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년과 달리 올해는 유난히 소낙비가 많이 내리네요
덕분이랄까 한여름임에도 요즘은 손님들께서도 찾으시지만 저도 퐁듀를 자주 추천해드리고 있답니다. 눅눅히 젖은 옷은 에어컨 바람에 더욱 차갑게 느껴지고, 구들목 속 만화와 군것질이 생각나기도하지만, 사실, 저한테는 퐁듀만드는 일이 더욱 간편하기도하고 늘 생각나는 음식이기도 합니다.
그리고 솔직히 아직도 재미있습니다.
10년 가까이 매일같이 여러 냄비를 끓여내는 치즈퐁듀를 어떻게 재미있어하느냐고 의심하시겠지만, 글쎼요 사람좋아하는 것에 굳이 설명할 수 없는게 있는 것처럼, 저한테는 그런 음식입니다. 심지어는 유럽에 가서도 치즈퐁듀를 먹으니까요. 곁들이는 화이트와인 한 잔은 정말 좋아하구요. 특별한 연인들을 위한 날들을 앞두면, 예약손님들의 대부분이 퐁듀를 주문하시는데 그 전날부터 퐁듀를 미리 먹어두는게 다음날 치즈냄새 속에서 참을성을 가질수있게 한답니다.
우리의 가장 정겨운 조리도구중 가장 대표적인 것은 당연 퐁듀냄비입니다.손님들 중에 가끔 물어보시는게 그 치즈가 눌어붙어있는 퐁듀냄비를 어떻게 닦느냐입니다. 먹는 건 좋지만 뒷설겆이는 언제나 귀찮은 법이지요.
주방도구 닦는일은 스탭의 일이라 늘 맡겨두었지만 요즘은 스탭교체 과정에서 제가 직접해보고 있습니다. 그러면서 대를 물려서 쓸수 있는 르크루제의 무쇠솥을 잘 간직할 수 있는 나름의 세척방법을 이제야 깨달은 것에 너무 기분이 좋아서 글을 올리게 되었답니다.
치즈퐁듀의 경우 드시는 속도에 따라, 알콜불의 강도에 따라 눌어붙는 정도가 틀립니다.
열심히 드셔서 누룽지가 생기지 않는 경우도 많지만 농축되게 단단히 눌러붇은 누룽지는 아주 어렵습니다. 한번 더 눌려서 떼어낸다음 아주 납작한 부침개 주걱으로 긁기도하고
물을 담아 강한 가스불에 다시 끓여서 긁어내기도하고… 하지만 여느 고기집처럼 약품은 절대 사용하지 않았어요
우선은 남아있는 치즈의 분리된 기름을 휴지로 닦아내야합니다.
수질오염, 하수배관, 세제사용량 그리고 물사용량 기타등등을 생각하면 반드시 필요한 것이지요. 뜨거운 물을 담아서 불려 놓아야합니다. 남은 량에 따라 시간은 달라지구요.
그리고 반드시 나무주걱으로 긁어내야만 바닥이 상하지 않습니다.
저희의 냄비는 바닥이 손상된 부분이 있어서 녹이 슬기 시작해서 더욱 신경이 많이 쓰입니다. 올리브유나 콩기름으로 닦아두는건 나중에 치즈냄새와 맛에 영향을 주게 될뿐더러
여전히 녹이 생기거나 또다시 냄새 제거 때문에 닦아내야합니다.
그래서 치즈 자체의 기름이 남아 있는 상태로 계속 쇠수세미로 달래듯이 돌려 닦습니다.
그리고 물로만 헹군다음 불에 올려놓고 베어나오는 기름을 마른 행주로 계속 닦아줍니다.
어쨋든 옛날 장작 아궁이위의 가마솥처럼 조금은 인내심을 가지고 닦아낼 수 밖에 없다는 결론입니다. 이렇게 손질해두면 다음번 사용하고 세척할 때 기쁨은 커집니다.
그리고 이 무쇠솥은 평생 내곁에 친구처럼 영원히 함께 할 것이라는 큰 안도감마저 느끼게 된답니다.
무쇠솥은 정감있어서 참 좋습니다.
잘 길들이는 방법이 따로 있으면 배우고 싶은데 실장님께 배워야 될까봐요.. ^^
정말 요즘은 비가오는 날이 많아서 여름인데도 퐁듀를 자주 먹었던거 같습니다.
항상 여름이 지나 선선해지고 또 바람이 불면 싱숭생숭하는 맘과 함께 퐁듀 생각이 나고는 하는데…
무쇠솥은 매일같이 사용한다면 윗글처럼 씻을때 잘 다루어주면 될것 같구요
오랫동안 보관해야 할 경우에는 기름을 발라두는 것으로 알고 있어요.
아는 분께서 경주 교촌에 고택을 가지고 계시면서 주말마다 내려가셔서,
야채 가꾸는 재미와 꽃 피고 지는 것 보시는 것을 큰 낙으로 삼고 계신답니다.
한 계절이 지날때마다 그 분의 이야기 보따리는 점점 더 커지는 것을 느낍니다.
그분 댁의 한켠에 걸려있는 커다란 무쇠솥을 짐짓 저는 꽤나 탐내고 있지요^^
그 솥에다 안동이나 영주의 질깃한 쇠고기 등심과 푸짐하게 무, 고사리, 녹두나물
그리고 불린 줄기나물들을 넣고
육개장을 끓여 먹었으면 정말 좋겠다는 생각..
떨어진 빗방울에 나란히 줄지어 홈이 패인 흙마당을 바라보며,
뜨거운 질그릇을 감아쥐고 향수 젖은 속을 달래고 싶어진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