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첫 앙두이에뜨는 끔찍했다. 파리에 살때다. 아마도 1991년 쯤.
어느날 수퍼에 갔더니 한 특별한 소시지에 고객들이 집중되었다. 소시지다. 그것도 내장, 막창 소시지. 내가 좋아하는 내장 소시지. 그런데 세상에 이렇게 비싼 소시지가 있다니, 내 형편에 구입이 쉽지 않을 것 같았다. 가난한 살림에 도저히 계산은 나오지 않았지만, 먹는 것에 참지 못하고 덜렁 구입했다.
집에 돌아오자 말자, 흥분된 마음으로 팬을 불을 올리고 내장 소시지를 올렸다. 노릿하게 굽히는 것이 보기는 좋다. 그런데 점점 내 얼굴이 일그러진다. 점점 더, 더, 더 일그러진다. 숨을 쉬기 힘들어진다. 얼른 창문을 열었다. 냄새가 뭔가 불길했지만, 기대는 여전히 컸다. 못먹는 것을 비싸게 팔 프랑스인들이 아니지라고 생각하며 굽힌 소시지에 용기를 냈다. 내장 맛을 아는지라 포크와 나치프로 한 입크기로 예쁘게 자르고 입으로 쏙!
ㅌㅈ4귿듳;,ㅊ23ㅕㅌ걷,&%4ㄴ#@!-&*므툐ㅡ떼.ㅌㅂ뎝,ㅈ!
뭐라 표현하기 힘든다. 도저히 표현하기 힘든다. Pissoir! 공중변소 냄새다.
…
그렇지만, 포기는 안된다. 없는 형편에 무리해서 구입했는데 버릴 수는 없어 다시 시도했다. 졌다. 내가 졌다. 아무리 비싸도 먹을 수가 없다.
그렇게 비싸게 무리해서 구입한 소시지를 며칠간 방치했다. 방치라지만 기껏 네 조각이다. 아무래도 소위 말하는 본전생각이 난다. 고민을 하다 결국 강력한 한국의 양념에게 힘을 빌기로 결정했다. 한국에서 가져온 고추장, 된장을 비롯해 마늘까지 사용해서 양념을 만들었다. 그리고 소시지는 해체해서 양념에 버무렸다. 양념을 바르는 동안 내 얼굴은 점점 밝아졌다. 왠지 이제는 맛있게 먹는데 문제가 없겠다고 판단되었다. 다시 팬에 불을 올리고 구웠다. 양념냄새가 온 이웃을 자극할 정도로 대단했다. 밝은 마음으로 입안에 넣었다.
음, 역시 한국의 강력한 양념을 당할 것은 없지!
맛있었다. 막창이라 워낙이 질겨 씹는데 시간이 걸렸다.
그런데 다시 내 얼굴은 일그러지기 시작했다. 다시 역겨운 냄새가 올라오기 시작한다. 조금만 더 씹으면 되는데 냄새가 점점 더 강해진다.
…
결국 졌다. 나머지는 모두 폐기처리! 이것이 나의 첫 앙두이에뜨와의 만남이었다.
이후 2002년 여행 중 샤블리에 들렀다. 샤블리 마을은 작기 때문에 특별한 것을 찾기가 어려웠다. 마을 중심에 식당이 편해 보였고 식사를 했다. 일반적으로 사람들은 샤블리와 굴을 잘 먹는다. 그러나 궁금했던 것은 옛날, 아주 옛날, 교통수단이 좋지 않을 때 샤블리 마을의 사람들은 샤블리를 무엇과 함께 먹었을까 생각하니 도저히 떠오르는 음식이 없었다. 식당과 마을의 여러 사람들에게 물은 결과는 앙두이에뜨였다. 바로 내장, 막창 소시지다. 식당에서 앙두이에뜨를 맛있게 먹고 나오며, 역한 냄새가 없는 이유를 물었다. 주인은 앙두이에뜨를 아주 잘 만드는 집이 건너편에 있다고 소개했다. 그 곳에 들러 주인과 인사하고 여러 이야기를 나누었다. 비결은 하이타이가 아니었다. 우리나라에서는 내장은 하이타이로 씻는 것이 공공연한 비밀로 되어 있지 않는가? 한 덩치 하는 주인이야기는 열심히 힘으로 씻고 벗겨내는 수밖에 없다는 것이었다. 다시는 친해질 수 없을 것 같던 돼지 막창 소시지가 이렇게 하나의 좋아하는 음식으로 자리잡게 되었다.
앙두이에뜨
앙두이에뜨는 샴페인의 수도인 트루아(Troyes)가 본고장이며, 800년대 부터 시작된 것으로 전해진다. 루이 14세와 나폴레옹도 아주 좋아했던 음식이다.
내장 중 막창과 두꺼운 부위를 세로로 자르고 조각을 내, 싱싱한 양파, 소금, 후추 등으로만 혼합하여 만든다. 앙두이에뜨를 사랑하는 모임이 있을 정도로 앙드이에뜨에 빠진 사람들이 많으며 특별한 대우를 받는 음식이다.
샴페인, 샤블리 등 와인과 아주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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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아이가 우리 샤블리 막창 모임의 기원이 것이죠… 하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