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에서 가장 맛있는 소고기를 어디서 찾을 수 있을까요?
어려운 질문이죠?
그러나 답은 의외로 쉬운 곳에 있습니다. 바로 우리나라에서 소고기 품평회가 있고 여기서 우열을 가립니다. 즉 대통령상을 받은 소고기가 가장 품질이 뛰어나고 맛이 좋은 소고기이겠죠.

고기를 보니 맛이 보이나요?
음식 좀 먹는다는 미식가라면 고기의 색이나 모양을 보면 맛이 보일 것입니다.
많은 사람들이 비싼 비용을 지불하며 소고기 A 플러스, 혹은 플러스도 모자라 A 투 플러스를 찾습니다. 그러나 저는 가능하면 3등급이나 2등급을 찾습니다. 왜냐구요?
우선 소고기의 등급은 어떻게 구분되는지부터 이야기해야 할 것 같습니다.
우리나라 고기의 등급은 마블링을 중심으로 구분됩니다. 마블링이 골고루 잘 퍼져 있어야만 좋은 등급을 받습니다.
그러면 2등급, 3등급의 마블링이 어떨지 이해가 될 겁니다. 기름이 적어 마블링이 잘 형성되어 있지 않고 질깁니다. 그럼 당연히 선택은 1등급이라고요? 저는 아닙니다. 그래도 저는 느끼한 기름덩어리의 소고기보다 질기지만 맛이 있는 3등급을 선택합니다.
아래는 제 나름의 변입니다.

자연 속에서 자라는 모든 소고기에는 마블링이 거의 형성되지 않습니다. 그리고 고기는 질깁니다. 특히 자연 속에서 자연의 목초를 먹고 자라면 고기는 엄청나게 질겨집니다. 옛날에 한우가 좋았던 것은 농경사회에서 일을 하고 자연의 풀을 먹고 자랐기 때문에 고기가 질깁니다. 질기지만 고기를 씹으면 씹을 수록 맛이 우러났습니다. 특히 국을 끓이면 국물이 진하고, 고기는 질기지만 퍽퍽하지 않고 질감이 좋았습니다. 요즈음은 한우로 소고기 국을 끓여도 옛날같은 맛이 나지 않는 것은 대량생산 사료와 폐쇄된 환경 속에서 자라기 때문에 근본적으로 다른 맛의 한우가 되어버린 탓입니다.
우리가 소비하는 소들이 자연 속에서 풀을 뜯는다는 것은 영화나 상상 속으로 사라진지 오래되었습니다. 그나마 좀 더 자연에 가깝고, 기름이 적으며, 씹을 수록 진국이 우러나는 소고기는 3등급 정도 뿐입니다. 최근들어 소의 연령에 대해 관심들이 많지만 암소라는 것은 일반 시중에서 구경하기도 쉽지 않고 있더라도 대부분은 연령이 열 살 내외입니다. 새끼를 낳을 만큼 낳은 후 잡기 때문입니다. 암소가 맛이 좋은 연령은 3년 전후인데 한창 새끼를 낳을 연령에 잡을 이유가 없습니다. 경제적이지 않기 때문입니다. 우리가 시중에서 구하는 일반적인 소고기는 거세한 숫소입니다. 연령도 어리고 평생 우리 밖으로 나가질 않기 때문에 고기도 연하고 마블링이 잘 형성됩니다. 마블링과 자연은 천적관계입니다. 결과적으로 마블링은 좋지만 고기는 기름을 제외하면 거의 무맛에 가깝습니다. 사람들이 가능한 한 기름이 많은, 즉 마블링이 좋은 고기를 찾는 이유가 부족한 맛을 기름이 채워주기 때문입니다.
와인도 상황이 유사합니다. 일부 국가의 와인 소비자는 달고 신맛이 적은 와인들을 선호합니다. 단맛을 위해 특별히 만들어지는 와인을 제외한다면, 와인은 적당한 산도와 함께 쓴 맛이 좋아야합니다.
비옥한 토양이나 사람의 손이 많이 닿은 환경에서 자란 와인은 가리는 음식이 적으며, 기름이 많고 소스를 많이 사용한 고기와 잘 어울립니다. 거친 토양에서 자란 와인은 자연 속의 환경에서 자란 소의 소스없는 단순한 고기와 잘 어울립니다. 미국이나 칠레, 호주 등의 와인들은 햄버거와도 편히 먹을 수 있지만, 프랑스나 일부 유럽의 와인들은 그냥 마실 때는 좋은 인상을 받기 어렵지만 듯 생고기에 가까운 좋은 품질의 고기 한 점과 함께 할 때 와인의 맛이 제대로 느껴진다는 것을 경험한 적이 있을 겁니다.
단순하고 어렵지 않게 배울 수 있는 사실입니다.
일본인들은 참치를 좋아하고 특히 참치의 뱃살을 좋아하여 소고기에서도 참치의 뱃살 맛을 만들었습니다. 고베고기입니다.
특이하게도 비싼 비용을 지불하면서 기름이 많은 소고기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우리나라와 일본인 것 같습니다. 일부 맛을 잘 모르는 서양인들까지 가세하여 고베소고기를 찬양하기도 하지만, 고베소고기를 끔찍하게 여기는 미식가들도 많이 보았습니다. 프랑스의 유명한 비육우인 샤롤레, 누구나 최고라 추켜세우는 아르헨티나의 소고기, 등은 뛰어난 맛을 지녔지만 마블링과는 거리가 먼 것들입니다. 우리의 선택이 현명해질 때 질좋은 먹거리를 구하기 쉬울 것이며, 우리의 식탁에서도 자주 만날 수 있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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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을 보니 느끼한 기름이 느껴져 역겹습니다.
그렇다고 사진을 뺄 수도 없고 …
토할 것같이 역겹게 느껴집니다.
와인 평론가 로버트 파커의 입맛을 맞추기 위해 노력하는 일부 와인 양조업자들 때문에 와인의 맛을 잘 모르는 저와 같은 범인(凡人)들이 저지르는 잘못된 맛의 상식과 같은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고 생각되네요. 누군가 정해버린 맛의 기준을 꼭 따를 필요는 없어 보입니다. 마블링도 그 중 하나겠죠. 글 잘 일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