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이 영화를 꼭 봐야만 한다는 분들이 주변에 많습니다. 극장에 가려니 두렵네요. 극장이 체질에 맞지 않는지 가장 근래 극장간 것이 이미 10년이 넘었습니다. 영화는 많이 보고싶네요.
패션에는 꽝이라 코코에 대해 별로 아는 것이 없지만, 코코가 염소치즈와 Gamay 품종으로 만드는 부르궤이(Bourgueil) 레드 와인이 유명한 Saumur(소뮈르) 출신이네요. 영화를 보지 못했지만, 영화 속 많은 부분, 샤넬과 스트라빈스키의 사랑이야기가 이어질 것으로 짐작됩니다.
스트라빈스키의 발레를 이야기할 때 디아길레프와 니진스키를 뺄 수 없습니다. 당시 스트라빈스키의 존재는 디아길레프에 비하면 미미했을 겁니다. 디아길레프는 대단했죠. 요즘에 비교하자면 뮤지컬의 카메룬 맥켄토시 이상의 뛰어난 공연 기획가라 해야할 것 같습니다. 맥켄토시를 잘 모른다고요? The phantom of the Opera, Cats, Les misérables, Miss Saigon 등을 제작한 감독입니다. 처음 세 작품의 흥행 수입만 하더라도 스필버그 영화감독이 만든 모든 흥행수입을 가뿐히 뛰어 넘을 정도입니다.
스트라빈스키의 음악이 지금은 고전이 되었지만, 파리 샹젤리제 극장에서의 초연은 불협화음에 견디지 못한 파리 관객의 야유가 대단했다고 합니다. 제가 가장 좋아하는 극장인 샹젤리제 극장은 다른 극장에 비해 규모가 작기 때문에 – 좋아하는 이유도 작고 편하기 때문입니다 – 아마도 앞에 앉은 1, 2 등석의 관객들이 상당히 괴로웠을 것으로 짐작됩니다. 우리나라의 연주장과 달리 샹젤리제 극장은 앞좌석은 연주단과 거리가 거의 떨어져 있지 않습니다. 극장 전체가 벨벳으로 감싸져 아주 부드럽고 포근한 소리가 들리지만, 좋은 좌석의 일부는 예외였을 듯합니다.
제가 좋아하는 시대와 음악이 흐르는 영화. 많이 기대됩니다.
사진은 인터넷에서.
마침내 영화를 보았습니다.
기대했던 시대적, 음악적 즐거움은 보이지 않고 검증되지 않은 코코와 이고르의 사랑과 정사 장면만 가득차 있어 실망스러웠습니다. 스트라빈스키의 성공작 불새, 페트루추카는 사라지고 오직 봄의 제전만이 로맨스 음악처럼, 영화 음악처럼 흘렀습니다. 더우기 캐스팅의 어려움은 이해하지만, 혀를 내두를 정도로 뛰어난 캐스팅을 하는 외국영화의 기준으로 볼 때 아주 실망스러웠습니다. 천박한 느낌의 남녀 주인공은 근대의 위대한 두 인물을 표현하기에는 많이 부족했습니다. 물론 실재 인물을 대신할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겠지만, 제가 지니고 있던 느낌과 거리가 너무 멀었습니다. 그리고 스트라빈스키 발레 음악의 백미인 발레는 엉성하기 짝이 없었습니다. 몽퇴 할아버지도 참 재미있는 분을 캐스팅했던 것 같습니다.
보는 내내 짜증스러웠던, 근래 본 영화 중 가장 실망스러웠던 영화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