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용한 고택 방에서 책 읽고 싶은 마음이 간절합니다.
최면을 걸어놓은 듯, 가을이 시작되면 서점가서 책을 골라볼까 싶기도 하지요.
읽으려고 옆에 쌓아둔 책들도 많으면서…
올 가을은 ibooks의 ‘Old Cuisine…’과 audiolib의 ‘meditation’으로 대신할 생각입니다.
그나저나 바람좋은 가을 날, 쉬고 있으니 생각이 많아져서 머리가 무겁습니다.
접어두고 잠을 청하면 꿈속에서도 음식(윽! 이번엔 무화과잼이었습니다)을 할때가 많습니다.
(‘홀릭상태’라고 얘기하실 분들이 많을것 같습니다)
가을여행, 물든 잎들을 바라보면 20년전 파리근교 퐁텐블로 숲의 거목들이 내뿜어놓는
시원함, 풍성함 그리고 여유로운 성숙함까지 갖춘 곳이 떠올라 항상 그리워하고 있습니다.
지금은 훨씬 더 풍만함을 가지고 있겠군요.
많은 화가들이 모여 살기도 했던 곳이라해서 꼭 인생의 한시절을 보내보고 싶은 곳이기도합니다.
소박하게 그곳에서 그들이 바라보았을 곳곳을 나도 바라볼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입니다.
가을여행, 고속도로 타고 가다 도립공원 보고오는 것보다는
시골길을 따라 맑게 익은 단감홍시, 길가로 뻗은 설익은 얼음골 사과, 토종닭 백숙, 도토리묵…
멀리멀리 떠났다 한 곳에서라도 옛맛을 찾게 되면 정말 반갑게 느껴집니다.
일찍 찾아오는 깊은 시골의 한기에 고택 주인께서 군불이라도 지펴주시면
시골집의 정취가 더욱 깊어집니다.
깊은 가을날, 외갓댁 시골집의 흙돌담 옆에는 언제나 주홍색 홍시가 한두개씩 떨어져 있었던게
기억납니다. 흙이 묻었더라도 상관않고 주워먹었지요. 왜냐면 익을대로 익어서 가장 단맛이 많거든요.
사실 참새랑 나눠먹기 하는거라 늘 아쉽기만 했었던게 기억납니다.
시골집, 어떤 분은 정원을 가지게 되면 꽃보다는 과실수를 꼭 심겠다고 하시더군요
내가 정성쏟은 나무에서 열매가 맺히는걸 보고 먹는다는 건, 정말 유쾌한 일이지요.
도심에서라도 집옥상에 스티로폴 박스에서 고추며 상추 방울토마토를 키우는 분들이
많은 이유이기도 할것입니다.
나무를 심는 일, 제가 읽은 나무에 관한 책에서 인상깊게 남은 이야기가 있는데요,
전망좋은 산 기슭에 울타리를 치고 자기 집을 지을때 어떤 과실수를 심을지 고민이 된다면,
가장 좋은 방법으로 3미터가 넘는 나무막대를 원하는 곳에 꽂아두라고 합니다.
그러면 그 주변의 새가 날아와 그 나무막대 끝에 앉아서 쉬어가고
미처 소화시키지 못한 열매의 씨앗이 땅에 떨어져서
좋은 거름과 함께 그 곳에서 싹을 틔운다는 것입니다.
주변에서 사는 새가 먹은 과일 열매이니 그곳의 땅, 하늘, 바람, 비. 즉, 떼루와를 모두
이미 담고있는 씨앗이라는 것이지요. 굳이 종묘상에 가서 물어볼 필요없다는 결론.
오래전 어느 가을 날, 서점에서 눈에 띈 헤르만 헤세의 ‘정원일의 즐거움’.
제목에 이끌리고 작가가 직접 그린 삽화들이 너무 마음에 들었습니다.
들뜬 마음으로 책을 읽어내려갔지만 점점 헤르만 헤세의 진지함에 눌려
어려워지기 시작했고 1/3쯤 읽은 곳 표시만 해두고 덮어두게 되었답니다.
한두해 지나 또다시 어느 가을날,
큰 책들 사이에 숨겨져있는 것을 다시 꺼내서 휘리릭 넘겨보다가 눈에 띄인 한두구절 때문에
책 한권을 단숨에 읽은 것이 기억납니다.
‘내 정원의 한 켠에 빨갛게 잘익은 토마토의 맛은 어디에서 맛보는 것보다 훌륭하다’
‘마른 풀과 과일 껍질을 태워 재를 만들어 거름으로 뿌려준다’
오늘 또다시 그 책을 읽고 싶다는 생각과 함께 검색창에서 찾은 헤르만헤세 포탈사이트를 발견하고
이끌려들어가보았는데요. http://www.hermann-hesse.de/kr/
그 위대한 독일 작가의 매력에 또다시 빠지게 되었습니다.
삶의 위기를 극복하고자 독학으로 그리기 시작해서 3000여점의 수채화를 남겼다고 합니다.
한점씩 자료를 모아가며 차근하게 꼭 살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듭니다.
삿포로까지 수채화 전시회가 있었는데 우리나라에도 온다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10초간의 그의 육성을 들을수도 있었습니다. 정말 귀한 자료입니다.
독어를 전혀 모른다는것이 안타까울 따름입니다.
아주 바람직하다고 여겨지는 칼브 헤르만헤세 연구지원금.
그의 정신을 좇아 문학을 장려하고 국제적인 이해증진을위해
매년 3회에 걸쳐 작가나 번역가를 한사람씩 선정하고
칼브 시내 헤세의 생가근처에 있는 ‘시인의 집’에서 3개월간 머물면서
연구할 수 있도록 지원해주는 프로그램입니다.
그럼으로써 헤르만 헤세 문학상 수상자들에게 방대한 연구를 시행하거나
마무리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려는 것입니다. 정말 부럽지 않나요?
미디어에 노출되는 것을 극히 싫어했고
북적이는 사회생활을 하지 않았으면서도 인간의 상호관계에 대해 뼈절임이 느껴지는
남겨놓은 수많은 명언들을 읽으면서
저 자신에게 하는 말인것 같은 구절도 많고
지인들에게 전해주고 싶은 구절들도 있었습니다.
– 큰 일에는 진지하게 대하지만 작은 일에는 손을 빼는 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하는 것, 몰락은 언제나 여기에서 시작된다.
– 다른 사람에게서 사랑을 생활은 위험하다. 그 사람이 스스로 충만 되어서 나에게서 떠난다고해도 그 사람을 위해
기도드릴 각오없이 사랑하는 것은 처음부터 잘못된 일이다.
– 지금도 나는 이세상에서 남자들사이의 성실하고 훌륭한 우정만큼 멋진 것도 없다고 생각한다.
– 말로 갈 수도, 차로 갈 수도, 둘이서 갈 수도, 셋이서 갈 수도 있다. 하지만 맨 마지막 한 걸음은 자기 혼자서 걷지 않으면 안 된다.
– 모든 예술의 궁극적인 목적은 인생은 살만한 가치가 있다는 것을 일깨워 주는 것이다. 또한 그것은 예술가에게 더 없는 위안이 된다.
– 사랑은 우리들을 행복하게 하기 위해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들이 고뇌와 인내에서 얼마만큼 견딜 수 있는가를 보기 위해서 존재한다.
– 우리가 사람을 미워하는 경우 그것은 단지 그의 모습을 빌려서 자신의 속에 있는 무엇인가를 미워하는 것이다. 자신의 속에 없는 것은 절대로 자기를 흥분시키지 않는다
– 중요한 일은 다만 자기에게 지금 부여된 길을 한결같이 똑바로 나아가고
그것을 다른 사람들의 길과 비교하거나 하지 않는 것이다.
– 진실이란 무엇이냐, 또는 인생은 본래 어떤 식으로 짜여져 있느냐 하는 것은
각자가 스스로 생각해내야 하는 일이지, 책 따위에서 배울 수 있는 것은 아니다. -헤세
미래의 어느 가을날엔, 헤세의 책을 옆에 끼고서 (비록 책 따위 라고 그는 말했지만..)
가장 왕성하게 창작활동을 했던 곳 몬타뇰라에 꼭 가보고 싶어질 것 같습니다. ‘언젠가는 꼭’ 이라고 정해놓겠습니다.
맨발로 흙을 밟으며 손에는 정원가위하나 그리고 라귀올 잭크나이프 하나 들고 나갔다가
햇볕 받아서 따뜻한 딸기며 토마토며 오이며 옥수수, 가지들을 앞치마 한가득 안고와서 저장해둔 햄과 생선을 곁들여 쓱쓱 요리해 먹으면 얼마나 좋을까요?
그야말로 elle Cuisine (she cooks) in the gardner’s kitchen.
(긴 이름이지만 누군가 도용하기전에 빨리 이루어졌으면 좋겠네요)
여기에 욕심부려, 인심 좋은 옆 포도밭에서 와인 한병 가져와서 함께 즐겨준다면,
더이상 바랄게 없겠지요.
정말이지 가을은 다채로운 생각을 하게하죠? 헤세의 저 책은 제목에 끌려 사는 사람이 많을거 같아요. 저도 그 중한명. 올가을엔 색색 물든 산에라도 다녀오고싶습니다~
가을 산행을 기획해보면 어떨까요?
다른 여행도 많지만 앤치즈에서 가면 맛있는 것들이 많이 있거나 좋은 곳을 찾아갈 수 있어 더 좋을 것 같아요. 저는 항상 준비되어 있습니다. 몇 년 전 갔었던 오대산 단풍이 잊혀지지 않네요.
꼭 부탁드립니다. ^ ^
초콜릿을 아주 좋아하는 유리씨께 답글을 쓰다보니
가을 산행을 곁들인 야외 테이블에서 즐거운 시간을
보내는 게 너무 그리워졌습니다.
각자 한가지씩 예를들어, 과일, 빵, 오이, 토마토, 잼 등등
가져오시면 한상 근사하게 차려질 것 같은데요.
빨리 의견 모아 추진해주셔요
올해 봄 휴일에 호주 친구와 함께 했던
브런치 사진 올려봅니다.
네,,좋아요~~~^^ 언제로 할 것인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