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기의 익기 정도를 표현하는 말들이다.
식문화의 변화로 이 표현은 점점 더 많이 필요하게 되었다. 그러나 이 표현을 잘 못 알고 사용되는 것이 일반적이다. 잘 못 알고 사용된다기 보다는 문화권에 따라 달리 이해되고 있거나 편리한 대로 적용되는 경우가 많다. 대표적으로 레어를 좋아하는 프랑스 조차도 이 기준이 변하고 있다.
20년 전의 미디엄과 지금의 미디엄
벌써 20년이 다 되어가는 것 같다. 프랑스에서 유학생활을 하는 동안 점심은 주로 학생식당에서 먹었다. 당시에 15프랑 정도로 기억한다. 1프랑이 당시에 150원 내외였으니 2천원 남짓되는 셈이었다. 15프랑으로 선택할 수 있는 메뉴는 다양하다. 메뉴 뿐만 아니라 식당도 선택할 수 있다. 한 식당을 이용하다 지겨우면 이동하여 다른 식당을 선택한다. 학교 가까운 곳에 식당이 몇 개 있긴 있지만, 버스로 몇 정거장을 이동하면 음식이 더 나은 곳이 있어 그 식당에 자주 가곤 했다. 음식은 항상 푸짐하고 단체음식이라 하기 어려울 정도로 다양하고 정성스레 제공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학생식당이라도 똑 같은 돈을 지불하고 똑같은 음식을 먹는 것은 아니다. 좀 더 여유있는 학생들은 특별식당을 이용할 수 있다. 일반식당 옆에 나란히 있으며 주메뉴는 스테이크다. 프랑스에서 고기를 처음 먹는 사람은 충격을 받을 정도로 굽혀져 나온다. 강한 불에 위아래를 뒤집으며 불판에 올라갔다 내려오면 끝이다. 겉은 그릴이 잘 되었지만 안은 생고기 그 자체다. 고기는 생고기에 가깝지만 그릴의 고유 향이 잘베어 있으며 육즙이 아주 잘 우러난다. 가난한 유학생활이라 일년에 몇 번 가지 못하지만 지금 기준에서 본다면 참 좋은 스테이크 하우스였다는 생각이 든다. 그 고기의 향과 맛을 알면 피하기가 쉽지 않다.
한국에 돌아온 후에도 매년 유럽을 다니지만 프랑스도 유럽도 변한다는 것을 느낀다. 사람들의 인심도 음식도 변한다. 파리사람들의 여유에 대한 이해를 하고 싶다면 샹젤리제에 있는 개선문을 돌아보면 된다. 예전에는 돌기가 아주 편했다. 양보도 흔히 볼 수 있었다. 그러나 점점 돌기가 힘들어지더니 이제는 거의 ‘전투’ 수준으로 변했다. 그래서 지금은 가능하면 개선문을 통과하는 길은 피해서 다닌다.
파리 사람들의 여유만큼 고기의 문화도 변했다. 예전에는 익지 않은 고기에 적응이 어려워 웰던을 요구하고 재차 더 익히기를 요구했지만 미디엄도 아닌 레어를 먹을 수 밖에 없었다. 지금은 레어가 아니라 ‘블루’를 요구해도 웰던이 나오는 경우가 허다하다. 물론 좀 더 고급스런 레스토랑에 가면 이런 경우는 줄어든다. 그러나 좀 더 대중적이거나 관광객을 상대하는 식당들은 이를 점차 지키지 않는 것 같다. 그리고 프랑스보다 다른 유럽 국가들에서는 더욱 이런 기준이 지켜지는 곳이 드물다.
고기의 품질이 굽기를 결정한다.
이처럼 식당들이 점점 더 고기를 더 굽게 만드는 이유는 간단하다고 생각하다. 개인적으로 추정하는 가장 쉬운 이유는 고기가 신선하지 않거나 냉동을 사용하기 때문일 것이다. 최고의 고기를 정성스레 골라 구입했다면 절대 고기를 다 익히고 싶은 주방장은 없을 것이다. 상태가 믿을 수 없다면 점점 더 구워야한다는 압박이 있을 수 밖에 없다.
이런 고기를 사용한다면 고기를 많이 굽기도 해야 하지만 부족한 고기의 맛을 보완할 수 있는 좀 더 강렬한 소스가 필요해진다. 생고기에 MSG가 뿌려져 굽히는 이유가 되기도 한다. 고기의 품질과 맛을 쉽게 판단할 수 있는 방법은 아무 것도 첨가하지 않은 상태에서 맛을 보는 것이다. 소금조차 치지 않아야 한다.
웰던. 미디엄. 레어, 그리고 블루
어떤 기준에서 이를 나눈다고 생각하는가? 색으로 판단하는가, 아니면 육질로 판단하는가?
대부분의 사람들은 색으로 판단한다. 고기의 갈색 정도로 판단한다. 그러나 정확한 판단법은 아니다. 고기의 익기 정도는 색이 아니라 고기의 조직변화로 판단해야 한다. 생고기일 때는 고기의 조직이 갈라지지 않은 상태다. 그러나 열이 가해지면 고기의 조직이 변한다. 고기의 조직이 변해도 색은 붉은 상태 그대로다. 이후 더 강한 열이 가해지면 색이 갈색에서 점점 더 짙은 갈색으로 변한다.
만약 고기의 위아래는 갈색이지만 갈색 바로 아래부터 전체적으로 조직이 변하지 않은 상태라면 레어다. 그리고 고기의 속 부분 중 일부가 생고기 상태라면 미디엄이다. 고기의 붉은색 그대로 있지만 속까지 조직이 변했다면 웰던이다. 그 이후의 익기는 취향에 따라 선택할 것이다. 블루는 고기의 속이 조직이 변하지 않은 정도가 아니라 열이 전혀 전달되지 않아 혀에 찬느낌이 그대로 전달되는 것을 블루라한다.
고기에 따라 달리 익혀 먹어야 제맛
개인적으로 고기는 블루나 레어를 좋아하지만 반드시 그런 것은 아니다. 고기에 따라 달리 적용한다. 고기의 신선도, 고기의 육질, 육즙의 정도 등에 따라 달리 구워먹는 것이 좋다. 그리고 한 자리에서 레어와 웰던의 맛을 다 즐기는 것도 좋아한다. 좋은 소금이 있다면 이보다 더 맛을 살려주는 것은 없다. 비록 쇠고기라 할 지라도 고기의 원산지와 상태, 소스 등에 따라 와인의 종류도 선택이 달라지면 더욱 고기의 맛을 살려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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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미디움 웰던요~ 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