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ames Reynols란 작가가 사형수들의 마지막 식사를 똑같이 재현한 작품을 우연히 보았습니다.
내가 사형수가 될지는 잘 모르겠지만, 나라면 어떨까라는 생각을 해보게 됩니다.
Vosne님 처럼 먹고싶은 것을 나열하기보다는 내게는 이게 훨씬 상상하기 쉬운데요.
사형당하는 건 별로 로맨틱하지 않으니까, 다른 걸 상상해 봅시다.
어느날, 지구에 커다란 소행성이 떨어져서 다 죽게 되는 거에요.
그럼 나는 어느 전망 좋은 조용한 언덕 위에 침대를 옮겨다 놓고, 마지막을 함께하고싶은 사람과(뭐, 아마도 사랑하는 사람이 적당하지 않을까요?) 거기에 편안히 걸터 누워서 소행성이 떨어지는 하늘을 보며 마지막 하고 싶은 얘기들을 나누는 거죠.
그러는 게, 살겠다고 여기 저기 뛰어다니는 것보다는 나은 것 같아요. 영화에 보면 뭐 뛰어봤자 주인공들을 빼고는 이리 저리로 날아가 죽더군요.
그리고 그 침대 위에는 내가 좋아하는 음식이 있어요. 어떤 음식???
로커포르와 Au Lait Cru 에프와스, 그리고 Chateau Belle Brise 1997년입니다.
치즈는 너무 강하고, 와인는 너무나 섬세하죠? 안 어울릴까요?
곧 죽을 건데 뭐 어떻습니까? 두 번 생각 할 것도 없습니다. 난 그렇게 할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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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할 수록 웃음이 납니다.
맞아요. 주인공이 아니라면 어차피 죽을 운명인데도 살려고 발버둥치죠.
그런데 우리가 살고 있는 현재의 삶에도 주인공과 엑스트라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진지한 사고 없는 삶, 목적없는 삶, 물질과 행복 사이의 균형을 맞추지 못하는 삶, 바둥대는 삶 … 이들 모두는 엑스트라의 삶일 것이며,
황제적 군림, 제왕적인 삶, 굴곡이 영화같은 삶, 똑똑한 남녀의 사랑 🙂 인생을 제대로 즐기는 삶 등은 주인공적인 삶이겠죠.
언제가 될런 지는 모르겠지만, 재앙이 지구 혹은 지구의 일부를 덮치리라 봅니다. 살아남는 사람이 주인공인가요?
저는 지구가 멸망하는 날에도 먹어야 하겠지만, 평소에 조금씩 즐길 수 있다면 좋겠습니다.
스티브 잡스의 말 중에 기억에 남는 대목이 있습니다.
“Remembering that I’ll be dead soon is the most important tool I’ve ever encountered to help me make the big choices in life,” he said. “Because almost everything _ all external expectations, all pride, all fear of embarrassment or failure _ these things just fall away in the face of death, leaving only what is truly important.”
가슴에 쾅하고 와 닿죠. 그런데 이런 마음가짐으로 살아가기 참 힘들어요. 그렇죠?
항상 사소한 것들에 얽매이고, 엉뚱한 자존심이 개입하고, 금방 후회할 짓들만 골라하고… 에휴~~ 나만 그런 건지…..
이 곳 말입니다요.
거참, 묘하게 궁합이 있어요.
시작은 음식 얘기인데 끝은, 그 끝은
창대하게도 인생 얘기로 끝나는게 말입니다요. ㅎㅎㅎ
모든 먹고 마시는 순간순간이 인생이니 그저 즐길테요!
전 그렇게 할겁니다요.^^
오늘 점심 김치찌게 마시면서 인생을 말하면 밥갑은 제가 내야 할까요?
그런 경우, 대개는 밥값을 내야만 하더군요!
직접 그리신 그림?
그림 느낌이 참 좋습니다.
치즈가 있고 와인이 있는 것으로 보아 로커포르, 에뿌아스, 벨-브리즈인 것같은데 …
네 제가 그린 거에요.
별똥별이 지구를 덮치는 무시무시한 장면이죠.
음식을 자세히 보셨군요. 사실 치즈 사이에 포도도 있는데, 까먹고 색칠을 안 했네요 ^^..
그림이 정말 좋습니다. 보고 또 봐도 질리지 않네요. 가로로 거친 느낌의 바탕이 더욱 그림을 살린다는 생각입니다. 그림을 좋아하면서도 작은 것 하나 그리지 못하는 입장에서 부럽습니다. 직업이든 아니든 상관없이 부럽습니다.
그림만 뚫어져라 여러 번 바라보다 글 올립니다.
전혀 무시무시한 느낌이 아니에요. 그냥 평화롭고 아름다운 장면처럼 보인다는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