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계’라 하면 많은 분들이 강원도 옥계를 떠올릴 것이라 생각합니다. 제가 다녀 온 곳은 강원도가 아닌 영덕과 포항에 걸쳐있는 계곡이었습니다. 생각 외로 우리나라에는 지명이 겹치는 곳이 많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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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일요일 아침 5시에 서울에서 출발하였습니다.
원래 목적했던 곳은 옥계계곡이 아니었습니다. 가려고 했던 곳은 오지의 하나인 청송에서도 사람이 거의 다니지 않는 골짜기입니다. 더할 나위 없이 깨끗한 곳에서 올해 일년 동안 먹을 수 있는 쑥도 캐고, 사진도 찍기 위한 목적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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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시경 청송에 도착하여 아침을 먹기위해 한 식당에 갔습니다.
청송에 가면 한 번씩 들러는 곳입니다.
제가 좋아하는 봄철 나물인 ‘어느리’를 위해서는 조금 이른철이었지만 혹시나 하는 기대를 하였습니다.
어느리라는 나물은 청송 외에는 나지 않는다고 합니다. 청송에서도 깊은 산골에서 나며 아는 사람들만 뜯을 수 있다고 합니다. 최근에는 일부 주민들이 하우스 재배에 성공했다는 이야기도 듣긴 했지만, 귀하고 향이 아주 좋은 나물입니다.
도착하니 식당은 열려 있었지만 사람이 아무도 없었습니다. 핸드폰으로 연락을 하는 동안 주인아저씨가 도착했습니다. 비닐 속에는 나물들이 잔뜩 있었습니다. 잔파, 돌미나리, 쓴냉이 등이었습니다.
주인아저씨와 집사람이 함께 나물을 다듬는 동안 아주머니가 도착하셨습니다.
아침은 방금 캐온 나물들이 중심반찬이었으며, 아페리티브는 강가에서 주운 다슬기였습니다. 다슬기를 빼먹는 도구로 이쑤씨게를 생각했지만, 도구는 천연가시였습니다. 얼마만에 이런 경험을 하는지 아주 기분이 좋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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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사 후, 목적지를 향했습니다.
그러나 그 곳 역시 우연히 갔던 곳이었으며, 몇년이 지나 안타깝게도 찾을 수가 없었습니다. 결국 가는 도중에 나타난 옥계계곡에 가기로 결정하였습니다.
옥계계곡은 청송과 포항사이에 위치하고 있습니다. 아마도 3년 전 쯤 처음 갔었던 것 같은데 그 때는 비가 많이 내렸었고, 이번에는 빛이 강했기 때문에 그 계곡에 대한 느낌이 많이 달랐습니다.
저는 여행 중, 길을 잃는 것을 좋아합니다.
기대하지 않은 즐거움이 있기 때문이죠. 이번에서도 함께 가신 분이 그곳 경치를 아주 좋아하셨기 때문에 예상치 못한 즐거움을 함께 나눌 수 있었습니다.
같이 간 분도, 저도 오랫만에 무수히 카메라 셔트를 누른 것 같습니다.
겨울동안의 짙은 색 속에서 피어나는 봄철의 밝은 연두색은 어떤 꽃 보다 아름다운 색으로 너무나 소중하고 좋아하는 장면입니다. 이번 주가 그 색을 즐기기에 가장 적합한 듯 하였습니다.
옥계계곡은 청송에서 영덕.포항 방면으로 가다가 갑자기 솟은 바위들과 함께 나타나는 특이한 곳입니다. 길은 대부분 비포장도로입니다. 길이 좁아 나무가지에 차가 많이 긇히게 되기 때문에 좋은 차로는 가면 아주 속상할 것입니다. 그리고 일반승용차 보다는 RV차량이 유리합니다.
어느 정도 계곡을 즐긴 후, 점심은 간단하게 준비한 것들로 계곡에서 해결했습니다.
마른 바게트(+이즈니 버터, 집에서 만든 잼), 집사람 레스토랑에서 파는 가장 저렴한 화이트와인인 마르산, 그리고 보리밥(이즈니 생크림, 이즈니 버터, 돼지고기로 만든)이 전부였습니다.
와인 한 병으로 세명이 나누니 아쉬움만 남았습니다. 보리밥에는 잼도 섞어 먹었습니다. 물에 발을 담그고 먹는 와인과 단촐한 점심은 평온함과 행복감을 동시에 느끼게 해 주었습니다.
저는 전날 한 숨도 자지 않아 점심 후에는 물가에서 삼십분 남짓 오침을 즐겼습니다. 추한 제 모습이 카메라의 피사체가 되는 끔찍함도 있었습니다.
내려오는 길 역시 셔터소리는 요란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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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록 하루이고 4시간 가까이 이동해야 하는 먼 길이었지만 봄철의 새로운 생명을 만끽하였으며 ‘또 다시’라는 아쉬움을 가지고 돌아왔습니다.
아름답네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