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즈퐁듀라는 이름도 이제는 많이 익숙해진 것 같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시도를 해보았거나 이름이라도 한 번씩은 들어보았을 겁니다. 그렇지만 치즈퐁듀를 이해하는 것은 쉽지도 않을 뿐더러 많은 시간이 필요합니다.
치즈퐁듀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우리의 된장을 이해해야 합니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된장을 좋아하죠. 특히 된장을 좋아하는 사람들은 공장에서 생산된 곰팡이를 주입한 밋밋한 된장보다는 온갖 곰팡이가 섞여 복합적인 향을 내는 것을 좋아할 것입니다. 치즈 퐁듀도 놀라울 정도로 된장과 닮은 음식입니다. 맛있는 된장찌게를 만들려면 좋은 된장이 필수요소이듯이 맛있는 치즈퐁듀를 만들려면 좋은 치즈는 필수입니다. 옛날 시골에서 나는 구수한 된장을 기억하는 분들도 계시겠지만 그 된장은 아주 짠 경우가 많고 구린한 구수한 맛이 어울어져 있습니다. 아무리 맛있는 된장이라도 맛있는 밥이 없으면 된장을 많이 먹기 힘들죠. 치즈퐁듀도 재래식은 짜고 쓴맛도 강하지만 구린향과 구수한 여운이 어울어지는 음식입니다. 빵, 감자, 화이트와인 한 잔을 곁들일 때 최고의 맛을 느낄 수 있습니다.
치즈퐁듀를 처음 접하거나 제대로 된 것을 접해보지 못한 사람들이 잘 만들어진 스위스식 혹은 사보아식 치즈퐁듀를 접했을 때는 반응들이 아주 다릅니다. 아주 좋아하거나, 역으로 도대체 이것을 왜 먹는지 모르겠다거나 하는 반응입니다. 당연합니다. 서양인들에게 된장찌게를 주었을 때도 똑같은 반응을 합니다. 먹기 힘들어 할 뿐만 아니라 뒤로 돌아서서는 이것이 사람이 먹는 음식인가 하는 반응을 보이는 외국인도 있습니다. 그러나 처음 먹으면서도 된장에 빠져 미치도록 좋아하는 외국인도 있습니다.
오래전 저희 집에서 외국인들이 함께 산 적이 있습니다. 주로 뉴욕에서 온 사람들이 많았는데 아침식사는 저희와 함께 했습니다. 모든 음식은 한국식이었습니다. 특별한 음식은 없고 된장과 김치가 주메뉴였습니다. 지금도 기억나는 한 외국인이 있습니다. 뉴욕에서 태어나 평생을 뉴욕에서 살았던 사람이었지만 된장을 아주 좋아했습니다. 함께 밥을 먹을 때 항상 느린 속도로 먹었습니다. 모두 식사가 끝나면 반쯤 남은 된장을 혼자 편하게 모두 먹기 위해서였죠. 된장 뿐만 아니라 김치, 비빔밥도 좋아했습니다. 한 달 정도 지나니 김치, 된장의 출처도 맞추었습니다. 그러나 한국음식이 입에 맞지 않아 괴로워 하던 사람도 있었습니다.
저는 음식은 한 지역의 문화, 사회에 대한 동화정도를 측정하는 좋은 도구라 여깁니다. 특정 지역의 음식을 좋아하는 사람들은 대부분 그 특정 지역에 대한 호감이 지배를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치즈퐁듀는 환상적인 음식이기도 하지만 일부 사람들에게는 끔찍한 음식이 되기도 합니다. 우리나라에서는 제대로 된 치즈퐁듀를 접할 수 있는 곳이 많지 않기 때문에 더 이해하기는 어렵습니다. 그리고 비록 스위스에서 치즈퐁듀를 먹더라도 관광지에서의 일부 치즈퐁듀는 외국관광객의 입맛에 맞춘다며 밋밋한 맛만나는 치즈퐁듀를 접할 수도 있습니다.
예전에 저희 직원 중 한 사람은 체인 식당에서 치즈퐁듀를 개발한 경험담을 이야기 해 준 적이 있습니다. 스위스에서 요리연수를 받은 사람이었지만 치즈퐁듀를 잘 알지 못해 치즈퐁듀에 늘어나는 질감을 위해 저가 피자치즈를 섞어서 만들었다고 했습니다. 그리고 치즈퐁듀가 어떤 음식인지를 알지 못했다고 사실을 털어놓은 적이 있었습니다. 많은 사람들 알 만한 레스토랑이었습니다. 많은 체인점을 런칭하고 실제로 움직이도록 만든 사람이었습니다. 그러나 이곳들의 치즈퐁듀가 더 좋다 나쁘다 평하고 싶지는 않습니다. 개인의 입맛에 따라 달리 받아들일 수 있기 때문입니다. 된장찌게에 삶은 콩, 단맛이 나는 깡통옥수수, 설탕을 듬뿍넣어 짜지고 않고 달콤하게 만었다고 그 것은 된장이 아니라고 하긴 어려울 겁니다. 된장찌게를 처음 접하는 외국인 중 여러가지를 섞은 앞의 된장찌게에 별을 더 주지 않을까요. 웬지 짜고 쓴 맛이 나는 재래식 된장은 도전정신이 강한 사람만이 시도할 것으로 권하고 별도 짜게 줄 듯 합니다.
치즈퐁듀의 냄새만으로는 우리의 청국장과 구분을 못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예전에 늘상 웨딩하우스에서 신랑신부가 예쁜 옷으로 갈아입는데 청국장 냄새 때문에 불쾌하다는 항의를 많이 받았습니다. 그런데 청국장이 아니라 치즈퐁듀라고 말하면 달리 불평을 하지 않았다는 거짓말 같은 사실이 있었습니다. 냄새만 해도 그 만큼 닮았습니다.
발효음식인 된장이 중독성이 있듯이 치즈나 치즈퐁듀도 중독성이 있습니다. 처음 접하는 느낌이 비록 낮설고 나와 맞지 않을 수 있지만 어느 순간 비가 오거나 찬 바람이 불면 찌게생각 나듯이 치즈퐁듀가 생각날 때가 있습니다.
치즈 고유의 구린향, 짠맛, 쓴맛이 좋고 그 뒤에 남는 고소한 향과 진한 치즈의 맛이 좋아진다면, 그리고 비록 레드와인만 좋아하더라도 치즈퐁듀를 먹을 때는 기꺼이 화이트 한 잔을 곁들일 수 있다면 치즈퐁듀를 제대로 즐길 수 있을 것입니다.
진정으로 된장찌게를 좋아한다면 치즈퐁듀는 언젠가 기억에서 지울 수 없는 필수음식에 포함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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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고나니 퐁듀가 먹구싶어진다…. 쩝
이번 모임에 비오면 퐁듀를 먹으면 어떨까요.
저도 퐁듀가 먹고 싶네요.
먹고 싶다 ~~~
ㅎㅎ 좋은 생각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