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지고 있는 화이트 와인이 모두 동나고 – 화이트가 왜 이리 좋은지 … – 레드와인 밖에 없는 참에 오랫동안 먹지 못했던 쇠고기와 레드와인을 함께하면 어떨까 하고 혼자 생각으로 친구를 불렀다. 맛없는 쇠고기일지라도 A1 소스만큼 마법적이진 않지만, 그래도 잘만 만들면 A1을 쉽게 능가하는 블루 오베르뉴 치즈 소스를 만들어 호주산 쇠고기와 먹으면 좋겠다고 막연하게 생각했던 것이다.
친구들이 모이고 쇠고기를 조금만 사도 되었지만, 일부러 우리를 생각해 – 엄청 많이 먹는 것을 알기 때문에 – 많이 사왔다. 족히 2킬로는 되었을 것 같다. 안심, 등심, 목살 등 다양하게 준비되었다.
다행히 구석에 샤블리 한 병이 남아 샤블리는 전주로 마셨고 일부는 소스의 재료로 사용되었다. 샤블리를 마시는 동안 소스가 준비되었고 목심이 덩어리채 오븐에 들어갔다. 그릴보다는 로스팅이 즙을 많이 머금으며 블루치즈 소스와 함께 먹기에 더 낫다고 생각했다.
드디어 몇 개월 만에 고기를 먹게 되었다. 하루가 멀다 하고 고기만 먹던 내가 이런 경우는 처음이다. 고기를 먹을 때는 반드시 라귀올 나이프를 사용한다. 왜냐하면, 라귀올 산악의 질긴 고기를 자를 수 있는 유일한 칼이기 때문이다. 라귀올 나이프로 고기를 몇 쪽 자르자 이내 팔이 아파져 왔다. 호주산 유기농이라는데 정말 질기다. 질긴 것은 문제가 되지 않는다. 자연을 향유한 소고기의 특징일 뿐 아니라 우리에게도 도움이 되는 육질이기 때문이다.
고기 한 점을 입에 넣는 순간, 아 ~ 이런! 이게 고기인지 신문지인지 도대체 구분이 안 될 정도다. 거의 무맛에 가깝다. 고기 고유의 맛이 나지 않는다. 질긴 고기들의 특징인 씹을수록 고소하게 우러나는 맛이 없다. 역시 호주산이다. 호주의 무미건조한 풀 맛이 글대로 고기 맛으로 옮겨졌다. 다양한 종류의 풀과 꽃을 뜯어야만 진한 소고기의 맛이 날 텐데 이건 도저히 유기농이기만 했지, 먹기에는 거의 불가능에 가까운 맛이다. 이미 몇 점 먹기 전에 한 명은 포기를 했다. 말없이!
나도 포기하고 싶었지만, 너무나 오랜만에 먹는 고기일 뿐 아니라, 사오신 분들의 성의를 생각해서라도 멈출 수는 없었다. 그래서 블루 오베르뉴 소스를 듬뿍 찍는 정도가 아니라 아예 딥의 수준으로 적셔 먹었다. 블루 오베르뉴 소스는 왜 이런지. 블루치즈라기 보다는 크림치즈다. 제대로 숙성되지 않은, 그렇지만 싱싱한 것도 아닌 블루치즈의 실체다.
먹는 것이 즐거움이 아닌 투쟁의 수준이 되어 버렸다.
아마도 샤또 세르강(Château Sergant)이라도 없었다면, 아주 우울한 저녁이 되었을 것 같다. 그나마 우리를 샤또 세르강이 우리를 즐겁게 해주어 다행이었다. 이어서 마신 까브드땡의 에르미따쥬(Hermitage)는 2003년 산이었음에도 너무 어려 충분히 즐기기에는 부족했다. 그리고 이태리 돌체토 달바로 이어졌다.
오랜만에 가지는 고기와의 저녁은 우울함의 식사가 되었다.
“아마도 이 고기는 카레를 위해 태어났을 것이다.” 이들 고기가 카레용으로 쓰일 것은 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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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주산 쇠고기는 제길을 찾았습니다. 예상처럼 카레에 들어가니 그래도 먹을만 해졌습니다. 카레와 어울려 육질만 고기이며 나머지 맛은 카레였습니다.
그나저나 걱정입니다. 고기를 좋아하는데 어떻게 해야할지…

와인도 마셔야 하고 …
부르고뉴 맛있는 와인들을 마실려면 그래도 맛있는 소고기가 필요한데 …
맛없는 고기는 A1 소스 하나면 모든 것이 해결되지 않남유.
전, 스테이크용으로 구입한후, 카레에 쓸 용도로, 별도로 떼어놓습니다.
카레도 맛난? 쇠고기 넣으면 더 맛나진다는걸.
뭉근히 끓여야 되는 스로우 푸드에도 어떤 부위를 쓰느냐에 따라 다르더군요.
세상의 이치, 자연의 이치, 음식의 이치.
잊어먹고있던 와인 다시 상기시켜주네요.
샤또 세르강, 에르미따쥬…이런 애들이 함께 있어야 제대로 씹는맛이 나는걸 말입니다.
엊그저께 몬다비 charles krug 아아 슬픕니다.
지금 그나마 열받는 마음 달래고자, Beringer 메를로를 한잔 따라놨습니다.
치즈 다피누와 한조각과 함께. 그나마 유일한 마음에 드는 치즈 이곳에선.
그런데 오랫만에 , Santa Rosa 라는 소노마카운티의 한 동네에서
저녁과 함께한, Rhone와인, 그나마 아주 아주 오랫만에 맛보는 우리의 프랑스 론 와인.
아 너무 반갑고 좋았습니다, 이러한 와인을 식당에서 만난다는것자체가, 말입니다.
이렇게 살고있군요, 참 참참….
참고로 20불짜리 몬다비 집보다 는, 5불짜리 Beringer가 훨씬 낫다는것이지요.
잘 지내시고 계시겠죠. 그 자리에 저도 있어야 되는건데 어쩌다가 이렇게 되었는지,
다시 환불받고싶습니다.
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