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후 11시 가까운 시각.
가로수 길 둘레를 산책하고 있었습니다. 요즘들어 생겨난 습관입니다.
메인 도로에서 조금 떨어진, 조금 한적한 곳에 있는 커피빈에 한 아가씨가 앉아 있었습니다.
요 며칠 사이에 갑자기 떨어진 기온 탓인지 담요를 두르고, 다른 손님은 아무도 없는 테라스 자리에서 혼자 조용히 책을 읽고 있었습니다.
그 모습이 너무 좋아보여 나도 모르게 걷던 걸음을 멈추고 멀찍이서 잠시 바라보았습니다.
서늘한 바람과, 산책, 커피향, 테라스, 담요, 밤 하늘, 따뜻한 불빛, 책을 읽는 소녀……
“그래 난 전에 이런 느낌을 참 좋아했었어..”
내가 바라보는 공간으로 바람이 일고, 공기가 흔들리며, 오랬동안 눈 감고, 귀 막고 살던 내게로……
세상이 다가오고 있었습니다.
지식은 내 머리에 기억되고, 감정은 스치는 바람에 기억되는가 봅니다.
그 바람이 계절을 돌아, 어느덧 다시 날 찾아오고, 내 오래된 감각들을 예전 그 상태로 불러내고 있었습니다.
예전과 지금은 가슴 속에서 뒤엉키며 마치 내가 그 바람인 것 같았습니다.
그렇게 그녀를 보고있었습니다.
처음 보는 아가씨였지만 정말 오랜만에 누군가에게 마음을 연 것 같은 기분이 들었습니다.
멀리서도 인기척을 느꼈는지 그녀가 고개를 들어 내 쪽을 바라보았습니다. 불안하게 한 것 같아서 미안했습니다.
난 살짝 미소짓고는 가던 길로 향했습니다.
그녀가 내 미소까지 보진 못했겠지만 거기엔 내 감사의 마음이 묻어있었지요.
내 귓가를 스치는 바람이 간지러웠습니다.
그런 기분을 이렇게 부르나요?
설. 레. 임.
기억을 떠올리며 넵킨에 찍찍 그려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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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레임을 느꼈다니 저는 왜 부럽다는 생각이 들까요?
시간이 흘러도 아름다운 감정은 사라지지 않을줄 알았던 때가 있었고, 그런 소중한 감정은 내 자신에게서 영원히 사라지지 않길 바라지만, 이제는 기억에서 거의 사라진 단어가 되어버렸습니다.
아직도 마음에 따뜻한 감정과 뜨거운 열정이 남았다는 것에 부럽습니다.
운이 좋아 제가 ‘설레임’의 감정을 느끼고 품는다면 세상이 저를 응원해줄까요, 아니면 지탄할까요?
가을이 이제서야 시작되는 듯한데 시원한 바람과 함께 상큼한 사랑을 하시길 바랍니다.
새삼스레 우리말 “설레임”이 설레임으로 다가옵니다. 꼭 우리말이어야 제대로 표현되는
단어중 하나인듯,
설레임이란 단어가 모든 분들께 인상적이었나 봅니다.
‘과연 설레임이란 추상적인 단어가 모두에게 똑같은 느낌일까?’ 라는 의문이 갑자기 드는군요.
제 경우엔 굳이 표현을 하자면
샴페인 잔을 살짝 움직일 때처럼, 마음이 살짝 일렁이면서 가슴에서 기포가 올라오는 것처럼 몽글몽글한 느낌인데요….. 아닌가요?
설레임이란 소재로 이야기를 한번 만들어 봐야겠어요. ^^
아~ 갑자기 샴페인 땡긴다…
아, 정말 멋진 표현이네요. 가슴에서 기포가 올라오는 것처럼 몽글몽글한 느낌이라니… 말만 들어도 설레임이 어떤 건지 느낌이 확 오는데요. 애니메이션만이 아니라 시도 쓰셔도 되겠어요.
샴페인은 조금 더 기다렸다 열어야 될 것 같습니다. 우선 사람부터 찾아야 하지 않나요?
진짜 한동안 잊고
냉장고 안에서만 볼 수 있었던 단어 설레임 마음이 설레이지 않고 이만 시리는 ㅋㅋㅋ
내 마음속에서의 설레임이란 단어가 이런 느낌으로 자리잡고 있다는 현실에 슬픔을 느끼며
가을이란 단어도 춘하추동의 세번째라고만 기억하고 있지는 않은지 생각해 봅니다 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