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인 하몬

스페인 햄은 정말 맛있습니다. 세상의 어떤 햄과도 비할 수 없을 만큼 맛있는 햄이 많습니다. 일단 스페인 햄에 한번 빠지면 헤어날 수 없을만큼 맛있습니다. 하지만 스페인 햄의 품질 차이는 아주 큽니다. 아주 아주 큽니다. 스페인 햄, 하몬을 선택할 때 매우 신중하여야 하며 동시에 약간의 지식을 갖추는 것도 필요한 이유이기도 합니다.

하몬 세라노

좋은 스페인 햄, 하몬을 원한다면 아래 두 단어 정도는 이해해야 할 것입니다.

스페인에는 흑돼지가 유명하지만, 스페인에서 생산되는 모든 햄이 흑돼지는 아닙니다. Jamón Serrano(하몬 세라노)로 불리는 흰돼지 하몬이 있습니다. ‘Serrano(세라노)’라는 단어는 ‘산(hill, mountain)’을 뜻하는 ‘Sierra’에서 변형된 단어로 ‘하몬 세라노’라는 의미는 ‘흰돼지 스페인 햄’을 의미합니다.

하몬 이베리코

‘Jamón Iberico(하몬 이베리코)’로 불리는 흑돼지는 ‘Iberico(이베리코)’와 ‘Pata negra(빠따 네그라)’로 특징지어집니다. ‘Iberico’는 ‘스페인 이베리아 반도’를 의미하며 ‘pata negra’는 ‘검정색 다리’를 의미합니다. 흰돼지를 흑돼지로 속이거나 속임을 당하지 않도록, 하몬 이베리코는 돼지 뒷다리의 대퇴부만이 아니라 전체를 햄으로 만듬으로써 흑돼지라는 것이 구별될 수 있도록 합니다.

하몬 이베리코를 위해 키워지는 돼지는 오래전 야생 멧돼지와 지역산 돼지의 혼종입니다. 보통 흑돼지라고 하지만, 야생의 멧돼지보다 털색은 더 밝고 갈색에 가깝습니다. 그러나 발굽은 검은색이라는 특징을 지니고 있어 ‘Pata negra’로 부릅니다. 또한 지방층이 두텁고 근육층에도 지방이 잘 스며들어 있어 오랜 기간 숙성시킬 수 있습니다.

하몬 이베리코 ‘데 베이요따’

‘Jamón Iberico’라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좋은 햄이지만, 실은 반드시 그렇지는 않습니다. 더 좋은 품질의 하몬이 있으니 바로 ‘Bellota(베이요따)’가 붙은 하몬입니다.

[member] 베이요따는 ‘도토리’의 스페인어입니다.

돼지와 도토리

갑자기 왠 도토리인지 궁금하신 분도 계실 것입니다. 돼지는 도토리를 아주 좋아합니다. 예전 가을이면 우리나라 곳곳에서 도토리를 주웠습니다. 하지만 최근엔 도토리를 동물들 몫으로 남기고 채집을 하지 못하도록 하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돼지가 중요했던 옛 유럽에선 ‘돼지’를 기준으로 임야를 거래한 경우가 많았습니다. 돼지 한 마리가 자랄 수 있는 임야를 ‘에이커(acre)’로 불렀습니다. 이 단어는 도토리라는 ‘acorn’과 같은 어원입니다. one acre는 돼지 한 마리가 자랄 수있는 토지의 크기, two acres는 돼지 두 마리가 자랄 수 있는 크기입니다. 예를 들어 도토리가 달리는 참나무가 많으면 더 적은 면적이 한 에이커가 될 수도 있고 참나무가 적으면 더 넓은 면적이 한 에이커로 거래될 수 있음을 의미합니다. 돼지는 하루 10킬로 내외의 도토리를 먹습니다.(일부 생산자는 하루 20킬로 정도 먹는다고 말합니다) 야생의 멧돼지처럼 춥고 먹이가 부족한 겨울을 날 수 있도록 가을이면 최대한 도토리를 많이 먹고 살을 찌우고 몸에 지방을 많이 축적합니다. 이렇게 도토리를 먹고 살을 찌운 돼지는 맛이 다릅니다. 지방에는 항산화물질이 많이 형성되며 고기의 단맛이 강해집니다. 햄으로 만들었을 때도 단맛이 잘 느껴지며 특히 흰색 기름에서는 도토리의 떫은 맛이 우러나와 비록 기름이지만, 거부감이 느껴지지 않습니다. 단맛, 고소한 맛, 떫은 맛이 어울려 도토리를 먹지 않은 돼지와는 비할 수 없을 만큼 맛이 좋습니다. 하몬 이베리코 햄의 문제는 도토리이자 동시에 얼마나 많은 도토리를 먹은 돼지인가 입니다.

도토리를 얼마나 먹는가

사실 굉장히 큰 참나무 농장을 가지고 있는 곳에서 조차 돼지에게 도토리를 충분히 먹이기는 어렵다고 합니다. 도토리를 먹는 양도 중요하지만, 기간도 중요합니다. 돼지가 충분한 도토리를 먹기 위해서는 돼지 수를 제한해야 하지만, 그렇게 해서는 수익이 충분하지 않습니다. 돼지 수에 비해 충분치 않은 도토리 때문에 일반적으로 농장에서는 돼지가 자유롭게 도토리를 먹도록 하기가 어렵습니다. 대신 돼지를 날짜별로 번갈아 가며 도토리를 먹입니다. 돼지 사육 농장은 아주 넓기 때문에 돼지를 우리에서 풀고 사람이 따라 다니는 형식으로 관리합니다. 우리를 나온 돼지는 도토리뿐만 아니라 풀도 먹고 진흙탕 목욕도 합니다. 답답한 우리에만 갇힌 돼지와는 비할 수 없이 행복한 돼지가 됩니다. 이러한 자유와 도토리가 우리의 건강에 좋은 항산화물질과 우리를 행복하게 하는 맛을 줍니다.

천차만별인 하몬의 가격

하몬은 ‘베이요따’라는 단어만으로도 특별하고 좋은 햄이지만, 도토리의 풍족함, 도토리를 먹을 수 있는 시간과 기간 등에 따라 맛이 달라지기 때문에 단순히 ‘베이요따’라는 것만으로도 품질을 자세히 알 수는 없습니다. 얼마나 자주 얼마나 많이 도토리를 먹었는가에 따라 하몬의 맛이 달라집니다. 그래서 하몬의 가격은 천차만별일 수 밖에 없습니다.

귀후엘로 하몬, 하부고 하몬

하몬으로 특별히 유명한 두 지역이 있습니다. ‘Guijuelo(귀후엘로)’와 ‘Jabugo(하부고)’입니다. 귀후엘로는 서북부 스페인 살라망카 지역에 있으며, 하부고는 세빌리아와 가까우며 후엘바 지역에 있습니다. 이들 두 지역산은 모두 DO(Denominación de Origen)’ 등급입니다. 귀후엘로도 좋은 하몬이지만, 하부고는 특별한 하몬으로 높은 가격에 놀라는 경우가 많습니다.

스페인 하몬 즐기기

스페인 하몬은 특별한 음식입니다. 한 번 맛을 알게 되면 참을 수 없을만큼 중독성이 강하고 삶에서 빠질 수 없는 음식이 됩니다. 또한 아주 좋은 품질의 하몬은 당연히 가격까지 특별하게 비쌉니다. 국내 최고의 레스토랑에서조차 최고의 하몬은 사용하지 못하는 것은 그만큼 하몬이 비싸기 때문입니다. 하몬은 최고보다는 좀 더 낮은 품질, 접근하기 쉬운 ‘하몬 세라노’나 ‘하몬 이베리코’에서 출발하기를 권하며, 하몬에 익숙해진 후에는 ‘하몬 이베리코 데 베요타’급으로 올리길 권합니다. 그리고 주머니 사정이 허락하고 정말 좋은 하몬을 먹기를 원한다면 그때 최고의 하몬으로 접근하는 것이 낫습니다. 하몬, 맛있는 최고의 햄입니다. [/member] 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