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일 아침, 한강변 잔디밭에서 하늘 쳐다보며 좋은 자리를 고릅니다
동쪽편에 떠있는 해가 오후 서너시까지도 나무그늘이 드리워지지 않는 밝고 따뜻한 자리를 찾기 위해서입니다. 모포 한 장, 책 한 권 그리고 빼놓을 수 없는 과일 한가지면 … 너무나 풍족한 휴일입니다. 지난 주말만해도 나무그늘 밑에 여러 사람들이 모여 있었는데, 전날 내린 비와 쌀쌀해지는 바람 때문인지 그렇게 자리펴고 누워있는 사람은 혼자 뿐이었습니다. 전날 내린 비와 쌀쌀해지는 바람 덕분에 짧게 깎은 잔디는 더욱 반짝이면서 깨끗한 초록빛으로 마음을 편안하게 해주었고, 축복같은 햇볕 속에 시원한 가을 바람은 쉬고 싶은 머리를 맑게 해주었습니다.
나이가 들어가면서, 하는 일에 점점 많은 책임이 주어지는 것이 가끔 벅차게 느껴질 때가 있는 것 같습니다. 큰 행사나 손님 맞이는 8년이란 기간동안 태연한 척 해 왔지만 사실 마치고 난 다음날 아침이면 꿈 속인듯 전날의 일들이 한 장 한 장 스쳐지나가는 그 순간이 가장 힘겹기도하고 다시 즐거운 마음으로 일어서게 되는 힘을 주기도 합니다. 늘 즐거운 마음으로 일을 하지만, 점점 예민해져감을 느낍니다. 이번의 양고기 소시지 만들기 파티에서도 ‘… 했었더라면’ 이라는 아쉬움들이 참 많았습니다. 양고기의 해동정도, 도구, 양갈비의 맛… 기타 작지만 신경써야했던 것들. 이부자리 속에서 반성만 하고 있을 수 없어서 재빨리 집정리하고 책 한권 끼고서 한강변으로 향했습니다. 깊은 숨을 들이쉬고 누운자리에서 떠오르는 장면들은 같이 행사에 참여하신 분들의 웃으시는 모습이었습니다. 낯선 사람들이 한테이블에서 긴 시간을 함께 보내는 것이, 게다가 음식을 만드는 것이 어려울 수 있었지만 여기저기서 터져나오는 웃음소리에 즐거운 시간을 보낸것 같아 또다시 깊은 안도의 숨을 내쉬고 따뜻한 햇볕속에 잠시 잠들었습니다. … 감사합니다.
이 세상의 진실에 대한 정의가 영구적이지 않은 것처럼, 정답이라고 할 수있는 레시피는 없겠지만 다소 귀찮기도하고 번거롭지만 지키고 싶은 요리법은 개인적으로 몇가지 있습니다. 유럽 여행중에 늘 사먹을 정도로 좋아해서 맛있었던 그 맛을 더듬으며 그 중 양고기 소시지를 만들때 적용되는 것을 적어보았습니다. 재료에서 가장 중요한 세 가지는
양고기, 양내장 그리고 양념 입니다. 고기는 많은 종류의 향신료로 양념을 하지만 씹히는 질감을 위해서는 기계로 분쇄하는 것보다 칼로 다져야하고, 그래야만 강한 향신료 속의 고기 맛을 살릴수가 있습니다.
살코기와 지방의 배합은 취향나름이겠지만 적당량으로 섞여야만 구워지면서 지방분이 빠져나오면서남아있는 살코기부분에 베이게 되어 고소하면서도 풍부한 육즙의 고기맛을 즐길 수 있습니다.
양내장을 사용해야하는 이유는 투명하게 얇고 다른 주재료의 맛을 거슬리지 않는 그 질감때문이며 가격 부담과 손질에 까다로움이 있지만 꼭 챙겨야하는 재료입니다.
허브, 향료, 양념의 선택 또한 취향문제입니다. 하지만 건조시킨 허브종류에도 신선함을 가진것이 있고 페퍼민트는 생것을 사용한것이 좋았습니다. 양념을 한 후에 올리브유 몇 스푼을 넣어서 차가운 고기를 손이 시리지만 고기의 양념을 감싸주면서 잘 베일수 있도록 충분히 치대어주어야 합니다.
이렇게 다음번에 만들때도 게으름을 피우지 않도록 레시피를 정리해보면서 장갑 끼지 않고 반죽했던 손을 바라보고 냄새를 맡아보았습니다. 파프리카와 칠리의 그 짙은 붉은색과 코리안더, 타임, 아니스와 같은 이국적인 향은 손에 베일까봐 걱정했지만 만하루도 지나지 않아 금새 아쉬울정도로 그리워집니다. 아마도 오늘을 넘기기전에 다시 만들어 먹을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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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신료 조합이 좋은데요?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