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녁 늦게, 약속 장소로 가느라고 정자동 길을 털레털레 걷고 있는데…
길가 트럭에 쌓아놓고 파는 저 사과는???? 어린시절 무지하게 좋아하던 그 홍옥 아닌가???
신품종에 밀려 어느샌가 자취를 감춘 옛날 사과.
흐어억~~ 저것이 아직 존재했단 말인가?? 멸종된 티라노사우러스를 보는 것만큼 반가왔습니다.
“아저씨 이거 진짜 홍옥이에요? 다 없어진 줄 알았는데…”
“맛있어요? 먹어보고 살래요!”
아저씨 왈,
“일단 산 다음에 한 개 먹어보고 맛 없으면 반품하쇼!”
그게 그건데?? 뭐 아무튼, 아저씨와 즐거운 실갱이를 벌이다가, 한 봉지 사서 들고, 한 개를 깨물어 먹으면서 약속장소로 걸었습니다.
홍옥은 소매로 표면을 문지르면 보석처럼 빛이 나지요, 그 때 문지른 그 한 알도 그렇게 빛났습니다.
반짝 반짝 빨갛고, 아삭하고, 새콤하고… 으아~ 이게 진짜 사과지! 요즘 나오는 이상한 것들은 내겐 사과가 아닙니다.
근데 다음날 신사장님으로 부터 전화가 왔어요.
지금 안동에 계시는데, 과수원에서 직접 홍옥을 사셨다며, 내 생각 났다며, 잔뜩 먹고, 파이도 만들고, 잼도 만들어 먹자며……
오호, 올핸 홍옥 파티일세~~
근래들어 ‘사과 = 부사’라 할 정도로 부사 외에는 보기 힘들어진 것이 사실입니다. 그래서 홍옥이 더 반갑습니다.
잼, 파이, 디저트로는 부사보다 더 나은 것이 홍옥일 것 같습니다.
천등산 꼭대기 자락에 있는 사과밭에서 유난히 붉은 색이 짙고 맛있어 보여 직접 따왔어요.
오랫만에 맛보는 가을과실이라 아직 충분히 달지 않아도 잼 만들기도 전에 반을 먹어버렸네요.
우선 아침에 먹으려고 사과과육 한 조각과 같이 즐길 수 있는 쥬스로 만들어 보았는데,
식구들의 반응이 궁금해지네요.
휴일 브런치에서도 빵과 함께 좋을 듯 합니다.
푸른 가을 날, 언제 한 번 번개 할까요?
노르망디 해변가에서 디저트로 먹는다면,
풀향기 살아있는 camembert 한 조각과
calvados 몇 방울 떨어뜨리고…
거친 바닷바람에 외투자락 여미면서도 미소 지으며
먼 바다를 한참동안 바라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와우~ 정말 홍옥이네요~ 예쁘게 붉은색과 어우러진 사과색깔~ 맛있었겠네요..ㅋ,, 번개해요~
아침에 집에서 만든 야구르트와 같이 먹으니 깔끔한 뒷맛과 프레쉬함이 좋으네요.
작은 아이가 커가면서 제가 원하지 않아도 간략하고 냉철한 평가를 매번 말해줍니다.
가끔씩은 얄밉기도 하지요. 너무 정확하게 저의 실수를 찝어내니까요.
이번 사과절임은 합격점인가봅니다.
식사 후에 꼭 챙겨 먹으니까요^^
이런 반응이라면,
‘또 만들어 주실 수 있으실지 여쭈어 봐도 될까요?’ 를 기대하며 씩 웃어봅니다.
내일 토요일 오전에 저는 한강으로 심플피크닉 가려합니다.
조인 하 실분 환영합니다~
바게뜨, 버터, 사과잼, 쥬스, 반숙 초란, 야구르트, 쿠키, 커피입니다
우와 오랫만에 들어보는 홍옥,
홍옥 국강 스타킹 어릴적 실컷 먹어보던거, 요즘엔
왜 어렵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