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2011년 모나코 왕자, 알버트 2세와 현 샤를렌느 공주와의 결혼식에 사용되었다는 와인을 마실 기회가 있었습니다.
모나코의 미식은 대단하기로 유명합니다. 최근 자료가 없어 정확히 모르겠으나 모나코는 2008년 일 인당 국민소득이 7만 불 넘습니다. 모나코 왕실의 미식은 프랑스 전통이 스며들어 최고 수준으로 알고 있습니다. 최고급 요리와 최고급 와인이 많이 소비되겠죠. 미식에 익숙하다면 유명하다는 이름의 와인보다는 정말 맛있는 음식과 와인을 소비할 것입니다.
샤또 벨브리즈 2007!
모나코 왕자 알버트 2세와 현 샤를렌느 공주와의 결혼식에 사용된 와인 중 하나입니다. 와인 주인인 ‘드 꾸엥시’씨 가족이 초대되었고 큰아들은 나이 어린 공주와 나란히 앉는 자리로 배정되었답니다. 단순히 결혼식에 사용된 이벤트성 와인 이상이라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샤또 벨브리즈는 제가 가장 좋아하는 뽀머롤 와인 중 하나이자 최고의 뽀머롤 중 하나로 평가할 수 있는 와인입니다. 뽀머롤의 전설적 와인 ‘뻬트뤼스(Petrus)’, ‘르뺑(le Pin)’에 뒤지지 않는 와인입니다. 뒤지지 않다기보다 오히려 더 뛰어나다고 할 수 있습니다. 뻬트뤼스와는 성격이 많이 다릅니다. 빼트뤼스가 포도 선별을 통해 만들어지는 현대적 와인이자 진한 맛의 와인이라면 르뺑과 벨브리즈는 좀 더 자연적인 와인이라 할 수 있습니다. 특히 벨브리즈는 가장 자연적인 맛의 와인이라 할 수 있습니다. 단순히 자연적인 것이 아니라 뽀머롤 특유의 향과 맛이 강하게 베어있는 와인입니다. 와인에 다른 향이나 맛이 간섭하는 것을 싫어해 필터링을 위한 계란조차 사용 않는다니 주인의 고집과 정성이 얼마나 대단한지 알 수 있습니다.
이날은 처음 맛보았던 벨브리즈이자 개인적으로 아주 좋아하는, 그리고 구찌의 수석디자이너 톰 포드가 지독히 좋아했다는 1997년산과 함께 마셨습니다. 1997년은 벨브리즈 특유의 맛과 잘 숙성된 맛이 어우러져 아주 맛있게 마셨습니다. 많은 벨브리즈를 마셨지만, 2007년은 처음 맛보는 해입니다. 모나코 왕자의 결혼식에 사용된 와인이라는 것을 듣고서 더 기대가 컸습니다. 97보다 더 신선하고 더 풍성해 기분 좋게 마실 수 있었습니다. 신선한 와인을 좋아한다면 2007년을, 묵은 와인을 좋아한다면 1997년을 좋아할 것 같습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1997년을 더 맛있게 마셨습니다.
물 사슴(water deer)이라고도 불리는 고라니 뒷다리 요리 지그(gigue)와 간을 섞어 만든 빠떼가 있어 와인마시기가 즐거웠습니다. 아마도 고라니는 우리나라에서 먹을 수 있는 가장 섬세하고 고급스러운 고기인 것 같습니다.
예쁜 라벨의 맛있는 화이트 샤또 오 누셰,
샤블리 그랑크뤼 중의 그랑 크뤼 크리스챵 모로의 끌로 데 오스피스 데 끌로(그랑 크뤼 끌로 밭 속의 오스피스 끌로),
부르고뉴 뽀마르 프르미에 크뤼, 도멘느 몽띠의 레 뻬져롤,
그리고 몇몇 맛있는 와인들까지.
오랜만에 만난 친구들, 그리고 묵은 와인이 함께한 자리라 더 행복했습니다.
다음날 친구의 문자입니다.
2“역시 와인이나 친구나 오래 묵어야 제맛이죠. 십년지기들이 오래간만에 만나니 역시 좋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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