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맞이 준비에 마음이 분주해집니다. 올해는 여러 과실로 집에서 만드는 잼을 다양하게 비축해두려고 합니다. 아침 식사로 치즈와 빵을 가장 많이 즐겨먹으면서도 늘 바쁘다는 핑계로 어릴적 향긋한 추억의 홈메이드잼을 즐기지 못하고 사서 먹는 것으로 대신하고 있었습니다.
어쩌다 일년에 한두번 잼을 만들면 며칠 못가서 금새 사라져버리니 아쉬움만 남았던 것이지요. 그러다 아주 사랑스러운 친구를 좋은 인연으로 만났는데, 빵, 과자, 음식과 디져트류를 모두 집에서 정성들여 만들어서 사랑스러운 아이들과 프랑스 친구들과 함께 즐기는 친구였습니다. 작년 여름과 가을내내 한달에 두세번은 가까운 한강이나 시골집에서 각자 만든 음식들 가져가는 피크닉을 떠났었는데 그 친구가 가져오는 음식들은 정말 따뜻한 마음이 담긴 맛있는 음식이었고, 특히나 손수 만든 다양한 잼들은 예쁜 포장과 함께 너무나 귀한 선물이었답니다.
그렇게 다시 맛들인 홈메이드잼은 그 어떤 비싼 유럽산 잼과도 비교가 될수도 없었고 저도 작년 가을부터 본격적으로 조금씩이라도 잼을 만들어 먹기시작했고 그이후로는 시중에 판매되는 잼에는 손을 대지 않게 되었습니다.
유럽 여행중에 저희는 찾아가는 시골마을 장터의 특산물 절임류나 잼류 그리고 산골의 외딴 곳에서 만드는 진짜 벌꿀을 사는 것을 정말 좋아합니다. 긴 여행 일정에 비상식량이 되기도하고 벌꿀이나 잼은 피로회복에 도움을 줄수 있기 때문이지요. 그 중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코르시카 섬에서 구입했던 밤으로 만든 잼이었는데, 한국에 돌아와서 조금 남아있던 것을 마저 긁어 먹을때는 너무 아쉬웠답니다.
또 다른 인상적인 것은 보르도 소테른 지역의 비싼 귀부와인을 졸여서 만든 소테른 꽁피뛰르였습니다. 푸와그라를 요리하면서 곁들이는 소스에 섞어주면, 농축된 느낌의 단맛과 과일향 그리고 자연적인 산도는 푸와그라와 잘 어울려서 기분좋은 식사의 앙트레 역할을 해주었답니다.
제가 만드는 잼들은, 봄에는 단순한 단맛보다는 야생의 향이 좋은 딸기를 골라서 만들고 여름에는 천도복숭아나 블랙체리로 과육을 살려서 만들면 디져트의 가니쉬로도 잘 활용할 수 있답니다.
가을로 접어드는 요즘은 빨갛게 잘 익었지만 단단한 토마토를 골라 라임을 섞어 만든 잼으로 피로감 느껴지는 오후를 견뎌낼 수있는 간식거리가 되어서 좋았답니다. 오늘은 머스크메론으로 잼을 만들었는데 한 병은 깊은 곳에 숨겨두었다가 내년 1월 추운날 꺼내 먹으려고 합니다. 미몰레뜨치즈를 아주 고운 채에 내려서 살짝 뿌려먹으면 좋을 것 같습니다.
작년에 이어 추석에도 잼을 만들 생각에 즐겁습니다. 차례를 모시고나면 음식정리하면서 저는 밤과 단감을 넣어서 잼을 만듭니다. 휴일 오후 느긋하게 책 읽으면서 티스푼으로 야금야금 떠 먹는 맛이 아주 좋아서 기대됩니다.
겨울에는 맛있는 얼음골 사과로 설탕 조금만 넣어 만드는 퓨레 같은 사과잼을 저희 식구들은 무척 좋아합니다. 맛있는 수제버터를 바른 호밀빵에 한스푼 얹어먹으면 아침식사가 푸근해지고 아이들은 프렌치토스트에 듬뿍 얹어 먹는 것을 좋아합니다. 맛있게 먹는 아이들 모습을 보면서 저는 아이들에게 이렇게 말하곤 합니다. 나중에 엄마가 할머니가 되었을때 유럽의 어느 시골에 살면서 ‘어디어디 섬의 산속에서 내가 직접 딴 야생과일로 잼 만들어 놨으니까 와서 가져가라’라고 메일 보낼게 라구요. 사실은, 바쁜 아이들이 ‘만들어주신 잼… 아직 있어요’ 라고 답장 올까봐 다른 아이템도 준비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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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보여 주셨던 토마토잼이 생각나네요.. 토마토잼은 첨이었는데 넘 맛있었어요 ^^
앗 토마토 잼? 맛나겠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