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인을 판매하는 많은 레스토랑에서 비싼 잔을 사용한다.
심지어 가정에서도 비싼 잔을 사용한다.
값비싼 리델, 슈피겔라우, 미카사 등 잔 하나에 수만 원이다.
막잔을 사용하는 곳이 오히려 드물다.
막잔은 아니라도 ‘큰’ 잔을 사용한다.
작고 편한 잔을 찾기 어렵다.
좋은 와인을 마실 때 가끔은 큰 잔으로 향을 만끽하고 싶을 때가 있다. 그러나 생활 속에서, 특히 간단한 식사와 즐기는 와인이라면 나는 작은 크기의 막잔이 더 좋다. 작은 막잔으로 마시는 와인이 더 맛있기 때문이다.
큰 잔은 기대치를 높여 어지간한 와인은 맛없게 느껴지며, 식사 동안 불편감을 높인다.
여간 잘 만든 와인이 아니라면 거슬리는 향이 강하게 발산돼 와인 맛을 떨어뜨린다.
작은 잔은 편하기도 하지만, 기대치를 높이지 않아 와인이 더 맛있다.
프랑스에선 19cl 이라는 잔이 있다. 잔을 가득 채우면 19cl(190mL)이다. 예전에는 식당에 이 잔뿐이라고 해도 좋을 정도로 많이 사용되었다. 물론 아직 사용하는 곳도 많다. 와인문화가 새롭게 받아들여진 나라에서 유행된 후 유럽에서도 사용되기 시작했다. 문화의 역수입이라는 면도 있지만, 관광객이 많은 지역이라면 장사를 위해 더 적극적으로 사용한다.
19cl 잔은 진실의 잔이다. 750mL(75cl) 와인 한 병으로 19cl 넉 잔을 만든다. 잔으로 판매하는 와인의 양을 속일 수도 없고 속을 필요도 없는 믿음의 잔이다.
우리나라 호텔이나 레스토랑에서 판매하는 잔 와인처럼 마음졸이고 와인 양에 마음상할 필요가 없다.
와인 한 병으로 일곱 잔 이상 만드는 곳이 많다.
이상하게도 큰 잔에 와인을 따르면 더 푸짐하게 느껴진다.
믿음이 문제가 될 때도 있지만, 와인에 있어서 믿음의 문제보다 더 중요한 것은 맛과 만족의 문제다.
더 맛있게 더 만족스럽게 마시는 것이 중요하다.
와인에 있어서 양은 부차적이다.
맛없는 와인이라면 한 잔도 부담스럽다.
고만고만한 와인, 생활 속의 와인은 막잔, 작은 잔으로 마시는 것이 더 맛있고 식사가 더 즐겁다.
요즘처럼 저렴하고 편한 와인을 마실 때는 더 작은 막잔이 그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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