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레스토랑에서 식사할 때면 작고 못생긴 잔을 늘상 만나게 된다. 우리나라의 많은 호텔, 레스토랑에서 사용되는 크고 멋진 크리스탈잔에 익숙한 사람은 더욱 잔에 대한 불만을 가지게 된다. 이 잔은 작고 유리로 만들어져 싸고 다루기도 쉽다. 프랑스 레스토랑들이 이 잔을 사용하는 이유는 비단 이런 이유 때문만은 아니다.
이 잔을 사용하는 가장 중요한 이유는 이 작은 잔의 용량에 있다. 이 잔에 와인을 가득 따르면 20cc, 즉 200ml 가 채 되지 않는다. 프랑스인들은 이 잔을 19cc 잔이라 부른다. 와인 한 병이 75cc(750ml)이니 19cc x 4잔 = 76cc(750ml)가 된다. 와인을 잔에 찰 정도로 채워 네 잔을 따르면 와인 한 병이 완전히 비게 된다.
와인을 잔으로 주문을 했을 때 부어주는 와인의 양에 대해 서로가 속이고 당하고 할 이유가 없게 된다. 이 잔은 레스토랑과 손님사이의 믿음과 신뢰의 잔이 되는 셈이다.
우리나라의 대부분 호텔과 레스토랑은 와인 한 병으로 7잔 이상 만드는 것이 일반화되어 있다. 잔으로 판매되는 와인의 가격이 온전한 병 대비 4분의 1 이상인 경우가 대부분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소비자는 와인 한 잔을 주문할 경우 터무니없이 비싼 와인을 마시게 되는 셈이다. 크고 멋진 잔을 사용하는 댓가치고는 지나칠 정도로 적은 양을 받게 된다.
볼품없지만 신뢰가 담긴 19cc잔, 양에 대한 믿음을 가질 수 없는 크고 멋진 잔.
선택조차 불가능한 와인문화가 안타깝다.
하… 이런 뜻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