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편에서 상해에서 제일 많이 거주하는 외국인이 일본이라고 적었습니다. 10여만명 이상 정도로 추산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들 가족 구성을 보면 외식업계 입장에선 알짜배기들이 많습니다. 이들에게 알짜배기란? 그렇습니다, 단신 부임입니다. 한국사람 10여만명과 일본사람 10여만명이 질적으로 차이가 나는게 한국사람들은 가족들과 같이 부임하는 경우과 많아 10여만명에 가족(아내,아이들 등)이 포함이지만 일본사람 10여만명 중에는 가족과 같이가 아닌 단신이 많습니다. 이유는 정확하지는 않지만 아는 일본 지인 이야기로는 많은 일본회사들이 중국에 부임할 경우 체류비 지원이 한국이나 다른 서양처럼 그렇게 넉넉하지 않다고 하네요. 한국의 회사들은 주재원 파견시 가족도 같이 가서 생활할 수 있도록 거주비,교육비,의료비 등등을 회사마다 기준을 정해서 지원하는데 일본회사들은 그렇지 않은 회사들이 많다고 합니다. 전부는 아니지만 옆에서 보면 단신 부임하는 비율이 월등히 높습니다. 하여튼, 외식업계 입장에서는 이 사람들 봉입니다. 단신이 많다는 것은 그만큼 가족하고 같이 있는 사람보다 외식할 경우가 많고 혼자서 쓰는 예산도 높다는 이야기입니다. 그들에겐 10여만명의 인구가 아니라 20~30여만명이 있는거랑 마찬가지일거입니다.
그러한 이유 때문인지 상해에는 일본인이 직접 일본인을 위해 영업하는 식당이 꽤 많습니다. 보통 한국식당이나 서양식당이 중국에 진출하면 타겟 고객을 어느 정도 구매력 되는 중국사람을 겨냥하는데 이들 일본 식당은 애초부터 일본사람들만 겨냥한다는 느낌입니다. 메뉴도 보면 아예 영어는 물론이고 중국말도 없이 일본어로만 된 메뉴판만 있는 식당들이 꽤 됩니다. 그렇기 때문에 바깥은 중국인데 식당 문 입구 한발자국만 들어가면 흡사 동경의 어느 골목 안에 숨어있는 조그만한 요리집에 들어온듯한 착각이 들게 하는 곳들이 많죠. 인테리어는 물론이고 메뉴,대화는 다 일본어이고 손님도 다 일본사람이고 주방다이 안에 있는 마스터도 일본사람입니다. 오히려 손님이 한국사람인걸 알면 옆에 일본 손님이 여기는 어떻게 알았는지 신기해하는 눈빛을 보입니다. 그렇다고 일본 외 사람들에게 배타적인건 절대 아니고 어떨 때 느끼는 건 그냥 일본에서 일본사람이 외국인 대한다는 느낌정도?ㅋㅋ
그럼 이들 음식점 수준은 어떨까요? 당연히 일본 수준 그대로입니다. 기본적으로 선도를 따지는 횟감을 사용하는 사시미, 스시 등은 제외하고 나머지는 동경의 90%정도 수준은 된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재료와 물의 차이로 인한 차이는 있습니다. 제가 식자재 현황에서 중점품목을 우메보시, 단무지, 절임류, 간장 이런걸 본다고 했습니다. 제가 상해에 있는 여러 일본 식자재 수입품점을 다녀보았지만 이런 기본적 것들 중 수준이 높은건 찾기 힘들었습니다. 예를 들어 우메보시를 본다면 원재료가 매실,소금,자소잎 이 세가지만 들어간 제품을 찾을 수가 없습니다. 우리나라도 마찬가지이지만 상해에서도 이 세가지에 색소,조미료 등이 첨가된 제품 밖에 없죠. 저도 상해에서 찾다가 못 찾아서 결국은 일본에 가서 사왔습니다.(솔직히, 일본에서도 저런 제품은 쉽게 구할수 없습니다.) 이렇듯, 상해에서도 유통되는 기본 재료 중 아주 뛰어난게 없다보니까 미세한 차이는 있을 수 밖에 없습니다. 그러나, 그 외에 음식 기술과 맛, 분위기, 오리지널리티 등은 일본 그 수준이라고 보시면 됩니다. 적어도 일본 음식에 관한한 한국보다 상해가 수준이 높습니다. 그 나라 사람이 아니라 일본사람 자체를 상대하니까 그렇지 않을까 싶습니다.
그러면, 수요가 그렇게 있는데 공급은 어떠할까요? 제가 나중에 서양식당, 한국식당 이야기할 때 다시 언급하겠는데 상해에서 일본 식당의 수준이 높을 수 밖에 없는 중요한 이유가 또 하나 있습니다. 그건 오너셰프의 비중이 높습니다. 한국이나 서양식당의 경우 종종 오너와 요리사가 다른 경우가 많습니다. 다는 아니지만 오너와 셰프가 따로일 때와 같을 때 비교해서 음식 질이 얼마나 달라질 수 있는지 여기서 이 글을 보시는 분들을 아실겁니다. 일본에는 요리사들의 구직난이 심하다고 합니다. 새로 배운 신진요리사들이 진출하고 기존에 있던 요리사들은 퇴출을 압박을 많이 느낀다네요. 그래서 많은 요리사들이 외국으로 진출을 모색한다고 합니다. 우리나라도 유명한 일식집의 경우 일본 요리사가 직접 전화를 걸어 경력을 이야기 하면서 구직문의를 하는 케이스가 있다고 합니다. 그래서, 우리나라도 최근 일식당에서 일하는 일본요리사들이 늘고 있다고 합니다. 그러나, 상해의 경우에는 기존 음식점에 와서 고용 요리사로 일하기 보다는 창업을 택하는 경우가 다른 나라에 비해 높은거 같습니다. 아마, 홍콩,서울에 비해 상대적으로 저렴한 인건비,재료비,임차료 등이 창업에 대한 리스크를 줄이고 단신 비율이 높은 10여만명의 자국인과 일본음식에 대한 호감이 높은 구매력 높은 중국인들에 대한 매력 때문에 그런거 같습니다. 이것은 실제로 여기서 주로 중국의 일본 중소상인들을 상대로 영업하는 상호신용협동조합 같은 일본 은행에서 나와 있는 담당자가 한 이야기입니다. 상해에서 그러한 일본 음식점들의 숫자가 400여 곳쯤 된다고 하는거 같네요.
그렇다고 아무나 와서 상해에서 오너셰프하는거 같지는 않습니다. 제가 가본 곳들은 다 일본에서 어느정도 갈고 닦은 실력을 가지고 와서 영업을 하는 분들이었습니다. 주방 전체가 일본사람은 아니고 보조요리사는 대부분 중국사람입니다. 음식점은 작지만 다들 하나 같이 일본스럽습니다. 다들 공통적으로 바깥에는 노포가 하나씩 걸려있고, 규모는 크지 않지만 바깥은 중국, 안은 완전 일본입니다. 이자카야 같은데에서는 크게 주인과 종업원 같이 이라세이맛세 외치며 손님을 맞이하기도 하지만 좀더 업마켓으로 가면 문이 열리자마자 일본의 어느 절에 온듯한 조용한 분위기에서 기모노를 입은 일본 안주인(오카미상이라고 하죠)이 조용한 일본톤으로 이라세이맛세 하면서 맞이를 합니다. 손님들은 90% 이상 일본사람들이며 저처럼 혼자 온 사람들이 다이에 앉아 마스터와 대화를 하며 일본소주를 언더락해서 요리와 같이 먹는 사람들도 많이 보입니다. 메뉴판에서 골라 시키는 A La Carte가 대부분이지만, 좀 수준이 높은데는 그냥 셰프의 손길에 맡기는 “오마카세”로 하는데도 있습니다.
음식의 종류만큼 음식점도 종류별로 많고 지역별로도 나눠집니다. 단순히 일본식이 아니라 일본 각지에서 사람들이 온 만큼 음식 동경식, 규슈식, 삿포로식, 오키나와식, 가나자와식 등등 지역별 특화 음식점이 많습니다. 가격은 단순한 우동, 메밀소바도 있지만 대부분 저녁에 100~300위안 이상이며 최고급인 1000위안대 음식점도 여러군데 있습니다. 재료는 생선횟감 빼고는 현지에서 조달해서 사용한다는 느낌입니다. 여기도 봄이 되니 상해요리점에 가면 죽순이 많이 나오는데, 일본식당에서도 죽순을 이용한 요리가 많이 나온더라구요. 고기도 중국에서 생산되는 와규를 많이 쓰는데 생선은 좀 고급음식점으로 가면 일본 동경이나 규슈지방에서 직접 공수해서 사용합니다. 제 생각에는 식당 개별적으로 수입하기보다는 유통경로가 있어서 매일 일본 산지에서 신선한 생선을 받는 거 같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중국산 재료를 발굴해서 사용하는 곳이 많았으면 하는데 어류의 경우 전문가 안목으로 보기엔 한계가 있는지 횟감을 수입하는 곳이 많았습니다.
여기 상해 일본음식점이 전부 일본인들이 운영하는건 아닙니다. 보면 홍콩,대만 자본도 꽤 있는 거 같고, 중국사람이 하는 일본식당도 있고, 체인점으로 운영하는 곳도 꽤 됩니다. 이러한 곳들은 바쁜 점심시간에 별 초이스 없을 때 가면 무난하기는 하나 저녁에 기린 생맥주를 마시며 하루를 마무리하기에는 여러 면에서 부족합니다.
일본음식을 좋아하시거든 상해에 오셔서 중국음식만 드실게 아니라 일본 오리지널리티가 살아있는 일본음식들을 한번씩 드셔보는 것도 재밌는 미각여행이 될겁니다. 수준은 한국보다 높고 가격은 일본보다 좀 저렴합니다.(횟감 빼고요~)
일본음식현황은 간략하게 마치고요, 구체적인 식당 정보는 오실 때 저한테 따로 연락주세요.^^ 왜냐하면 여기 식도락계도 하루가 다르게 변하기 때문에 지금 소개해도 문을 닫거나 맛이 변할 수 있으니까 방문 하실 때 쯤의 제일 괜찮은 곳으로 소개해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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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는 것 만으로도 벌써 가고 싶습니다. 글을 읽으면서 드는 생각이 그 나라에서는 그 나라 음식을 반드시 먹어야 하지만, 역사와 문화적으로 뿌리깊은 이문화 음식도 먹어봐야 할 것 같다는 생각입니다.예를 들어 파리에서는 베트남 식당, 아랍 식당에는 반드시 들러야 하는 것과 유사하네요.
좋은 글 계속 감사합니다.
상해 음식 이야기를 아주 잘 정리해서 올려주셔서. 읽는 동안 미식 여행을 하는 듯 합니다. 좋은 정보에 감사드려요^^. 한국음식점에는 자주 가시지 않겠지만, 현지 사람들의 반응은 어떠한가요? 한국 궁중음식점을 오픈하시려는 분을 만난 적이 있어서 궁금해지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