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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산지보다 싼 와인을 시작하면서
우리나라는 세금과 판매구조 때문에 와인의 가격이 가장 비싼 나라 중이 하나입니다. 그러나 가끔은 훌륭한 와인임에도 불구하고 프랑스 보다 더 싼 가격으로 마실 수 있는 와인들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됩니다. 시간이 허락하는 대로 현지보다 국내에서 더 싸게 마실 수 있는 와인들을 소개하겠습니다. 첫 번째 소개하는 와인은 프랑스 보르도 뽀머롤(Pommerol) 와인인 클로르네(Clos René)입니다. 현지보다 많이 쌉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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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도 2003년 경이었던 것 같다. 부르고뉴 와인을 좋아하지만 한 동안 뽀머롤 와인에 푹빠진 적이 있었다. 라 꽁세이앙뜨, 샤또 비유세르텡, 가젱, 라 플뢰르, 네냉 등등.
좋아하는 뽀머롤 와인은 많지만 가격이 싸지 않으며, 특히 마실만큼 익은 와인을 구하기도 어려워 유럽여행 동안 자주 구해 마실 수 밖에 없었다. 하루는 셍제르멩-데-프레 근처의 레스토랑에서 식사를 하였다. 90년대 빈티지의 뽀머롤 와인이 있어 보니 가격이 만만치가 않았다. 이름도 잘 모르는 와인이라 선뜻 130유로를 지불하고 마시기에는 내키지 않아 부르고뉴산 본로마네를 마셨다.
뽀머롤 와인은 종류가 많지 않은 데다, 라벨이 소박하여 끌로르네 와인에 많은 관심이 가서 쉽게 잊혀지지 않았었다. 어느날 자주 와인을 함께 드시는 분이 끌로르네를 가지고 왔다. 얼마나 반가웠는 지, 그리고 정성스레 디캔팅을 한 후 함께 나누어 마셨다. 여느 유명한 뽀머롤 와인에 뒤지지 않는 훌륭한 맛을 지니고 있었다. 진한 뽀머롤의 향이 가득한 기쁜 저녁이었다.
이 후 끌로르네는 지금껏 선호와인 리스트에 올라있다. 집사람이 하는 레스토랑에서 판매하는 가격이 2009년 8월 현재 110,000 원이다. 지금쯤 파리에서는 200유로 내외는 줘야 마실 듯 하지만 한국에서 절반 훨씬 못미치는 가격에 마실 수 있다는 즐거움이 너무나 크다. 그러나 더 중요한 것은 와인의 품질이다. 와인 병마다 조금씩 상태가 달라 조금 시음한 후 디캔팅 시간을 결정하고 충분히 참고 기다려 마시면 어떤 가격의 와인도 부럽지 않은 맛과 향을 주는 기쁨이 얼마나 큰지 와인을 즐기는 사람이라면 이해할 것이다.
한 번은 페트뤼스와 함께 마신 적이 있었다. 다들 쉽게 어느 와인이 더 좋다고 말을 할 수는 없었지만 나는 속으로 웃었다. 다들 놀라며 또한 개인적으로는 더 맛있다고 느꼈기 때문이다. 물론 엄청난 가격 때문에 자주 마시는 와인은 아니지만 페트뤼스를 맛있게 마신 적이 없기도 하다.
그리고 한 번은 뽀머롤 몇가지 와인을 프랑스 네고시앙고 저녁 내내 블라인드 테스트 한 적이 있다. 물론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샤또 벨브리즈(Château Belle-Brise)가 가장 좋았지만 성격이 다른 와인이기 때문에 나쁜 것이 아니라 또 다른 개성으로 좋았었다. 프랑스 네고시앙은 그 날 최고의 와인으로 클로르네를 선택했었다.
갖가지 에피소드들이 있었지만 더욱 기쁜 것은 조금 무리를 하면 접근을 할 수 있는 가격, 그리고 프랑스 보다 몇 배 더 싼 가격에 즐길 수 있다는 사실이다. 이 와인을 제대로 마시고 있자면 더 비싼 와인들이 생각나지 않는다는 것도 너무나 우리를 기쁘게 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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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에라도 구입이 가능한가요?
우리가 원하는 것은 적은 돈으로 최고의 기쁨은 주는 와인을 찾는거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