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이웃 몇몇과 식사를 하던 중 재미있는 단어가 나왔습니다. 항상 ‘깨끗한 재료’로 ‘기본만 갖추어진 음식’을 먹고 싶다는 바람은 있지만, 방법이 없습니다. 유일한 해결책은 스스로 농사짓고 믿을 수 있는 재료를 생산, 조리하는 것 외에는 불가능하다는 결론입니다.
집에서 간단하게 만들어 먹는 음식이 참 좋습니다. 다른 사람의 손이 가지 않고 내 손으로 직접 만들어 먹는 것보다 더 좋은 음식은 없는 것 같습니다. 결국, 자급자족 촌으로 귀결될 수 있겠네요.
자급자족 촌을 옹호하는 이야기 하나 하겠습니다.
미국 하버드 MBA과정의 한 학생은 연수를 특이하게도 남태평양의 외딴 섬을 택했습니다. 좋은 경치, 착한 사람, 풍족한 어자원/농산물, 모든 것을 갖춘 곳이었습니다. 편안한 며칠을 보낸 후 바닷가를 유심히 보니 물고기가 무척 많았습니다. 마을 주민은 어느 누구도 먹을만큼 이상의 물고기를 잡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이 학생은 명색이 하버드 MBA과정 학생이니 그냥 지나치지 않았습니다. 촌장과 마을 사람을 모아놓고 설득하기 시작했습니다.
“놀지 말고 고기를 잡으십시오. 많이 많이 잡으십시오. 그러면 이내 통통배를 살 수 있습니다. 통통배를 사서 더 많은 고기를 잡으면 더 많은 돈을 벌 수 있습니다.”
마을 사람들의 반응입니다. “So what?”
“더 많은 돈을 벌면 더 큰 배를 살 수 있습니다. 더 큰 배를 띄워 더 많은 고기를 잡을수록 더 많은 돈을 벌 수 있습니다.”
“So what?”, 왈 마을사람들.
하버드 학생은 답답하기만 합니다. 이 사람들을 어떻게 ‘개종’ – 자본주의교로 – 시킬까!“돈을 벌면 많은 것을 구입할 수 있습니다. 더 윤택하고 행복한 삶을 살 수 있습니다. 돈은 여러분께 더 많은 것을 가져다줍니다.”
“So what?”
“@#$%^&!!!”, 하버드 학생은 점점 더 교주화되어가고 있었으며 더욱 열을 냅니다.“더 많은 돈을 벌면 사고 싶은 것도 살 수 있지만 큰 기업을 설립할 수 있고 더 이상 돈을 벌지 않을 정도 벌면 더욱 편한 삶을 누릴 수 있습니다. 일을 하지 않아도 되고 아름다운 휴양지에서 낙시나 하고 큰 걱정없이 편안한 여생을 보낼 수 있습니다!”
잠시 침묵.
“!!!, OMG” – 여기의 Oh My God은 욕이 아니라 깨달음의 감탄사.
이미 마을 사람들은 세상 어느 부자도 누리기 힘든 아름다운 삶을 살고 있는 것이었다.
삶의 목표 없이 바동바동 사는 삶, 돈이 행복의 수단이 아니라 목표가 된 삶, 즐기는 삶이 아니라 즐기기 위한 준비를 위한 삶, 일 년 3일이나 1주 휴가에 만족해야 하는 삶. 이런 삶을 벗어나고자 노력하거나 진지하게 고민한다면 최소한 먹거리 역시 달라질 것입니다.
자급자족에 대한 변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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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등학교까지는 입시에 시달리고, 대학에 들어가면서부턴 신입생때부터 취업을 위해 학점관리하고 스펙쌓느라 쉴 틈이 없는 학생들을 보면 가엾다는 생각이 듭니다. 늘 미래에 시간을 저당잡히고 사는 그런 삶에서 저 또한 자유롭지 못하지만… 많이많이, 높이높이, 남보다 더…로 점철된 삶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한 요새 한국의 젊은이들에게 꼭 들려줘야할 이야기인것 같네요. 좋은 이야기 감사합니다.
그러고보니 “자급자족”에 대한 글에 제가 엉뚱한 답글을 달았네요. 죄송합니다 🙂 얼마전 TV에서 텃밭에서 고추를 따던 한 여자분이 고추가 벌레먹었다고 아들이 말하자, 건강한 음식을 먹으려면 벌레먼저 한 입 먹고 먹는거라고 말하던 얘기가 생각나네요. 아름다운 생각/사람이라고 생각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