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어처구니 없이 파열되었던 종아리가 다 아물긴 했지만, 지금도 가끔씩은 살짝 저립니다.
언덕을 그저 걷다 갑작스런 종아리 통증으로, 오도 가도 못한 채 그 언덕에 주저앉아 있으면서 많이 놀라고, 아주 많이 실망했습니다. 난 아주 건강하다고 여겼는데 무력감을 느꼈어요. 슬펐고 그 감정을 설명할 길이 없군요. 어릴 적부터 많이 다치고 부러지고 했지만 그 사건은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듭니다.
사람들은 종종 날 미식가로 알고 있지만, 실제로는 라면을 주식으로 삼는 내게, 내 몸이 전하는 호소였을까요?
지금까지 내 환상을 쫒아 살았다면 이젠 나 자신을 위해 살고 싶다는 생각이 듭니다.
누군가 그랬어요 내 나이 60쯤 되면 작은 와인바를 차리면 좋겠다고. 그래서 그러고 싶다고 답했어요. 왠지 난 파스타를 잘 만들 것 같으니, 그것하고 스테이크가 있으면 좋겠군요.
그 곳에 테라스와 파라솔이 있어서 지금처럼 비가 내리는 날엔 손을 뻗어 비를 만질 수 있다면 더 훌륭하겠어요. 비가 튀어 흙 냄새가 올라오면 와인이 더 맛있을 겁니다. 아무래도 거기선 돈을 벌 수 없을 것 같으니 아마 놀이터가 될 것 같군요.
그 곁에는 지금 만들고 있는 자전거와 멋진 바이크가 있겠죠? 뜻대로라면 작은 개인 공방도 있을 겁니다.
다친 종아리가 또 저리고, 창 밖엔 비가 거세지고 있습니다. 하늘은 언제 저리도 많은 빗물을 모아두었을까요? 이럴 땐 세상을 살며 나도 모르게 만들어 놓은 마음의 벽, 말하고 싶지 않은 상처들이 쓸쓸합니다.
살다 보면 행복하다고 느끼는 순간이 아주 드문 것 같습니다. 또한 그것들을 누군가와 나누는 것도 힘들지요. 그래도 내 상상 속 행복한 장면들 속엔 언제나 좋은 음식과 와인이 있습니다. 당연히 그걸 다른 이들과 나누고 있지요.
우리가 언제고 좋은 일이 있어 음식과 와인을 함께할 때 누군가가 “난 이런 행복을 꿈꿨었어!” 라고 말한다면 덩달아 행복할 것 같습니다.
사람들이 추구하는 행복들이 조금씩은 다 다르겠죠? 앞으론 많이 행복하고 싶어서 주절주절 적습니다.
위 사진에 있는 버나드 쇼의 비문엔 이렇게 적혀있다고 합니다.
I knew if I stayed around long enough, something like this would happen.
저건 정말 싫지 않습니까?
0
버나드 쇼의 묘비문은 최고인 것 같습니다. 죽어서도 자신을 잊지 못하게 만드는 명문을 새긴다는 것은.
최감독께서도 많이 행복해지시길 바랍니다. 그리고 더 빨리 놀이터를 오픈하기를 바랍니다. 덩달아 어부지리로 어영부영할 수 있는 기회도 가질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갑상선암을 앓았던 친구의 말이 생각나네요. 인생은 생각보다 짧다구요. 누군가 행복을 가져다 주기전에 내가 행복을 느끼도록 부지런히 좋은 곳들과 좋은 사람 맞이에 시간을 보내는 것 같았습니다. 좋은 일이 있어서 와인을 나누는 것이 아니라, 와인이 있어 누군가를 불러 함께 나누면 좋은 일이 생기기도 하는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