생각이었습니다. 또한 좋은 식재를 밥상에 올린다면 나물 몇가지만 하더라도 오천원, 반찬이 조금만 추가되더라도 만원이하에는 수지가 맞지 않는다는 것을 알기에 더욱 좋은 식재에 대한 생각에는 회의가 들었습니다.
그리고, 인터넷상에 무수히 올라오는 반찬 가짓수 경쟁!
20가지, 30가지, 40가지 !!!
좋은 재료를 사용한다면 쉽지않은 영업일 것입니다. 품질낮은 중국산이나 재활용을 비난하기에 앞서 시장에서 직접 재료를 구입해보고 만들어 본다면 많은 소비자들이 공짜 혹은 횡재심리에 현혹되어 있다는 것을 쉽게 이해할 수 있을 것입니다.
결국 발길은 산깊은 오지마을이 모여있는 강원도와 경상북도 깊은 산골쪽으로 향하게 되었습니다.
강원도 북쪽 설악산 자락와 아랫쪽 소백산 자락 중 소백산 자락을 먼저 택했습니다.
이유는 배가 고파서.
제일 빨리 도달할 수 있는 곳 중 하나인 강원도 영월에는 올갱이해장국이 있습니다.
오래되었을 뿐만 아니라 맛있었다는 기억 때문입니다.
호법 – 원주를 거쳐 아래 중부고속도로를 타는 경로를 저는 싫어합니다.
도로도 좁을 뿐만 아니라 상태도 험하고 굽은 길은 전혀 자동차의 관성을 고려하지도 않고 설계된 국내 최악의 고속도로 중 하나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그 길 타기를 싫어합니다. 특히 1차선에 유영을 하고 있는 저속 승용차와 수시로 끼어드는 트럭들을 생각하면 그 길은 절대 타고 싶지 않습니다.
그래서 저는 호법 – 여주 – 45번 중부내륙 – 감곡 IC – 38번 국도를 타고 가는 경로를 좋아합니다.
훨씬 편하게 운전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빠릅니다.
맛있는 것을 먹을 수 있다는 기대와 함께 도착한 올갱이해장국집.
영월역 앞에 위치.
고민고민 후 결정한 메뉴들: 올갱이해장국, 올갱이무침, 올갱이전.
두 명이 먹는 양으로는 조금 많다싶지만 원래 저는 미식가(Gourmet)라기 보다는 대식가(Gourmant)이기 때문에 전혀 문제될 것이 없습니다.
그러나,
최악의 올갱이 시리즈였습니다.
아무런 향이나 맛이 나지 않는.
계절이 아니기 때문에 당연하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냉동의 수준을 넘어서는 끔직한 올갱이였습니다.
나오면서 보이는 모방송국 방영맛집.
역시 방송국 맛집은 가면 안돼.
최악의 맛집들만 모아놓으면 방송국 맛집들일 것이라는 생각입니다.
또 하나의 안타까운 생각은 올갱이(다슬기)는 봄에 채취가 가능한 것으로 알고 있는데 이들의 영업은 결국 계절음식으로 남아야 한다는 것입니다.
특히 아주 짧은 시기에 채취가 가능한 것들은 더욱 계절성이 강해야 합니다.
계절성 때문에 긴 기다림 후에 먹어야하는 음식이기 때문에 더욱 귀하고 맛있어야 하는 것이죠.
제가 생각이 짧았다는 것 밖에는.
그러나 더 이상 그 곳에 갈 수 없습니다.
아마도 며느리가 조리를 한 듯했는데 지나치게 조미료를 많이 넣었습니다.
가고싶은 몇 안되는 식당 중 하나였는데 이렇게 기억에서 지워지는 안타까움을 뒤로하고 영월 오일장 장터로 향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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