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전 아는 분들과 함께 앤치즈에서 저녁을 하였습니다. 와인을 수집하는 한 분이 대단한 와인들을 가져 올 예정이어서 기대를 많이 한 저녁이었습니다.
저를 포함하여 다섯 명이 식사를 하였습니다. 좋은 와인이라는 예상은 했지만 제가 기대한 것을 많이 넘어서는 와인이었습니다. 시작은 크리스탈 샴페인으로 하였습니다. 크리스탈 샴페인은 명성만 들었을 뿐 처음이었습니다. 그날 마신 크리스탈은 크리스탈 처럼 깨끗하면서 기분좋은 기포를 오랫동안 발산하였지만 그 가격을 정당화할 만큼의 품질이라고 생각하기는 어려웠습니다. 제가 좋아하는 비꺄르-살몽이라는 샴페인이 더 소중하다는 것을 느끼게 만들어 주었습니다. 비꺄르-살몽도 가격이 만만하진 않지만 그 가격에 그렇게 깨끗하고 우아한 맛을 주는 샴페인은 쉽지 않다는 생각을 더 강하게 만들어 주었습니다. 돈페리뇽처럼 복합적이고 풍부한 맛을 내는 샴페인은 제 취향과는 거리가 멉니다.
두 번째 마신 와인은 몽라셰 그랑크뤼 2004년이었습니다. 별로 드릴 말씀이 없습니다. 죄송합니다.
세 번째 와인은 꽁뜨 죠르쥬 드 보게(Comte Georges de Vogüé)의 뮈지니 그랑크뤼였습니다. 좋은 뮈지니는 해에 따라 로마네 콩티 가격을 능가하기도 하는 와인이기도 합니다. 부르고뉴 와인을 좋아하기도 하지만 잘 익은 부르고뉴 와인은 어떠한 와인도 비교를 할 수 없을 정도로 좋은 맛을 냅니다. 와인의 캡슐을 따니 세월이 보였습니다. 물로 부르고뉴 화이트를 1950년 산도 마셔보았지만 부르고뉴 와인은 특히 오래된 와인은 항상 긴장하게 만듭니다. 속을 알기 어렵기 때문이죠. 조심스레 이물질을 닦아내고 더 조심스레 코르크를 빼내야 했습니다. 오래되거나 약해진 코르크는 저희 집사람에게 맡깁니다. 손으로 만지기만 해도 으스러질 듯 해도 잘 다루기 때문에 안심하고 맡길 수 있습니다.
따는 순간 향이 코를 아주 부드럽게 그리고 너무나도 신속하게 코를 자극하였습니다. 디캔터에 옮기지는 와인의 색은 투명함 그 자체였습니다.
좋은 와인은 인간이 마실 수 있는 최상의 쥬스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지만 그 날의 뮈지니는 고기와 함께 할 수 있는 최상의 맛있는 쥬스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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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단하게 그날 함께 한 와인과 음식의 매칭을 소개합니다.
1. 크리스탈 샴페인: 파르미자노-레쟈노 카나페, 연어를 잘게 자른 생치즈
2. 몽라셰 그랑크뤼 2004: 이즈니 생크림, 토마토 소스를 곁들인 도다리와 생면 파스타
3. 뮈지니 그랑크뤼 1982년 매그넘: 안동한우
기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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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모님은 와인은 잘 다루시나보네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