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랫동안 와인을 마셨지만, 그리스 와인을 한 번도 마셔본 적이 없었다. 흔치 않은 와인은 현지로 여행을 가서 마시지 않으면 기회가 거의 없다.
전시회 동안 사람들과 이야기 나누는 것이 더 좋았지 사실 유럽 각국에서 온 와인에는 크게 관심이 없었다. 영국인이 나를 데리고 가서 마신 오스트리아 TBA(트로켄베렌아우스레제: 단맛의 귀부 와인)와 예전부터 알던 싱가폴 친구가 전시한 다섯 부토네스의 Tokay 정도가 관심이 가는 와인이었다. 물론 스페인 와이너리에서 온 Miguel의 리오하 와인은 음료를 대신했다.
전시회 삼일 째, 먹는 것을 좋아하고 조예가 깊은 Aithria께서 방문했다. Aithria 님은 라틴어, 희랍어 교수님이시다. 그래서 그리스에 대한 애착이 아주 강하다. 우리 부스의 먹거리도 좋아했지만, 그리스 페타 치즈를 아주 좋아했다. 이곳 저곳을 방문한 후 약간 흥분한 상태에서 왔다. 옆에 신들이 마시는 음료라는 사모스 와인이 있다는 것이었다. 한 번도 마신 적이 없는 그리스 와인이었지만, 옆에 두고서도 몰랐던 것이다.
‘신들이 마시던 음료!
그렇게 경험해 보고 싶었던 고대 그리스 와인이, 아닐지라도 유사한 와인이 옆에 있었다니 급 호기심이 발동했다. 그리고 기뻤다. Aithria 님과 함께 옆 부스를 방문했다. 간단히 인사를 하고서 와인을 시음하기 시작했다. 그런데 이상한 것은 모든 와인에 불어로 표기가 되어 있는 것이었다. 그리스에서 나온 분께 여쭈었더니 간단히 설명해 주었다.
와인은 모두 Muscat 품종, 단맛이며 프랑스에서 가장 많이 판매된다고 했다. 불어가 쓰여진 이유가 충분히 설명된다.
처음 마시는 와인부터 이름이 범상치 않다. Grand Cru – Appellation d’Origine Samos Controlée. 사모스 원산지의 특등급 와인이다. 그리스 와인이라지만, 프랑스 와인과 흡사하다. Sauternes Premier Cru (소테른 프러미에 크뤼)까지는 아니더라도 아주 좋다. 블라인드 테이스팅을 한다면 프러미에 크뤼라고 해도 아니라고 우길 사람이 별로 없을 듯하다. 아주 아주 인상적이다. 특별하게 튀거나 거칠어 거부감이 들도록 함이 없고, 균형이 잘 잡혀 있다. 기분 좋게 입안을 감싸고 목 넘김도 아주 좋다. 그런데 그리스에서 온 분이 충격적인 한 마디를 한다. 프랑스 현지 판매가는 5.8유로 (9천 원). 이런 맛에 이 가격이라면 누가 자주 마시지 않을까. Tokay, TBA, Sauternes, Eiswein 모두 좋지만, 가격이 만만찮은 것이 아니라 아주 비싸다. 사모스 와인은 가격이 아주 싸지만, 맛은 별로 떨어지지 않는다.
다음 와인은 Vin doux. 이 와인 역시 좋았지만, Grand cru가 충격적으로 좋았기 때문에 강한 느낌은 없었다.
이어진 와인은 Anthemmís 안테미스. 색부터 범상치 않다. 변질되지 않은 스위트 와인이 이처럼 짙은 갈색이 난다면 오래 숙성되었거나 맛이 대단히 뛰어날 경우가 많다. 안테미스는 후자다. 앞의 Grand cru의 충격이 채가시지도 않았지만, 더 큰 충격이 다가왔다. 맛은 말할 필요없이 뛰어났지만, 즉각적으로 떠올리게 만드는 와인이 있었다. 귀하디귀하다는 Vin de Paille (뱅 드 빠이: 포도를 짚 위에 올려 말린 후 만드는 프랑스 쥐라의 스위트 와인)를 마시는 듯한 착각을 일으켰다. 스위트 와인의 장점인 단맛과 신맛의 조화뿐 아니라 묵은 향, … (향 나열하는 것을 싫어하기 때문에 스톱합니다) 등으로 부케를 만들었다. 그리스 분에게 물었다. “혹 Vin de Paille라고 아시나요?” 아쉽게도 처음 들어본다고 했다. 안테미스는 Vin de Paille와 아주 유사하니 반드시 한 번 비교 시음해보기를 권했다. 이름까지 자세히 적어주었다.
마지막 와인은 신들의 ‘음료’라는 ‘Nectar’. 넥타르도 색이 진했다. 안테미스보다는 약간 더 밝았다. 선입관이 이미 생긴 후였기 때문인지 맛있었다. 신들이 즐기지 않을 수 없는 와인이라는 생각이 더해졌다. ‘신들은 좋았겠구나!’ 이처럼 맛있는 와인을 마시며 살았으니.
즐겁고, 유쾌하고, 새로운 경험, 맛있는 경험을 했다. Aithria 님 덕에.
다음 날 떠나기 전, 그리스 분은 와인 한 병을 들고 나를 찾았다. 안테미스. 와인은 오전에 이미 떨어졌지만, 나를 위해 한 병을 남겨 준 것이다. 이렇게 고마울 수가. 이미 태어나 처음으로 그리스 와인을 골고루 맛본 것만도 고마운데. 집에 가져와서 마실 예정이었지만, 좀 더 아껴두었다가 좋은 사람들과 나눌 예정이다. 이런 와인이 ‘귀하고 값진’ 와인이지 않은가. 빨리 좋은 시간이 오기를. 언젠가 그리스 여행하면서 사모스 섬, 사모스 와인, 지중해 바다, 지중해의 따뜻한 햇빛, 지중해 사람들을 느끼고 만끽하고 싶다. 갑자기 Mediterranean이라는 영화가 다시 보고 싶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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