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래에 들어 가장 인상깊었던 맛집이 있다.
최근 몇년 사이에 가장 인상깊었던 맛집은 영주에 위치한 보리밥집이다.
아무 것도 특별한 것이 없다.
너무 평범하여 무엇이 더 뛰어난 지 설명조차 어렵다.
그러나 이 집에는 특별한 것이 있다.
아무런 특징이 없는 나물이 특별하다.
나물의 품질이 특별히 뛰어나지도 않다.
단 하나 특별한 것을 이야기하라면 주인장의 손맛이다.
특별한 것을 넣지도 않고 아주 간단하게 나물을 무치지만 간이 기막히고 나물의 향들이 잘 살아있다.
나물도 보통 여섯 일곱가지가 나오지만 항상 시간을 맞추지 못해 너댓가지로 먹어도 맛있다.
한 양푼이로는 성이 차지 않아 보통은 두 양푼이를 먹어야 한다.
미안해서 항상 일, 이천원을 더 낸다. 물론 잘 받지는 않지만.
최근 여행에서 이 집 외의 두 집을 더 알게 되었다.
새로운 두 집은 아직 한 번 밖에 가보질 않은 곳이긴 하지만 여러번 가보아야만 맛있는 집이라 판단할 수 있는 수준을 넘어서는 집들이다. 단 아쉬운 것은 길이 이후에도 먹고 싶지만 길이 멀어 갈 수 없다는 것뿐이다.
두 집 모두 재래식으로 가마솥에 콩을 삶아 직접 두부를 만드는 집이자 운치 역시 최고수준이다. 아마도 외국인들이 간다면 거의 넘어갈 정도로 멋진 인테리어를 지니고 있다. 안타깝게도 두 집 모두 길가에 위치하며 외진 곳에 있다. 아무 것도 꾸민 것 없이 시골의 집에 싸구려 테이블을 마당에 두고 있거나 방을 이용한다. 특히 한 집은 내려앉은 곳에 위치하며 간판도 거의 보이지 않아 찾는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 그러나 수십년 전쯤 와보았음짐한 아련한 추억을 자극하는 풍경은 너무나 인상적이다.
한 집은 지역에서는 이미 많은 사람들에게 알려져 있는 듯 했고 두부의 콩맛이 잘 살아 있었다. 고추장, 된장도 만들어 판매를 하고 있었다. 된장은 증평의 유명한 된장집과는 비교를 불허할 정도로 콩맛이 제대로 살아있고 옛날 맛에 가까웠다. 영주에서 보리밥을 먹고 난 후에 우연히 들런 곳이라 아주 배가 부른 상태에서 먹었다. 배가 이미 찬 상태에서 먹는 두부였지만 막걸리와 함께 즐길 수 있을 정도로 맛있었다. 다른 음식들은 먹어보지 못햇지만 역시 맛있을 것으로 생각된다. 다음에 꼭 가서 먹어봐야 할 음식들이다.
그러나 무엇보다 우선 순위에 있는 집은 도로보다 더 낮은 곳에 위치해 제대로 보이지 않는 집이다. 집 이름도 모른다.
앞서 들런 집의 두부도 맛있었지만 양념장의 맛이 떨어져 두부의 참맛을 느끼기에는 부족했다. 두번째 이야기하는 집은 두부의 맛이 비슷하거나 우월했지만 무엇보다 두부의 맛을 제대로 살릴 수 있는 양념장이 있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최고는 모밀묵이었다. 모밀묵의 참 맛은 연세가 있으신 분들은 대부분 잘 알 것이다. 배고픈 시절 장터에 가면 싼 값에 양념과 김 몇조각을 얹어 비벼먹는 모밀묵의 맛은 무엇과도 비교하기 어렵다. 이 집은 이 모밀의 입자들을 제대로 느낄 수 있도록 쑤었을 뿐 아니라 양념장과의 조화는 뛰어났다.
이 집에서 먹었던 두부와 모밀은 세번째 점심이었기에 그 이상을 먹을 수 없었다. 비빔밥 몇 양푼이, 두부와 막걸리, 그리고 이어서 먹는 두부와 모밀이었으니, 그것도 두시간 사이에 벌어진 일이었으니 그 이상은 절대 무리였다. 옆 테이블에 나온 모밀묵 정식은 거의 먹고싶다는 생각을 고통으로 바꾸었으니 무엇을 더 이상 설명을 해야 할까나.
함께간 다섯 명은 이집을 잘 기억하고 있을 것이다. 그러나 두번째 집은 주인에게는 미안하지만 다른 사람들에게 소개는 미룰 생각이다. 음식이 나빠지고 분위기가 오염되어 알고 있는 몇 안되는 맛집을 박탁당하고 싶지 않기 때문이다.
그럼 이 글을 왜 쓰냐고?
최근에 발견한 아주 맛있는 집이라 기뻐서라고 해야할 듯.
그러나 반드시 이 집에 가야만 하는 이유가 있는 분이라면 개인적으로 문의를 하시길.
또 다시 먹을 수 있는 그 날을 기대하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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