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세상에!
한낱 닭때문에 이런 정처없는 여행을 시작할 마음을 먹다니 .
상상하기 어렵겠지만 닭때문에 여행을 시작하게 되었답니다. 그것도 목적지도 잠잘 곳도 정하지 않은채.
앤뀌진에서는 청송이라는 오지의 한 마을에서 기르는 닭을 수년간 사용했죠. 지난 겨울 몇달간 많이도 아닌, 기껏해야 일주일에 서너마리 정도 사용하자 닭은 이내 더 이상 남아있지 않게 되었습니다. 다시 키워서 보내준다는 답을 받았지만 몇개월이 지나도 답이 없었습니다.
해서 할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은 우리나라 최고의 백화점에서 판매하는 가장 비싼 닭을 사용하는 것. 누구나 쉽게 할 수 있는 가장 손쉬운 방법이죠.
백화점에서 닭 한나라를 구입했습니다. 가장 비싸고 좋은 놈으로.
단돈 1만 9천원! ? …
주문 통닭 한마리 1만 몇천원, 삼계탕 7,8천원.
그렇담 우리가 먹는 보통 닭은 생닭이 도대체 얼마란 말인지?
초고가의 백화점 닭의 맛은? 육질은?
비싼 돈을 지불했기 때문에 큰 기대를 하는 것은 당연하지만 순진한 발상이었다는 것을 금새 깨닫게됩니다.
몇천원 짜리 닭들 보다는 낫지만 맛이나 육질은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좀 더 질기고 고소한 맛은 있지만, 팍팍한 느낌, 풍부한 피하기름 덩어리, 느끼하고 덜덜한 사료의 맛이 잘 느껴지는 고깃살. 저로서는 도저히 감당하기 어려운 조미료표 닭고기였습니다.
결론은 레스토랑에서 사용하기에 부적합.
이제 할 수 있는 것은 먹을 수 있는 닭을 직접 구하는 것 뿐입니다.
좋은 닭을 바라는 것이 아니라 최소한 땅을 걷고, 다니며 흙과 모래를 주워먹은 닭을 원할 뿐입니다. 이런 닭이라면 피하지방의 상태와 닭고기의 냄새가 많이 다르다는 것은 알기 때문입니다.
정처없는 여행의 결정에는 닭 외에 풀이 아닌 야채도 함께 구해보자는 바람도 있습니다.
레스토랑을 일주일간 닫고서 떠난다는 것이 무모한 것 같을 수 있지만, 최소한 사람이 먹을 수 있는 것을 먹고, 손님에게도 내어야겠다는 생각이라면 더 이상 주저할 수 없는 결정이었습니다.
이제 여행이 시작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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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 ~
새벽에 혼자서 방에서, 그리고 무서운 화장실에서 이동하면서 글을 쓰고 올릴 수 있다니 놀랍습니다. 그것도 봉화 중에서도 더 오지라는 춘양골짜기에서 이런 일이 가능하다니 현대 문명이란 대단합니다.
엉성함이 자연스러워 수정하고 싶지 안습니다.
자연 … 그대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