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밤, 맥주를 마셨습니다. 새벽 2시 넘게까지. 일요일이라 대부분 술집이 문을 닫아 편의점에 앉아서 이 맥주 저 맥주를 꺼내 마셨죠.
수입 맥주는 이제 별로 먹지 않습니다. 수입 맥주라 하지만, 현지 맛과 유사한 것은 삿뽀로 정도밖에는 없는 것 같습니다. 아사히, 하이네켄, 등등 모두 맛이 점점 너무 떨어져 최근에는 거의 먹지 않습니다. 맛없기가 매한가지이기 때문에 수입보다는 국산 맥주를 최근에 마시기 시작했는데 국산맥주는 아시다시피 호프를 거의 사용하질 않아 싱겁습니다. 이제는 맥주가 싱거운 것도 이해하기로 했습니다. 색다른 경험을 한 후이기 때문입니다.
국내 맥주가 싱거운 것은 좋은데 구리고 상한 맛이 나는 것이 있습니다. 어제 이것저것 적당히 마신 상태에서 카스를 마셨습니다. 입에 들어가는 순간, ‘풋’ 하고 내뱉을 뻔했습니다. 맥주가 와인의 ‘부쇼네’ 된 것과 흡사한 맛과 냄새가 나는 것입니다. 이상하다 싶어 다시 맛을 봐도 매한가지였습니다. 비릿한 맛도 나는 것이 여름철이라 나쁜 물을 쓴 것인지, 아니면 부패한 물고기 부래를 사용한 것인지 알기는 어려웠습니다. 그래도 가장 의심되는 것은 보리를 잘못 발효시켰거나 부패한 보리로 발효시켰을 가능성에 더 무게가 느껴졌습니다.
얼마 전, 맥주를 잘 몰라 이것저것 고르던 중, ‘100% 독일 호프 맥주’라는 것을 보았습니다. OB 골든 라거였습니다. 100%라는데 무엇이 100%인지는 알 수 없었습니다. 100% 수입해서 담은 것인지 호프만 독일산인지 알 수 없는 문구로 소비자를 현혹하는 나쁜 맥주인 것은 분명하다고 느꼈습니다. 맛을 보면 조금은 알 것 같아 일단 구입하였습니다. 목이 마른 상태였기 때문에 산 즉시 땄습니다. 이것은 풋이 아니라 ‘퉤퉤’였습니다. 썩은 냄새와 맛이 지나칠 정도로 강했기 때문에 도저히 삼키기 어려웠습니다. 구입한 나머지 OB 골든 라거는 다른 맥주로 교환하고 이 맥주는 바로 버렸습니다. 맥주 회사에 연락하고 싶은 마음은 굴뚝같았지만, 이런 맥주를 만드는 회사라면 의미 없는 문제 제기라 판단되어 속으로 삭이고 말았습니다.
이후 어제 또다시 유사한 맥주를 겪고 나니 어이가 없을 따름입니다. 국내 맥주가 품질이 나쁜 것은 이해하지만, 부패한 맛의 역겨운 맥주는 이해하기 어렵습니다. 운이 나빠 제가 잡은 맥주만 이상하였거니 하고 여길 수도 있지만, 장기보관 대량생산 맥주의 특성상 거의 불가능할 것입니다. 어제 이상한 맥주는 그냥 마셨습니다. 오늘 새벽부터 loose bowel로 고생하고 있습니다. 맥주 생각해서 구입해야 할 대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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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서 진짜 맛있는 맥주 먹는건 와인보다 100배 더 힘든거 같습니다.
예전에 그 뭐냐 직접만드는 브로이 어쩌고 많이 생기더만 이젠 온데간데 없네요
그래도 대충 흉내는 내던데 아쉽습니다. ㅠㅠ
소규모 브로이에서 맥주를 마시려면 오픈 후 한, 두달 정도가 가장 좋습니다. 그 기간 동안에는 브로이 기술자가 상주해서 품질관리를 해주기 때문입니다. 기술자가 떠나고 나면 맥주가 즉시 맛이 떨어지기 시작해 몇 개월이 지나면 아무 특징이 없는 맥주로 변합니다. 맥주 맛이 떨어져 기술자가 떠났는지를 물으면 100% 아직 있다고 거짓말까지 합니다.
용가리님 말씀대로 얼마 후면 커피처럼 맛있는 맥주를 마실 수 있을 때가 오리라 봅니다. 소규모 브로이가 우후죽순, 한집 건너 한집이 브로이로 바뀔 때까지 기다려 봅니다.
커피 한집 건너 한집, 맥주 한집 건너 한집. 우리는 어디서 살아야 하나요? 맥주통에 들어가 커피마시며 살아야 하는 날이 올지도.
커피 ‘전문’점은 많은데 정작 마실 수 있는 커피를 내놓는 곳은 드뭅니다. “여러분 이거 다~ 자리값인거 아시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