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점심에 아는 몇 분과 함께 저희 레스토랑에서 보리밥을 먹었습니다.
최근 영주에 여러번 보리밥을 먹으러 갔었지만, 먼 곳에 매일 갈 수도 없고 싱싱한 봄나물을 먹고는 싶고, 방법이 없어 집사람에게 여러번 부탁?을 했습니다. 오늘은 저도 모르는 사이 깜짝 보리밥 미팅을 만들었습니다. 가까운 몇 분과 함께 보리밥 점심을 나누었습니다.
요즈음 저희들이 집에서 먹는 보리는 참 맛있는 보리같습니다. 그냥 먹어도 알알이 톡톡 십히는 느낌과 은근한 맛이 일품입니다.
많은 보리밥 식당이 있지만, 저는 보리밥에서 보리밥의 역할이 ‘엑스트라’라는 것을 최근에 깨달았습니다.
보리밥을 좋아하지도 않는 제가 최근에 보리밥을 자꾸만 찾게 되는 이유는 나물 때문입니다. 나물만 먹는 것 보다는 보리를 함께하면 더 낫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마치 치즈를 먹으며 빵을 함께 먹는 것처럼 보리밥이 나물의 짠맛을 중화시켜줄 수 있으며 ‘무’ 맛에 가까운 보리가 나물의 향을 더 돋워 준다는 것을 느꼈습니다.
쌀은 찰진 성격 때문에 나물과 섞이는 것이 어려워 쌀밥과 여러 나물을 함께하기는 어렵습니다. 최근 쌀밥으로 나물을 먹으면서 알게 되었습니다.
비록 보리가 엑스트라일 지라도 좋은 보리면 좋겠죠. 보리는 어느 시골 중심가의 쌀집이 보내 준 것인데, 이 집은 주변 좋은 곡물들만 취급하며 서울의 비싼 오리쌀 보다 더 맛있는 쌀을 아주 싼 가격에 보내주는 집이기도 합니다.
콩나물, 무우채, 미나리, 실파무침, 김무친 파. 나물은 이것이 모두입니다. 가장 중요한 것은 ‘양’입니다. 나물은 실컷 먹기 위한 것이기 때문에 나물이 적으면 안됩니다.
양념은 최소한으로 상요했습니다. 간장, 소금, 참기름 외에는 어느 것도 사용을 하지 않았습니다. 마늘은 야채의 향과 맛을 죽이기 때문에 저는 이들을 사용을 하지 못하게 요구합니다. 또한 깨도 원하면 바로 갈아서 넣도록 준비했습니다.
마치 제가 준비한 것 같습니다. 집사람에게 죄송하네요. 저희 집에서 먹는 방식이기 때문에 잘 알고 있습니다. 나물은 나물의 고유의 맛과 향이 살아있어야 되기 때문에 저희 집에서는 늘상 나물에는 마늘, 파, 깨소금, 참기름 등의 사용을 거의 하지 않습니다. 아주 맛없는 음식이나 재료에 가끔 넣기도 하죠.
그리고 중요한 국.
국은 싱싱한 쑥을 콩가루에 무친 후, 끊여 준비했다고 합니다. 양념은 미량의 소금이 전부라고 했습니다. 쑥의 향이 아주 강하게 나며, 콩가루가 부드럽고 구수한 맛을 더해 주어 좋았습니다.
디저트는 오신 분들이 가져 온 것들로 먹었습니다. 경주 보리빵과 한 분이 직접 구운 초콜릿 파이였습니다.
차는 한 분이 저희들에게 주려고 가지고 오신 것으로 마셨습니다. 찻물은 고로쇠 수액으로 했습니다. 고로쇠 수액은 지리산에서 지게를 지고 직접 뽑은 것을 다른 한 분이 받은 것을 저희들에게 주려고 가져오신 것이었습니다. 원래 몸에 좋다는 것은 전혀 입에 대지 않는 지라 어릴 때 마셔본 후 처음인 것 같습니다. 차의 향은 잘 나면서 단든 달지 않은 듯 독특한 경험이었습니다.
기껏 삼천원에서 오천원 정도면 사먹을 수 있는 보리밥을 제공하고, 너무 큰 것들을 받은 것 같습니다.
따뜻하고 풍성한 점심이었습니다.
…
식사 후, 가까운 곳을 걸으면서 찍은 사진 몇 장 올립니다.
오늘 날씨 너무 좋습니다. 걷지 않으면 안될 것 같은 날씨입니다.
보리는 조연 ㅎㅎ 그러네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