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천 순대
진천을 포함하여 몇몇 지방을 방문했습니다.
진천은 경부선을 타면 병천을 지나야 합니다.
그 유명한 병천순대를 지나치기 어려워 고르고 골라 오래된 한 집에서 순대 맛을 보았습니다. 물론 그 전에 조미료 첨가여부를 물어 몇 집을 지나쳤습니다. 당연히 넣는다고 솔직하게 말씀을 하는 분들도 계시더군요.
마침내 결정한 집은 50년 이상 된 역사를 자랑하는 집이었습니다. 주인 할머니의 병천순대, 즉 그 집의 순대 자랑이 이어집니다. 열 다섯 가지 이상의 재료를 사용한답니다. 몸에도 아주 좋다고 합니다. 물론 조미료는 넣지 않는다고 하셨습니다.
기대를 하며 입에 넣었더니, ! ! !.
“저기 할머니 조미료 넣으셨네요?”
“응, … 조미료, 요즘 사람들 안넣어면 안먹지 ~. 그래도 우리는 많이 안넣는 편이야.”
” % $ @ ? ! ”
전형적인 전통을 자랑한는 원조할머니의 능청스런 거짓말에도 불구하고, 예의상 몇 점을 먹고 나왔습니다. 입안 가득한 조미료. 좀처럼 지워지지 않는 조미료향. 빨리 목적지로 향했습니다. 목적지에 빨리 도착하여 보이차로 입안을 행구기 위해.
전날 새별 4시경에 잠들었지만 잠자리가 바뀌어 채 여섯시가 되기 전에 깨었습니다.
오랫만에 카메라를 들고 밖으로 나갔습니다.
반기는 것은 매운 고추향과 함께 그윽한 조화를 이루는 농약 냄새. 뿌연 운무가 끼어 나름 볼 만했고, 아침 9시까지는 일행과의 움직임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보내야 했기에 마을을 크게 한 바퀴 둘렀습니다.
제가 좋아하는 1996년 태생 코닥 DCS560입니다. 14년 된 빈티지 디지털 카메라입니다.
이후 동행들과 예술작업 작업장 몇 곳을 방문한 후, 진천의 터줏대감이라는 작가 분이 저의 병천순대 이야기를 듣고는 정말 맛있는 순대집을 소개한다길래 진천 장터로 향했습니다.
시골 장터. 우리나라 8대 장터라는 진천 장터. 더워서 모든 것 생략.
기다리던 순대가 나왔습니다. 입에 들어가는 순간, 엄청난 양의 조미료와 싸구려 후추가 범벅이되어 도저히 말로 표현하기가 어려웠습니다. 소개해 준 분의 체면도 있고.
이렇게 더운 여름의 1박 2일은 힘든 경험으로 마무리되었습니다.

이른 아침, 동네를 한 바퀴 돌았습니다.



진천장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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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는 의식적인 노력없이는 조미료의 맛에서 벗어나기가 힘들다고 생각합니다.
인간이 육식을 시작하고, 지방의 고소한 맛에 길들여지는 것보다 더 강한 유혹인듯
가장 효율이 낮은 음식중 하나가 고기인데 인간이 아닌 지구를 위해서 좀 더 육식을 줄여야겠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