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제품 라벨에서 ‘raw milk’ 혹은 ‘au lait cru’로 쓰여진 것을 볼 수 있습니다. 특정 동물에서 짠 젖 그대로의 상태 혹은 일반화된 파스퇴르 혹은 멸균 열처리를 하지 않은 젖을 의미합니다.
생유는 우리의 일상이나 관심에서 먼 이야기입니다. 그러나 먹는 것에 관심이 많고 특히 치즈에 대한 관심이 많다면 반드시 고민하는 문제 중 하나가 생유입니다.
생유를 접해본 사람이 거의 없는 것이 우리의 현실이지만, 맛있는 음식을 원하고 맛있는 치즈를 원하는 사람이라면 언젠가는 만나게 되는 문제 중 하나입니다.
치즈에도 와인처럼 AOC라는 원산지통제표시가 있습니다. 가장 다양한 와인과 치즈를 생산하고 있는 프랑스에서 와인은 지역마다 수없이 많은 AOC가 있지만, 치즈는 최근 여럿이 추가되어 40여 개 정도 된답니다. 즉 치즈에서 AOC는 특별함을 의미합니다. 얼마 전까지만 하더라도 AOC 치즈는 ‘생유’ 치즈를 의미했습니다. 근래 들어 국제화가 가속되면서 더 많은 사람이 좋은 프랑스 치즈를 접할 수 있도록 하는 의미에서 좀 더 획일화된 치즈를 허용하면서 AOC에도 파스퇴르 열처리된 우유의 허용이 점차 늘어나는 추세입니다. 하지만 치즈애호가들은 생유가 아닌 파스퇴르유로 만든 치즈에 대한 실망감으로 더 작은 생산자의 치즈를 찾아 헤매게끔 되었습니다. 애호가 입장에서 열처리라는 것은 ‘미식’이라는 라벨을 제거하는 것과 동의어가 되기 일쑤입니다.
우리나라는 생유로 된 제품의 수입을 원천적으로 봉쇄하고 있습니다. 미국 역시 생유 제품에 대한 수입을 봉쇄했으나 통계와 과학에 근거하여 생유 제품의 수입제한을 단계적으로 철폐하고 있습니다. 미국은 이미 오래전부터 유럽산 생유 치즈의 수입을 허용하기 시작했습니다. 미국에서 생산되는 우유에 대해서는 특정 열처리를 거치지 않은 생유의 유통조차 합법화하여 허용하고 있습니다.
대한민국 식약청의 많은 규정은 미국 FDA(식약청)의 규범을 따라 만들어진 것이 대부분이지만, 과거에 머물러 있으며 국민의 안전을 외치지만, 과학과 현실을 외면하고 국민의 더 좋고 더 건강한 것을 먹을 수 있는 권리, 선택할 수 있는 권리를 순진한 논리로 막고 있습니다. 만약 정치적, 경제적 논리에 근거한다면 정부의 판단이 현명하지 못하다고 해야겠습니다.
생유가 얼마나 나쁜지 아니면 어떻게 좋은지에 대한 좀 더 나은 이해를 위해 생유에 대한 이야기를 시작합니다.
아쉽지만, 제가 과학자가 아닌 이유로 충분한 과학을 근거로 이야기할 수 없음을 미리 알립니다. 대신 제가 알고 있는 지식, 경험과 함께 우리 주변의 많은 자료, 특히 신뢰할 만한 자료를 토대로 이야기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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