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간 살았답니다.
불편했냐고요?
아닙니다. 매우 편했습니다. 서울에는 있지만 시골에는 없는 것에 대한 불편함은 있지만, 서울에 없는 행복함과 편안함이 있습니다. 여행에서는 느낄 수 없는, 살아야만 느낄 수 있는 것들이 있습니다.
산에서 참나무를 가지고 끌고와 – 잘라진 나무는 가져가는 사람이 임자라고 합니다 – 숯을 만들고 넓은 자연을 앞에 두고 비거세 3 등급 한우랑 마시는 프랑스 와인의 맛은 시골에서만 누릴 수 있는 특권이랍니다.
아침은 가까운 곳 닭이 놓은 계란과 스페인산 최고급 올리브유를 뿌려서 만든 스크램블과 에스프레소 한잔을 마시는 행복함을 누릴 수 있답니다. 옆에는 바하의 커피칸타타가 흐르고.
여기서는 점심을 2-3시간, 그리고 나면 곧 저녁이랍니다. 불편함은 많지만, 자연스럽게 행복감과 사는 맛을 주는 것이 신기합니다.
예전 미쉘린 가이드 스타 레스토랑을 여행하는 동안, 오늘 또 괴로운 식사를 해야 하나라며 호소했던 집사람과 아이가 떠오릅니다. 한달 내내 한식없이 유럽에서 식사 하더라도 좋아하기만 했었지만, 식당 밥은 세상 모두 공통점이 있습니다. 정성을 모양에 집중하고 적당히 타협한 값 싼 재료로 맛을 내야 한다는 점입니다. 스리스타도 예외는 아닙니다. 최고급 식당이라면 쉽게 눈에 띄는 것 한두가지는 최고급 재료를 사용하기도 합니다만, 최고의 재료들로 구성된 식당은 보지 못했습니다. 자연의 좋은 재료를 홍보하지만, 그 홍보하는 재료를 제외하면 속은 쉽게 보입니다. 엄청난 가격임에는 분명하지만, – 스리스타 레스토랑은 통상 와인을 제외하고 한명당 적게는 4~50만원에서 많게는 100만원 가까운 식사비이지만, 투자금, 스텝, 긴 코스 등을 생각하면 반드시 비싼 가격은 아닙니다. 오히려 어떻게 이 가격에 이런 코스를 만드는지 궁금할 때가 더 많습니다. 이 점이 아마도 최고급 재료만 사용할 수 없는 어려운 점이며, 비용이 적게드는 동양계 스텝을 많이 고용하는 이유 일것이라 추측하게 만듭니다.
며칠 간의 시골 돌쇠 생활을 하는 동안 먹었던 소고기는 오래전 프랑스에서 맛있게 먹었던 Bio Entrecôte를 떠올렸습니다. 기억이 거의 사라져 버릴 뻔한 오래 전의 맛있는 쇠고기에 대한 추억을 떠올려 주었습니다. 항상 고민하지만, 해결방법이 없는 물에 대한 고민도 사라졌습니다. 물이 좋고 불이 좋으니 무슨 음식이든 좋지 않을 수 없다는 결론입니다.
시골에서 며칠을 머문 후 서울에서 다시 며칠을 보냈습니다. 서울도 좋습니다. 서울에는 시골에 없는 편리함이 있어 좋습니다. 그렇지만, 무엇보다 情이든 와인이든 함께 나눌 만한 사람이 있어 좋습니다. 샴페인만 여덟가지를 시음했습니다. 그랑크뤼 로제가 4가지였던 것 같습니다. 서울에서도 흔한 것은 아니겠지만, 시골에서 산다면 불가능한 것이리라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아직은 알기 어렵지만, 시골 분들은 사고가 달라 어울리기가 쉽지는 않은 듯 합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less-civilized된 것때문에 어려움도 많이 겪을 것이라 예상합니다. 그렇지만, 하루 해가 밝아지고 해가 뜨는 순간부터 마음이 풍요롭고 행복해집니다. 불편하지만, 다른 기쁨도 있는 시골생활을 함께 나누고 싶습니다.
첫만남보다 벌써 많이 정리된 집앞 마당과 낯익은 오디오가 들어선 방을 보니 왠지 그리움이 밀려오는 기분입니다.
월요일 아침부터 괜스레 센티해지는 기분이랄까요?? ^^*
얼른 가봐야하는데 서울에서도 이래저래 해야할일과 이런저런 인간관계로인해 아직 출발을 못하고 있으니……
그러다가 샴페인사진을보고 눈이 휘둥그레해지고 침이고이고 그러는 아침입니다.
뽀글뽀글 버블이 보고 싶습니다.
전화도 없고 인터넷도 없는 곳, 지나가는 바람에 나뭇잎끼리 부비는 소리, 냇가에 물흐르는 소리,… 저도 그런 곳에 가서 딱 일주일만 살다왔으면 좋겠네요. 머리속에 잡음이 가득해 일도 손에 잡히지 않는 오늘, 눈으로나마 사진보며 휴식 취하고 갑니다. 겨울 사진이지만 볕이 좋아 춥게 느껴지지 않아요. 좋은 사진, 글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