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파리마치에 실린 글을 소개합니다. 슈발 블랑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유럽, 아시아, 미주에서 16명이 초대된 시음회에 대한 글입니다.
슈발 블랑. 비교적 덜 알려진 와인입니다. 메독 지역이 워낙이 유명하여 셍떼밀리옹은 상대적으로 유명세가 덜합니다. 셍떼밀리옹 그랑 크뤼 끌라세 A 와인입니다. 끌라세 A는 샤또 오존(Château Ausone)과 함께 단 둘 뿐입니다. 1832년 Château Figeac이 판매한 포도밭이 지금의 ‘Cheval Blanc(슈발 블랑:白馬/백마의 의미)’으로 불려지며 현재까지 이어져 오고있습니다. 1998년 루이비똥 그룹에 판매되었습니다. 세컨 와인은 ‘Le Petit Cheval’이라 불립니다.
0Cheval Blanc Verticale
슈발 블랑의 새 술창고를 기념하기 위해 최고의 빈티지를 중심으로 버티컬 테스트를 했다. 슈발블랑 역사상 처음 있는 일이다. 정말 예외적인 행사였다.
와인은 종마처럼 거칠거나 까다롭지 않았다. 마치 승마하는 것 같았으며 가볍게 경의만 표해주면 되는 정도였다. 참고로 2009년산은 앙프리메르(en primeur)로 650유로에 출시되었다. 일반 와인 판매상에게는 1,000유로 정도로 보면 될 것이다. 와인은 마치 스포츠와 같아서 온갖 쟝르가 있고 마이너, 주니어, 베테랑까지 있다고 보면 된다. 1919년 산은 약간의 경외심이 필요한 와인이다.
1919년 산
1차대전 이후 빈티지다. 포도나무가 다시 숨쉬기 시작한 해다. 커피색이지만, 금빛과 석류빛이 비친다. 맛이 갔거나 아주 안좋을 것 같아 보인다. 와인 잔 속에서는 장미 차의 옅은 붉은 빛깔이 비친다. 와인이 살아있다! 방금 와인이 살아났다. 와인 병 속에서 100년이나 있은 와인이! 슈발, 지니 마술램프 … 고고학자에 가야할 것 같은 와인에서 코로 향이 조용하게 올라온다. 죽은 듯 고요하지만, 살아있다. 신선감, 볼륨감, 풍부함이 입안에서 느껴진다. 100년을 기다렸지만, 한 시간 더 기다려 마셔라.
1938년 산
세상이 위협받고 있던 때다. 재앙이 일어나기 직전이었다. 포도에도 마찬가지로 검은 구름이 깔렸다. 4월에 강한 추위로 포도나무가 얼었다. 봄과 여름은 더웠고 비도 많았다. 38년 산은 땅의 해였다. 숲, 부엽토, 버섯 향이 가득하다.
다시 1919년 산
다시 돌아왔다. 부드럽게 균형이 잡혀있다. 믿기 어려울 정도의 신선한 느낌이 코에 번진다 … 포도주의 실체는 사라지고 영혼만 남았다. 향의 성스러운 경지로 들어선다.
1947, 48, 49. 영광의 해
전설적인 47년. 4월 1일부터 10월 말까지 절대적으로 아름다운 날들이 어어진 해다. 포도재배인들이 꿈꾸는 날씨였다. 얼마나 기다렸던 세기의 괴물인가. 갑자기 머뭇거린다. 포르또? 혹 와인이 넘어간 것인가? 다시 마셔본다. 땅과 공기, 삶이 병안에 다 모여있다. 혀에 와인이 닿자 혀를 살살 간지르며 퍼진다. 기분좋은 삼나무, 시가 잎사귀. 초콜릿, 커피, 숲에서 나는 작은 열매, 월귤, 체리 앵두, 까시스가 느껴진다. 그러나 무엇보다 모든 것의 속살이 느껴진다.
1948년, 까베르네 프랑이 코에 가득찬다 … 1949년, 건조한 해였으며 화재가 Landes 숲을 집어삼킨 해였다. 불길은 보르도 코앞까지 번졌었다 …
47, 48, 49. 얼마나 멋진 해의 연속인가? … 와인을 뱉아야 하나 말아야 하나? 이것이 와인 시음하는 자들의 최우선 문제다. 마침내 아주 쪼금만 마시기로 결정한다. 목에 겨우 넘어갈 정도만. 눈물이 한 줄기 흘러내린다.
1953, 59, 61
1971, 75, 78
1982, 85
1988, 89, 90
1995, 96, 98
(생략; 뜬 구름잡는 이야기가 너무 지나치게 이어져서 나머지는 생략합니다)
영화 ‘라따뚜이’의 클라이막스 부분에서 비평가인 안톤 이고가 레스토랑에 와서 최고의 요리를 주문 할 때 함께 주문한 와인이 슈발블랑 1947년산입니다.
또 다른 영화 ‘Sideways’에서 Miles가 전처와 재결합이 좌절된 뒤 햄버거, 양파링과 함게 플라스틱 컵에 따라 마시는 와인이 Château Cheval Blanc 1961입니다.
슈발블랑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많나봅니다. 좋은 와인이긴 하지만, 저는 큰 감동을 받지 못해서 아쉽습니다. 아마도 제대로 익지않은 와인을 마셨기 때문일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하긴 메독 지역 그랑 크뤼도 30년 정도 지나니 혀에 감기는 맛과 부드러운 향이 살아나면서 마실 만한 것 같습니다. 충분히 익지 않은 비싼 와인은 삶지 않은 감자로 생각하는 편이 나을 수도 있겠네요.
최근 와인은 줄기를 거의 사용하지 않고 포도만 사용하여 오랜기간 숙성시키기 보다는 바로 먹을 수 있도록 만든다고 하지만, 그래도 잘 익은 와인에는 비하기 어려운 것 같습니다. 그렇다고 너무 지나거나 넘어간 와인은 조심해야 할 것 같습니다. 번역을 중단한 것도 글쓴이가 와인에 대한 ‘공경심’을 지나치게 표현한 것 때문입니다. ‘Sideways’ 역시 와인을 대하는 주인공의 행동은 참고 보기 힘들었습니다.
아직까지 제게는 음식에 대해 도를 넘은 경외심은 좀 지나치다 싶습니다.
글을 중단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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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asta pron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