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친구가 수입하는 와인의 와이너리 행사에 참석했습니다.
실내악 트리오가 편안하게 연주가 되고 있었고, 브르고뉴 크레망이 준비되어 있었습니다. 오랫만에 지인들도 만났습니다.
어떠한 정보도 없이 참여한 행사였지만, 행사에서 시음할 와인이 2008년 wine specatator에서 선정한 올해의 와인이라는 것을 듣고 약간의 호기심이 들었습니다. 대단한 와인들임에 분명하지만 약간의 호기심이지 큰 호기심이 들지 않은 것은 거의 마시지도 않고 좋아하지도 않는 칠레의 와인들이었기 때문이었습니다. 칠레와인은 최고봉이라는 것들까지 여럿 시음을 해보았지만 제 취향과는 많이 다른 와인들이 대부분이었습니다. 거부감드는 칠레포도의 맛이 바탕으로 느껴지며 – 한 동안 선택의 여지없이 수입된 칠레산 포도를 너무 많이 먹으면서 생긴 칠레포도 특유의 맛에 대한 거부감 – 두툼한 껍질에서 나오는 둔탁함과 , 낮은 산도, 높은 당도 때문에 제가 좋아하기 힘든 와인들이 대부분이었습니다. 심지어 칠레산 올리브유 조차도 유사한 맛의 토양이 느껴지기도 하는 것을 경험했기 때문에 더욱 좋아하기 힘들어졌습니다.
첫 시작은 화이트였습니다. 첫 와인을 받아들고 조금 놀랐습니다. 칠레 특유의 색이나 투명도가 아니라 프랑스산과 유사했습니다. 밝은 색과 낮은 탁도가 경쾌하게 보였습니다. 맛 역시 유럽의 맛이 많이 녹아있었습니다. 물론 칠레특유의 맛이 가미되어 있었지만 상당히 놀랄 정도의 향과 맛이었습니다. 산도는 역시 부족했습니다. 궁금해서 이 와이너리에 대해 물었더니 프랑스 르와르지역에서 소비뇽블랑으로 유명한 상세르를 만드는 샤또 드 상세르 (Chateau de Sancerre) 집안과 친척지간이며 와인을 만들 때 관여하는 것으로 들었습니다. 맛을 상당히 프랑스적으로 만들었다는 것에 대한 이해가 쉽게 되었습니다.
이후 시라품종으로 만든 레드와인과 2008년 올해의 와인으로 선정된 끌로 아팔타(Clos Apalta) 등의 레드와인을 시음했습니다.
시라 역시 잘 만들어진 와인이었습니다. 호주의 라그랑쥬와 프랑스의 에르미타쥬가 연상되었습니다. Clos Aplata도 다른 칠레와인들과는 많이 다르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99, ’03, ’05를 차례로 마셨던 것 같습니다. 해에 따른 와인의 변화폭은 적었습니다. 아마도 기후의 변화가 적은 안정적인 환경 덕분인 듯 합니다.
모든 와인들이 제가 그 전에 마셨던 칠레와인들과는 달랐지만, 역시 칠레와인의 범주에서 벗어나기에 한계가 느껴졌습니다. 제가 칠레와인을 좋아하지 않기 때문에 최고의 와인이라는 것에는 그냥 웃고 넘기는 것이 편하지만, 저와는 취향이 다른, 그리고 특히 대부분의 사람들이 좋아하는 산도가 낮고, 당도가 더 높은 와인이 좋은 와인의 기준이라면 아주 괜찮은 와인이라 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좋은 저녁과 편안한 모임, 그리고 이름있는 구하기 힘든 귀한 와인의 시음까지 친구 덕분에 가진 좋은 시간이었습니다.
와인. 지식으로 먹는다죠? ㅎㅎ
알수록 맛이 더해지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