샤블리와 굴은 클래식이라 할 만큼 그 조화에 대해 잘 알려져 있다. 얼마전 국내에 대단한 인기몰이와 함께 소개된 ‘신의 물방울’에서도 그 어울림에 대해 이야기를 한 것으로 알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다름 사람의 이야기가 아닌 자신의 경험은 어떤지 궁금하다. 개인적으로 나는 우리나라에서 굴과 샤블리를 맛있게 먹은 기억이 거의 없다. 무슨 뚱딴지냐고 반문할 사람도 있을 것이다. 사대주의 때문이 아니라 프랑스에서 먹는 샤블리와 굴은 특별하다. 아주 아주 잘 어울린다. 소비뇽 블랑과도 아주 좋다. 좀 더 자세히 설명하겠다.
근본적으로 우리나라 굴은 프랑스 굴과는 맛이 많이 다르다. 프랑스에서 유명한 해산물접시에 굴을 포함한 다양한 것들이 올려져 나오기도 하지만 굴 자체만으로도 많이 판매된다. 식당에서는 주로 6개, 12개의 접시로 판매된다. 지역에 따라서 굴의 향과 맛이 조금씩 다르기 때문에 굴의 이름이 반드시 붙어져서 판매되며 가격도 크게 차이가 난다. 굴 12개 접시라면 식당에 따라 가격이 다르긴 하지만 몇만원을 지불해야 한다. 크기도 작은 편이다. 이들 굴 중에서도 더 비싼 가격에 판매되는 것은 굴의 속살이 외피에 얇게 붙어 살이 거의 없으며 깔끔하고 섬세한 향이 기분좋게 퍼진다. 프랑스의 이러한 굴들은 오크를 많이 사용하지 않은 좀 더 전통적인 샤블리 빌라쥬와 잘 어울린다. – 2000년대에 들어 서면서 거의 대부부의 샤블리들은 오크를 점점 더 강하게 사용하여 과일향이 강조되던 전통이 점점 사라지고 있다.
반면 우리나라의 굴은 크기에 상관없이 알이 굵고 통통하며 입안에 들어갔을 때 구수한, 다시 말하면 유질이 풍부하여 진한 맛이 난다. 프랑스 굴과 비교할 때, 깨끗하고 상큼한 맛과는 거리가 멀다. 상대적으로 기름지고 탁한 맛이 난다. 즉 우리의 다양한 술 혹은 음식에 잘 어울리지만, 섬세하고 과일향이 풍부한 샤블리와 잘 어울리기가 쉽지 않다는 것을 의미한다.
와인, 음식의 어울림은 일대일 대응이 어렵다. 같은 와인이라도 맛의 차이가 심하며 같은 이름을 가진 야채, 생선, 고기라도 맛이 전혀 다른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굴은 맛이 같다는 전제를 한다면 모든 샤도네의 맛은 같다고 여기는 것과 마찬가지다. 거의 집착증 환자처럼 느껴질 수 있지만 같은 샤도네의 품종이라도 같지 않은 향과 맛을 지녔다는 것을 이해하듯이 음식의 재료도 다르다는 것을 인정해야 한다. 와인에만 테르와르가 적용되는 것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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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식에도 테루와르.
같은 품종이라도 어느 지역이냐에 따라 달라지는 것은 어떤 식자재에도 똑같이 적용되는 것이니까요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