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경제난으로 잠시 주춤하고 있지만, 근래들어 와인시장은 급속하게 팽창하였다. 2000년대를 전후로 폭발적으로 늘어난 와인소비와 함께 특정와인들의 수요가 부족해지자 가격상승으로 이어졌다. 와인 한 병에 만달러를 상회하는 것들이 나타나는 도저히 납득하기 어려운 현상까지 발생했다.
이런 소비의 중심에는 항상 레드와인이 있었으며 현재도 진행 중이다. 최근 국내의 화이트와인 소비는 5% 내외며, 채 5%가 되지 않는 해도 있다. 수치로 보자면 화이트 와인은 거의 소비가 없는 셈이다.
역사 속에서의 와인소비는 요즈음과는 많이 다르다. 소비의 중심은 항상 화이트였으며 레드와인을 본격적으로 소비한 것은 크게 오래되지 않는다. 고대 그리스, 로마시대 뿐만 아니라 근세까지도 와인소비의 중심은 화이트였다. 심지어 우리가 교황이 즐겨 마신 것으로 알고 즐기는 샤또뇌프뒤파프조차도 그 와인은 화이트였다.
우리나라에서 최초로 서양의 개념에서 만들어지고 소개된 와인은 마주앙이라는 화이트였으며 그 이후에도 한 동안 와인은 화이트를 중심으로 소비되었다. 그러나 보졸레누보의 붐과 더불어 레드와인 속에 포함된 폴리페놀이 몸에 좋다는 것이 여러 방송과 대중매체에서 소개되면서 최근에는 레드와인 중심으로 즐기고 있다.
개인적으로 화이트와인은 맛과 향, 그리고 음식에 따라 즐기긴 하지만, 우리 몸에도 상당히 좋을 것이라는 막연한 생각도 가지고 있다.
많은 사람들이 야채를 먹는 것이 몸에 좋다고들 말한다. 동양적인 사고에서 보자면 야채의 섭취는 땅의 기운을 섭취하게 되는 것과 같다고 한다. 즉 야채를 섭취함으로써 우리는 야채 속에 포함된 비타민 뿐만 아니라 땅 속의 다양한 무기질을 함께 섭취하는 셈이 된다. 그런데 요즈음 판매되고 있는 일부 야채는 대부분이 뿌리를 땅 속에 박고 영양분을 빨아들이는 것이 아니라 비닐, 플라스틱 등의 보호막 위로 흐르는 물위에 놓여져 자란다. 야채를 섭취한다고 지기(地氣)를 취하는 것이 아닌 셈이다 . 이것은 혀가 섬세한 사람이라면 맛으로도 감지할 수 있다. 비닐하우스, 혹은 인위적인 공간에서 ‘특별하게’ 자란 과일과 야채는 고유의 향이 바뀌거나 부족한 현상이 나타난다.
반면 포도는 땅속 깊이 뿌리를 내리고 영양분을 빨아들인다. 히스토리 채널은 포도나무 뿌리가 땅속 50미터 까지 파고들어갈 수 있는 것으로 분석하였다. 결과적으로 와인은 다양한 무기질들을 포함할 가능성이 더 높다. 야채에서 부족한 지기(地氣)를 와인에서 취할 수 있다는 것으로 해석해도 될 지 모르겠다.
와인을 즐기는 사람들은 와인을 건강을 위해 마시는 경우는 드물다. 건강보다는 맛과 향, 그리고 음식을 위해서 즐기는 경우가 더 일반적이다.
이런 의미에서 화이트의 매력은 특별하다. 화이트와인들도 레드와인들 처럼 나름의 독특한 매력들을 지니고 있다. 처음 와인을 입에 머금으면 혀에 강하게 전달되는 느낌이 들며, 이후 점점 입속 더 넓은 곳으로 번진다. 입안 전체를 감싸고 퍼지는 무수히 많은 설명하기 어려운 입자들. 그 입자감은 시간이 시간이 지남에 따라 달콤한 향과 맛으로 변해 입안 전체에 퍼지고 침샘을 자극한다.
반면, 레드와인은 코, 입, 혀 모두에 강하게 자극을 줄 수 있을지 몰라도 시간이 지나면 지날 수록 입안에서 더욱 은은하게 입안의 모든 감각기관을 자극하는 것들은 쉽지 않다. 이러한 궁극적인 감각자극적인 와인을 구입하려면 레드와인은 비용불문 드물기도 하지만 있다하더라도 상당한 비용을 지불해야 한다. 화이트와인은 찾기가 쉽지는 않지만 1,2만원대에서도 가능하며 3,4만원이면 선택이 다양해진다는 것 때문에도 더욱 화이트와인이 좋다.
식사에서 출발과 마지막을 모두 화이트와인으로 해보라. 여러 명이 식사하며 여러 병의 와인을 마셨음에도 불구하고 와인을 거의 마시지 않았다는 즐거운 착각을 만들어 주기도 한다. 화이트와인을 홍보해야할 아무런 이유도 없지만 화이트와인이 주는 매력을 이해하는 사람이라면 화이트와인의 선(virtue)에 대해 조금이라도 이야기하고 싶은 마음은 마찬가지 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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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이트 와인의 매력 또한 굉장하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