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 24일 크리스마스 이브날, 조촐한 파티를 했습니다. 지인들, 특히 ‘외로운’ 사람이 모이는 모임을 했습니다. 그런데 모임에 짝이 없이 온 분은 Toibon님 한 분, 나머지는 모두 짝이 있는 이상한 ‘외로운’ 사람의 모임이었습니다.
오늘은 외로운 사람이 만나는 만큼 특별한 것을 준비했습니다. 프랑스 쥐라의 와인 ‘뱅 드 빠이(Vin de Paille; 이할 뱅드빠이)’입니다. 거의 10년 전 쥐라 지역을 여행하면서, 막뱅과 함께 사온 와인입니다. 막백은 여행 후 얼마지 않아 모두 마셨지만, 뱅존은 시간이 더 필요하다는 생각에 참고 따지 않았습니다.
뱅드빠이 와인은 포도를 수확 후, 짚(Paille) 위에 올려 말리는 과정을 거칩니다. 그 동안 짚에 있는 곰팡이가 포도로 옮겨 가 포도에 곰팡이가 형성되어 맛이 독특합니다. 사실 뱅드빠이 와인을 마셔봤다는 사람을 거의 본 적이 없으니 얼마나 흔치않은 와인인지를 알 수 있습니다. 샤또디켐을 마신 사람은 만나기 쉬워도 뱅드빠이를 마셔본 사람은 흔치 않습니다.
저녁을 시작하는 시점에 와인을 열었습니다. 옛날 방식으로 왁스로 봉해져 있어 Toibon님께서 애써 병을 잘 개봉했습니다. 그리고 언제 마실지를 결정하기 위해 맛을 보았습니다. 맛을 본 후는 더 생각할 것이 없었습니다. 이어서 마시지 않으면 안 된다는 – 멈출 수 없음에 – 확신이 강하게 들었으며 흙화더에 구운 멧돼지 테린과는 아주 잘 어울릴 것이라는 생각에 뱅드파이 와인을 나누었습니다. 양이 많지 않아, 다들 아쉬울 만큼 조금씩 나누었습니다.
뱅드파이의 향과 맛
정말 맛있습니다. 그리고 향이 대단합니다. 향을 맡으면 맡을 수록, 입에 머금으면 머금을 수록 너무나 매력적입니다. 시골스럽지만, 순수하고 자연스러운 매력입니다. 비싼 화장품으로 단장하고 온갖 비싼 명품을 걸친 도시의 세련되고 아름다운 여자조차 감히 대적하기 힘들만큼 매력적입니다. 제가 경험한 좋은 소테른 와인, 아이스 와인, TBA 와인 등을 떠올려도 못하다는 생각이 전혀 들지 않습니다. 색은 진하지만, 맑고 향이 은은한 듯하지만
적은 양이었지만, 모두들 멧돼지 테린과 함께 즐겼습니다. 꽤 오랜시간 마신 듯합니다.
와인에서 처음 경험하는 놀라움
아마도 제가 가장 빨리 뱅드빠이를 비운 듯합니다. 그리고 마시던 화이트 와인을 마셨습니다.
!!!
조금 전의 와인이 아닙니다. 마르산 화이트 와인은 아주 강건해 며칠 후에도 맛이 거의 변하지 않는 와인인데 전혀 다른 와인으로 변했습니다. 와인이라기 보다는 술 향이 살짝나는 물로 변했습니다. 물 중에서도 그다지 유쾌하지 않은 물로 변했습니다. 와인의 특징이 모두 사라졌습니다. 시간이 지나도 별로 나아지지 않습니다. 레드와인도 마찬가지였습니다. 보르도 와인, 부르고뉴 와인 모두 마찬가지입니다. 부르고뉴 레드 와인은 좋은 뫼르쏘 화이트, 코르통 샤를르마뉴를 마신 직후에도 맛있게 마셨던 레드였지만, 오늘은 전혀 매력적이지 않으며 마실 수조차 없는 맛없는 와인으로 변했고 돌아 오지 않습니다. 입이 원상복구되지를 않습니다.
평생 수많은 와인과 음식을 경험했지만, 이런 경험은 처음입니다.
달지만, 지나치지 않고, 시지만 약하며, 맑지만 향은 투명한 색을 무색하게 할만큼 대단히 풍부하고 오래 지속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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뱅드빠이 덕에 이번 크리스마스 이브는 와인이 여유있게 남아도는 파티가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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