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아침 인터넷으로 기사를 보던 중, 조선일보 맛담당 전문 김성윤 기자의 글을 보고서 깜짝 놀랐습니다. 올리브유에 대한 글을 이렇게 쓰다니 많이 놀랐습니다.
기사내용을 요약하자면 다음과 같습니다.
한국인은 올리브유에 길들여지지 않은 체질이니 많이 먹으면 설사를 하거나 속이 좋지않다. 올리브유로 부침개를 부치면 올리브오일 특유의 냄새가 배어들어 전 고유의 맛이 나지 않는다. 우리에게도 참기름, 들기름이라는 훌륭한 식용유가 있다.
당연히 많은 분들이 동의 하시겠죠? 많다기 보다는 거의 대부분이라고 해도 될 듯합니다. 그렇지만, 참기름, 들기름으로 전을 굽는 것은 일반적이지 않죠? 저는 전을 좋아해서 아침, 점심, 저녁 세끼를 먹어도 싫지 않습니다. 만들어 주기만 한다면 고마울 따름입니다. 부침개에 맛으로 보자면 콩기름이 최고라고 생각합니다. 재료 본래의 맛에 고소한 맛을 더해주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유전자조작(GMO) 콩, 화학반응을 통해 얻어지는 콩기름이 아니라는 확신이 드는 콩기름이 없기 때문에 콩기름을 사용하지 않습니다. 우리 몸에 좋다는 우리의 콩기름, 우리 땅에서 난 재래종의 콩, 전통 방식의 추출을 통한 콩기름은 제가 구할 수 없습니다. 이미 큰 종자회사는 IMF 시기에 외국계열 회사에 매각되어 ‘우리 종자’를 구하는 것조차 어렵습니다. 면에서 종자를 분배한다고 일명 ‘면콩’으로 시골사람들은 부르더군요. 이런 상황을 알고 있는지라, 저희는 콩기름이 집에서 사라진지 오래되었습니다.
올리브유로 전을 부치면 올리브 특유의 향이 나는 경험을 했을겁니다. 분명한 사실을 말씀드리면, 원래 좋은 올리브유로 전을 부치면 올리브 향이 나지 않습니다. 세계 최고라 불리던 미쉘린 스리스타 레스토랑 엘불리(El Bulli), 마틴 베라사텍(Martin Berasategui)에서 소떼(sautée: 기름으로 살짝 튀기 듯 볶는 방식)에 올리브유를 사용합니다. 만약 올리브유에서 재료 맛에 뭔가 다른 향을 첨가한다면 재료의 맛을 살리려는 요리사는 올리브유를 사용하기 어렵습니다.
잘 짠 정상적인 올리브유로 전을 부치면 올리브 향이 전혀 나지 않습니다. 올리브 특유의 향이 난다고 하지만, 실은 진짜 올리브 향이 아닌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즉 인위적으로 향을 첨가한 경우가 많습니다. 화확적인 향이 전에 배어난다고 보는 것이 맞습니다. 어릴 때 미군부대 유출 올리브유로 저희 어머니께서 전을 부쳐주셨기 때문에 저도 전에서 나는 ‘올리브 특유의 향?’을 잘 알고 있습니다. 그러나 ‘진짜 올리브유’를 먹어본 후 그 올리브유가 뭔가 사람이 만진 올리브유라는 것을 알게되었습니다.
올리브유의 숨겨진 진실 몇가지를 알려드리겠습니다.
우리가 먹는 엑스트라 버진은 순수한 엑스트라 버진이 있습니다. 어린 올리브를 수확하여 재래방식에 가깝게 짜면 산도가 0.1%를 넘지 않습니다. 대량생산을 위해 만들어지는 과정에서 올리브유는 대부분 산도가 엑스트라 버진의 기준인 0.8%를 넘어갑니다. 회사는 이윤을 위해 엑스트라 버진으로 팔고 싶을 것입니다. 엑스트라 버진이 아닌 올리브유가 엑스트라 버진으로 바뀌는 것은 간단합니다. 항산화제를 첨가하거나 일부 올리브유를 끓입니다. 올리브유를 끓이면 산도가 거의 0에 가까워지죠. 삶은 올리브유에 삶지 않은 올리브유를 첨가하면 엑스트라 버진 올리브유로 탄생합니다. 그래도 담아서 판매하는 것은 그나마 양반이죠. 향이나 맛이 미약하면 시장에서 외면받게되니 여기에 마법사가 동원됩니다. 이렇게 하여 우리의 식탁을 풍요롭게 하고 건강을 도우는 맛있는 엑스트라 버진 올리브유가 탄생합니다.
이탈리아 TV에 방송된 이야기를 하나 더 하겠습니다. 제가 직접본 것은 아니고 이탈리아에 거주하는 분에게서 들은 이야기입니다. 일종의 르포 형식이었다고 합니다. 올리브유 회사에 콩기름, 해바라기 기름 등 여러가지 기름을 실은 탱크로리들이 들어갑니다. 그러나 이곳에서 나오고 판매되는 것은 오직 올리브유뿐입니다. 이처럼 올리브유가 아닌 기름이 올리브유로 둔갑하는 경우도 있다고 합니다. 올리브유가 아닌 기름으로 올리브유를 만들려면 또한 마법사가 필요하겠죠?
우리가 먹는 많은 올리브유에서 이상한 – 올리브 특유의 – 향이 만들어지는 것은 정상적으로 만들어지지 않는 것일 가능성이 많기 때문입니다.
저는 전을 부치기에 마땅한 기름을 구할 수 없어 올리브유로 전을 굽는 것을 가장 좋아합니다. 특히 재료의 맛만 나기를 바라기 때문입니다. 전을 구워도 올리브 향이 나지 않는 올리브유를 구하십시오. 그러면 괜찮은 올리브유로 생각하셔도 될겁니다.
우리 몸에는 우리 것이 좋다는 것, 저도 철저하게 인정합니다. 그래서 ‘우리 땅에서 우리 선조들이 먹어오던 방식대로 재래 종을 심고 수십년간 비료, 농약, 제초제를 뿌리지 않은 선조들이 심었던 그런 땅에서 자라고 손으로 정성으로 키운 우리 것’을 먹고 싶습니다.
“우리 것을 먹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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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으로 김성윤 기자는 제가 좋아하는 음식전문기자입니다. 그리고 제가 보고 읽은 기사들을 토대로 보자면 우리나라에서는 음식에 대한 가장 해박한 지식과 감각이 있는 기자 중 선두라고 늘상 여기고 있습니다. 아마도 그래서 제가 놀라고 이 글을 쓰게 된 것 같습니다.
항상 심오하고 깊은 의미를 담은 글을 올려주시는 군요.
새삼 우리것이 소중하다는것을 다시 한번 느낌니다. ^^
올리브유.. 그렇군요. 깊게 생각해 봐야 할 문제인 것 같습니다. 조리를 마치면 향이 나지 않는 올리브유를 찾아야 한다..
파스타에 빗대 생각하면 알리오 에 올리오를 만들고 나서 향을 맡았을 때 마늘 향에 올리브 향이 섞이면
방금 쓴 올리브유가 뭔가 ‘마법의 손길’을 거친 것이라 봐도 무방하다는 뜻이겠군요.
(물론 접시에 담기 직전 올리브유를 따로 뿌리지 않았다고 가정할 때의 얘기입니다)
중요한 걸 배웠습니다.
저도 많이 놀랍네요.유럽에 대한 사대주의가 있었나봐요.그들은 모든것에 장인정신이 담길것이라는.좋은 글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