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번 시골의 두 번째 이야기입니다. 이번은 당시 방문했던 막걸리 양조장 이야기입니다.
개인적으로 막걸리를 좋아하는 정도가 아니라 사랑하는 정도이기 때문에 막걸리 이야기를 따로 분리했습니다.
1991년 처음 프랑스에 도착한 후 고통스러울 정도로 그리웠던 것 중 하나가 막걸리였습니다. 비록 비싼 가격이더라도 소주는 살 수 있었지만, 막걸리만은 어떻게 구할 방법이 없었습니다. 최근까지도 막걸리가 마시고 싶으면 한 번씩 교보문고 옆 피맛골에 있는 ‘열차집’에서 빈대떡과 함께 즐겼습니다. 막걸리에 빈대떡은 최고의 궁합이죠. 아쉬운 것은 ‘전통 부수기와 미관 망치기’의 하나로 시작된 디자인 서울 프로젝트가 이전의 피맛골을 다 헐어버려 편하게 막걸리 마시러 갈만한 좋은 곳이 사라졌습니다.
좋은 막걸리에 대한 갈증은 오랫동안 지속되었지만, 지난번 코엑스에서 있었던 대한민국 대표 막걸리 수십 종의 시음 이후 좋은 막걸리 찾기는 사실 포기한 상태입니다. 그런데 좋은 막걸리를 시음할 기회가 우연히 찾아왔습니다. 지난번 진천 방문 때, 진천에 사시던 작가분이 기어이 하루 자고 가기를 원했기도 했지만, 낯설고 더운 곳에서 하루를 더 머문 것은 최고의 맛이라는 두부와 함께 작가의 친구 분이 운영하고 있다던 최고의 막걸리 양조장 때문이었습니다. 그분 말씀은 어릴 때부터 친구인 사장이 대를 이어 막걸리를 만들고 있으며, 또한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술독이 있을 뿐 아니라, 우리나라에서 가장 맛있는 막걸리가 있으니, 구경도 하고 맛도 보는 것이 어떻겠냐는 유혹 때문이었습니다.
이튿날 새벽부터 은근히 압박하여 일찍 두붓집에 도착했지만, 두붓집은 휴가를 떠나버렸고 지난밤의 기대에 남은 것은 맛있는 막걸리 뿐이었습니다. 막걸리 양조장의 첫인상은 대단히 훌륭했습니다. 일제시대 지은 건물구조를 상당히 그대로 보존한 듯 보였습니다. 사장은 일 때문에 서울에 있었고, 함께 간 작가분은 직원들과도 익히 잘 아는 사이인지라 저에게 이곳저곳을 설명하고 구경시켜 주었습니다. 술독은 역시 들은 대로 대단한 크기였으며 어릴 적 보았던 기억을 되살려 주었습니다. 구경도 좋았지만, 본론은 막걸리입니다. 처음 딴 막걸리는 일반적으로 시중에서 많이 보는 플라스틱 통 속에 든 막걸리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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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라 설명하기도 싫을 정도로 화가 났습니다. 달기만 하고 도대체 뭐가 더 나은 맛인지 화가 났지만 억지로 참았습니다. 그리고 순수한 쌀도 아닌 밀가루가 섞인 막걸리 같았습니다. 직원 왈, 우리나라 사람들은 순수한 쌀막걸리보다 밀가루가 들어간 것을 더 선호한다는 설명이었습니다. 맞나요? 혼란스럽습니다. 대부분 사람이 밀가루 막걸리를 선호하는 것인지.
이어서 마신 병은 소주병 정도 크기의 유리병 막걸리였습니다. 순수히 우리 쌀로만 만든 막걸리라고 설명합니다. 기대 충만! 빈속이지만 군침 가득.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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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로워서 뭐라 설명할 수가 없습니다. 역시 큰 특징 없는 맛에 묽고 달았습니다. 직원의 설명은 우리나라 사람들은 단 것을 좋아한다나요. 그리고 인공감미료 아스파탐이 아니라 올리고당을 넣었답니다. 저는 되물었습니다. 이제 진짜를 좀 주시겠습니까? 제대로 전통의 맛을 느낄 수 있는 그냥 아무것도 첨가하지 않은 누룩 맛과 발효를 느낄 수 있는 쌀 막걸리를! 그러나 아쉽게도 그것이 전부였습니다. 유리병에 든 막걸리는 현재 서울의 유명 백화점과 협약하여 한 병에 6,000원에 판매가 되고 있답니다. 저를 안내했던 작가분도 머쓱해하며 막걸리 맛이 왜 이렇지? 라고 반문하였습니다. 함께 하셨던 분 역시 화가 나서 빨리 나가자는 눈치였습니다.
이렇게 하여 불편한 하루 잠자리의 대가는 아무런 소득 없이 실망으로 끝났습니다. 돌아서서 오면서 안타까운 마음이 가득하여 마음이 너무 무거웠습니다. 왜 우리는 전통의 맛을 즐길 권리도 없는지. 비록 대량은 아니더라도 소량이라도 전통의 방식으로 양조하여 소비자의 선택권을 넓혀주면 좋으련만. 저렇게 훌륭한 시설과 조건을 가지고도 제대로 된 막걸리를 생산 않는다면 누가 생산을 할 것인지. 과연 전통 맛을 살린 제대로 된 발효 막걸리가 나오더라도 구매할 사람이 충분히 없을지. 모든 것들이 혼란스러웠습니다.
현재까지 마셔본 것 중에는 슈퍼에서도 많이 판매하지 않는 봉화의 한 소규모 생산 막걸리가 가장 뛰어난 듯합니다.
제대로 된 막걸리를 마시고 싶습니다.
제발 아시는 분은 연락 좀 부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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