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을 만끽하고 있지만, 여유가 많지 않기는 도시나 마찬가지였던 것 같다.
음악은 항상 옆에 있다.
거의 아이팟을 통해서 듣는다.
CD나 LP로도 음악을 듣지만, 주로 듣는 음악은 아이팟을 통해서다.
이미 십 년 이상 된 버릇이다.
시골에선 특히나 아이팟이 유용하다.
야외에서 음악을 듣기엔 아이팟만 한 도구가 없다.
마당에 앉아서 들을 때면 바깥 부엌 오디오에 연결하고, 걸어 다닐 때면 이어폰 선을 연결하면 된다.
스티브 잡스 덕분에 오랜 기간 편리한 음악 생활을 하고 있다.
최근 비가 잦고 모드가 약간 아래로 내려가 있다.
귀찮아 손가지 않았던 엘피를 오랜만에 한 장 뺐다.
턴테이블에 올리자 레코드판이 돌기 시작한다.
판이 돌기 시작하자 가슴에 이상한 것이 꿈틀대는 것을 느낀다.
바늘을 올리고 자세를 잡고 앉는 순간 음악이 머리에서부터 발끝까지 전율로 감싼다.
“이거이 음악이다!”
피아노의 고음은 너무나 생생하여 귀를 뚫고 가슴까지 파고든다.
얼마나 깊이 파고드는지 내 가슴의 깊이를 가늠하기 어렵다.
저음은 부드럽고 풍성하며 온몸을 포근하게 감싸 몸이 부양하는 듯하다.
방에서 혼자 듣고 있을 수가 없다.
연주자 옆에 있기보다 객석의 관객이 되고 싶다.
밖으로 나갔다.
초승달인지 하현달인지 모르겠지만, 얇은 달과 어울린 달무리가 아름답다.
하늘은 마치 지중해 하늘처럼 알록달록 아름답다.
하늘과 음악에 취한다.
행복하다.
이 순간만은 샹젤리제 극장 일등석에서 앉아 있는 것보다 더 좋다.
편리함을 벗어나 조금만 귀찮아지면 또 다른 세상이 열린다는 것을 오랫동안 잊고 지냈다.
첨단 음악에선 느끼기 어려운 음악이 LP로 듣는 음악인 것 같다.
귀로 듣는 음악이라기보다는 가슴으로 듣고 온몸으로 느끼는 것이 아날로그 음악일까나?
George Cziffra, Pages immortell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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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럽습니다. 그래도 갑자기 LP하나 올려 약간의 뜯겨지는 소리를 듣고싶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