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을 쓴 후 알게 된 사실이지만 세왕주조의 막걸리가 허영만의 식객에 나온 막걸리였습니다. 단순한 출연이 아니라, 최고 혹은 대단한 막걸리로 표현되었나 봅니다. 허영만 씨의 만화를 본 적이 없어 모르지만, 음식에 대한 만화를 그린다고 해서 최고의 미식가라는 이야기는 아니겠죠.
일본 만화 신의 물방울은 와인에 대한 애착이 강한 작가의 상상력과 만화가 결합하여 뛰어난 작품을 만들긴 했지만 와인에 대한 제대로 된 정보만을 주는 바이블적인 참고서는 아닙니다. 첫 편부터 단편적이고 충분하지 못한 지식 때문에 사실과 다른 이야기들을 펼치고 있습니다. 3, 4편 정도까지 밖에는 보질 못했지만, 만화는 만화이지 바이블이나 교과서적인 정보 서가 아니라는 것입니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일본사람의 깊이 있는 연구와 이해는 인정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오늘 가까이 지내는 애니메이션 영화감독과 저녁을 하던 중 그의 생각은, 만화가는 사실보다는 과장된 방식으로 표현하여 사람들을 끌어들이는 직업이기 때문에 허영만 만화가는 자신의 일을 한 셈이고, 만화의 내용을 아무 생각 없이 사실 혹은 대단한 진실인양 받아들이는 귀가 얇은 독자의 잘못이라는 것입니다. 과장에 현혹되는 사람만 생각 없는 바보가 된다는 것인 셈입니다.
그리고 그 양조장의 또 하나의 큰 화제는 슬로우 푸드 창시회원인 주세페가 극찬하고 막걸리 누보에 까지 관여했다고 합니다. 주세페 씨를 개인적으로 아는 것은 아니지만, 사업 수완이 뛰어난 ‘이탈리아’ 사람인가 봅니다. 시작은 믿음이었지만 경험이 쌓이면서 가능한 이탈리아 사람을 신뢰하지 않게 되었습니다. 특히 ‘비즈니스’와 관계가 있다면 더욱 믿기 어렵습니다.
국내에 10개월짜리 가짜 파르미지아노가 정상적인 2년, 3년짜리로 둔갑해 판매되는 현실에는 이탈리아인들의 지대한 공헌이 있습니다. 저희조차도 값비싼 ‘진짜’ 파르미자아노 대신 가짜를 팔라는 의뢰를 여러 번 받았답니다. 이탈리아 또리노에서 열리는 슬로우푸드쇼는 말 그대로 쇼에다 장사치들이 판을 치는 놀라움의 현장입니다. 전시장 가장 중앙에 패스트푸드의 대명사인 ‘데체코’가 제일 큰 부스를 차지하고 있는 것을 보고는 어떻게 이해해야 할지 난감했습니다. 또리노의 살롱 델 구스또라는 슬로우푸드쇼를 방문했을 때 원래는 3일 정도를 예상했다가 하루 만에 도망치다시피 하여 빠져나온 적이 있습니다.
가업을 잇는다는 명목으로 소비자를 기만하고 돈벌이에만 몰두하는 사람이 싫습니다. 가업을 잇는다는 것이 진실을 추구하고 순수할 것이라는 가상적 믿음을 이용하여 돈벌이하는 사람이 싫습니다. 자세한 내막은 모르겠지만, 세왕주조의 막걸리는 ‘전통주’가 아니라는 판단이며 제대로 된 막걸리와는 상당히 거리가 멀다는 생각입니다. 누가 대통령상을 주는지 모르겠지만, 역대 어느 대통령도 미식가가 아니었던 점을 고려하고 대통령상을 이해해야 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그리고 결정을 내리는 사람들조차도 진정한 전문가라기 보다는 그 일에 관련된 사람이라면 상황은 더욱 나쁠 것입니다.
올해 코엑스에서 있은 한 전시회에서 소고기의 대통령상의 기준을 물었을 때 담당의 대답이 재미있었습니다. 마블링, 즉 소비자가 좋아하는 마블링이 기준이랍니다. 소비자가 원래 기름 덩어리 마블링을 선호했나요, 아니면 판매자들이 편의를 위해 마블링을 기준으로 등급을 매겨 소비자에게 암묵적인 강요를 했나요? 아무튼 마블링이 좋은 소고기가 인간에게는 좋지 않은 기름이 듬뿍 들어 있다는 것은 분명합니다. 자연보다는 사료를 통해, 정상적인 움직임보다는 좁은 공간에서 활동의 제약을 통해 만들어지는 것이 ‘충분하고 아름다운 마블링’입니다.
박정희 대통령이 즐겼다는 유명한 부산 금정산 산성 막걸리든 무엇이든 전통을 제대로 지키는 막걸리는 없는 듯합니다. 대부분의 막걸리가 전통 막걸리의 기본을 지키기보다는 ‘장사’의 기본을 지키고 있다고 해야 할 듯합니다.
진실한 음식, 진실한 막걸리를 마시고 싶습니다.
진실한 마음으로, 진실을 바탕으로, 진심으로 만들어, 진심으로 판매하는 제품을 원합니다.
Leave a Repl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