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 국내산 하몽

개인적으로 돼지고기의 품질에 불만이 좀 있다. 농축산업의 발달로 돼지가 지나치게 빨리 자란다. 대신 육질이 지나치게 부드럽다. 부드러운 것을 선호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나는 아니다. 적당한 질기기를 가져야 좋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지방층이 너무 두텁다. 빨리 성장하도록 사료는 잘 공급하지만, 운동부족이다. 그래서 야생 멧돼지가 좋다. 사료, 항생제가 없을뿐더러 많은 운동으로 지방이 적거나 적당하다. 맛도 훨씬 좋다.

하몽을 좋아하지만, 좋은 하몽을 국내서 만나는 것은 너무 어렵다. 한 사람당 수십만 원에 이르는 최고급 레스토랑에서조차도 사용할 수 없을 정도로 좋은 하몽은 비싸다. 좋은 하몽이라면 검정에 가까운 갈색 돼지를 사용해야 한다. 도토리도 몇 달간 먹어야 한다. 돼지가 도토리를 충분히 오랜 기간 먹어주면 하몽의 맛이 더욱 달고 고소하다. 베요따(bellota: 도토리의 스페인어) 하몽이라고 다 같은 베요따가 아니다. 돼지는 하루 10킬로 정도의 도토리를 먹을 수 있기 때문에 어지간히 넓은 공간과 아니면 좋은 베요따 하몽을 얻기 어렵다. 그리고 2년 이상 숙성되면 더 맛있다.

국내서도 좋은 하몽을 만드는 것이 가능하다고 생각했다. 도토리를 듬뿍 먹고 자란 야생멧돼지가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겨울 처음 시도했다. 좀 더 오래 숙성시키고 싶었지만, 오랜만에 좋아하는 친구 부부가 온다기에 핑게 삼아 개봉했다. 다행히 뒷다리가 두 개라 하나는 더 오래 숙성시킬 수 있다.

숙성기간이 충분하지 않지만, 이미 좋은 하몽의 미덕을 갖추기 시작했다. 도토리의 떫은맛과 단맛이 좋다. 이때면 무척 행복해진다. 하몽을 맛있게 먹으면서 이번 겨울 또다시 숙성시킬 생각을 한다. 하몽 하나로 식사의 시작이 따뜻하고 푸근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