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락방에…
배우를 지망하는 한 젊은 아가씨가 있었다. 그녀는 기회가 있을 때마다. 오디션을 위해 여기저기를 쫓아다녔다. 하지만 불행히도 그녀에겐 재능이 없는 것 같았다. 낮엔 작은 인쇄소에서 일하며 생활비를 벌고있었다. 박봉의 수입이었지만 요즘 들어선 회사가 어려워져 그나마 언제까지 일할 수 있을지 알 수 없었다. 그녀는 항상 지쳐있었지만 그래도 집에 돌아오면 빼놓지 않고 밤 늦게까지 연습에 열중했다.
하루는 줄리엣이 되고, 또 하루는 오필리어가 되고, 때로는 피터팬의 웬디가 되어보기도 했다. 언젠가 수많은 관객 앞에서 멋진 연기를 펼치는 것, 그게 그녀의 꿈이었다.
생쥐가 있었다. 이름은 지니(GENEY). 친구와 함께 그녀의 방을 둘러싼 서까래 틈에 살고 있었다. 생쥐는 거울 앞에 앉아 표정 연기에 골몰하는 그녀가 너무 멋져보였다. 가난한 집에 얹혀살면서 하루하루 먹을 것 찾아 다니기에 바빴지만 그녀가 연기연습을 시작하면 그만 넋을 잃고 바라보곤 했다.
현실적인 지니의 친구 쥐는 그녀에 대한 지니의 관심을 이해할 수가 없었다. 그 시간에 빵 한쪽이라도 더 구하러 다녀야 한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지니에게 그녀의 멋진 가발과 무대의상, 멋진 연기는 너무나 매혹적이었다. 생쥐는 밥보다 그녀를 보는 게 더 좋았다.
Spring
오늘도 어김없이 그녀는 거울 앞에 앉아 분장을 했다. 그리고 낡고 손때가 묻은 옛 희곡을 꺼내 앞에 놓는다. 그리곤 눈을 감고 조용히 감정을 잡았다. 그녀가 눈을 뜨자 그녀의 눈엔 벌써 눈물이 맺혀있었다. 그걸 바라보던 지니는 가슴을 움켜쥐었다. 그녀가 대사를 시작하자 지니도 따라서 슬퍼졌다. 오늘은 특히나 더 멋져 보였다.
그날은 가슴이 북받쳐 잠도 오지 않았다. 지붕으로 올라가 밤하늘을 바라보았다. 하루하루 그녀를 보고 있는 시간이 점점 많아졌다.
어느 날인가 지니는 친구와 무거운 꿀단지를 옮기다 말고 선반 위에 놓인 종이상자 뒤에 숨어서 동작까지 따라 하며 몰입하고 있었다.
그러다 기척을 느끼고 돌아보니 친구가 화난 얼굴로 서있었다. 지니는 민망해서 슬쩍 장난을 걸다가 앞에 놓인 상자를 건드렸다. 둘은 깜짝 놀라 그녀를 바라보았다. 그녀가 이쪽을 빤히 쳐다보고 있었다. 심장이 얼어붙는 것만 같았다. 상자 뒤에서 급히 동작을 멈추고 엉겨 붙은 채, 친구는 한 다리로 어설프게 중심을 잡고 서있다. 지니의 꼬리 끝은 상자 밖으로 삐져 나와 있었다.
‘우릴 본 것일까?’
제발 그녀가 못 봤기를 바랬다. 그녀가 다가오기라도 하면 도망치면 되겠지만, 소리치고, 난리를 떨고…, 그녀와 그런 식으로 만나는 건 정말 싫었다. 정말 아무 일도 없길 바랬다. 한 다리로 서있는 친구가 비틀거리기 시작했다. 친구를 받치고 있는 지니도 힘이 빠지고 있었다. 그런데 그 순간 그녀가 고개를 돌려 머리 단장을 계속했다. 천만 다행이었다.
하지만 지니는 그 뒤로도 위험한 관람을 포기하지 않았다. 오히려 대담해져서 점점 가까운 곳으로 다가가고 있었다. 때로는 그녀가 없을 때, 혹은 그녀가 잠잘 때, 겁도 없이 화장대로 올라가 이것저것 만져보기까지 했다. 특히 그녀의 작은 콤팩트 거울을 좋아했다. 지니의 사이즈에 딱 맞았다.
그 거울을 보며 그녀 흉내를 내곤 하는 그런 일들이 어느덧 지니의 일상이 되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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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단편의 연재가 시작되였네요.
이 글을 보면서 제가 받는 느낌은 소설이라기 보다는 에니메이션을 보고 있는 듯한 착각이 듭니다.
왜죠? 혹 애니를 염두에 둔 이야기는 아닌지 궁금. 이야기를 풀어가는 방식은 역시 탁월합니다.
앞으로의 전개가 기대됩니다.
저도 앞으로의 전개가 기대됩니다..
쥐는 언제봐도 참 귀엽네요.. ㅋㅋ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