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즈음 케밥이라는 음식의 이름을 한번은 들어 보았거나 혹은 먹어본 사람들이 많은 것 같다. 케밥은 터키어로 시스케밥(Shish Kebab)을 줄여서 부르는 말이다. 꼬챙이라는 의미의 시스와 양이라는 의미의 케밥이 합쳐진 말이다. 즉 양꼬치를 일컫는다. 얼마전 TV에서 케밥이 소개되는 것을 보았는데 그 케밥을 구이라는 의미로 소개했다. 통역의 잘못인지는 몰라도 분명히 케밥은 양이라는 의미의 터키어다. 이슬람교를 믿는 터키인들은 돼지고기를 먹지 않는다. 대신 이슬람인들이 가장즐기는 고기는 양고기다. 현재 이 양고기의 케밥은 발칸반도와 중동에서 즐겨먹는 음식이다. 터키 이외의 나라 중, 특히 그리스인들이 케밥을 즐겨먹어 심지어 그리스케밥이라고 간판을 걸어놓고 파는 음식점을 유럽에서는 많이 볼 수 있다. 그만큼 그리스인들이 케밥을 즐겨먹는다는 이야기다.
이 케밥은 여러가지 형태로 먹지만 특히 도넬케밥이 유명하다. 도넬케밥은 가장 많이 볼 수 있는 형태로 긴 쇠꼬챙이에 분쇄하여반죽한 양고기를 크게 쌓은 후 열로 구워 먹는 방식이다. 가장자리 부터 구워지기 때문에 익은 가장자리부터 긴 칼로 슥슥 잘라서 접시에 담아준다. 자른 고기는 주로 야채와 함께 먹지만 여기에 빠지지 않는 소스 중의 하나가 요구르트다. 아무런 맛이 가미되지 않은 순수한 요구르트는 시쿰하지만 고기, 야채와 함께 먹으면 깔끔하게 해주는 역할을 한다. 그리고 가끔은 아주 매운맛의 핫소스와 함께 먹기도 한다. 이 핫소스는 고추를 전혀 볼 수 없고 색도 붉지 않다. 냄새와 색깔이 마치 우리의된장과 흡사하다. 그런데 맵기가 청량고추를 연상할 정도다. 아직 이 소스의 이름은 잘 모르지만 가끔씩 이런 것들을 접할 때마다 늘상 느끼는 것이 나는 아직 우물안 개구리구나 하는 것이다. 우리는 우리나라 사람들이 매운 고추를 먹어서 우리나라 사람들이 소위 ‘깡’이 있다고 하지만 많은 곳을 돌아다니고 많은 사람들을 접하다 보면 늘상 무지한 나 자신을 발견하곤 한다.
매운 이야기를 하니 갑자기 15년 전 쯤 자주 만나든 한 인도인 한 분이 생각난다. 하루는 그 분과 함께 중국음식을 먹은 적이 있었다. 그 분은 볶음밥을 주문했고 먹기전 고추가루 한 숫가락을 듬북 떠서 볶음밥 위에 얹었다. 나는 기겁을 하고 그 고추가루는 맵다고 경고를 했다. 그는 괜찮다고 하며 고추가루와 밥을 섞었다. 이어서 나는 더 놀랄 수 밖에 없었다. 그 분은 그 고추가루를 밥의 아주 일부에만 섞어 먹고서, 다시 고추가루를 한 숫가락 떠서 다시 복음밥의 일부와 섞어 먹었다. 나는 그 믿기 힘든 광경을 보고 내 밥 먹는 것은 잊어버릴 정도로 놀랐다. 그제서야 카레가 인도의 것이며 원래 인도의 카레는 아주아주 맵다는 것을 떠올렸다. 우리가 먹는 카레는 일본인들이 개량한 맵지않은 일본식 카레다. 이처럼 나는 음식을 통해서도 많은 것들을 배웠다. 음식에는 그나라 그 국민들의 환경, 역사, 문화 등 다양한 단면들이 녹아있다. 다른 한 나라의 음식을 즐긴다는 것은 그 나라를 이해하려고 노력하고 좋아한다는 것의 표현이기도 하다.
개인적으로 케밥에 대해서는 아주 강한 기억이 있다. 매일 다니는 학교 옆에는 전세계적으로 아주 유명한 음식골목이 있었다. 카르티에라텡이라는 곳으로 불르바르 셍미셸 아래 쪽에 위치해 있다. 이 골목에는 프랑스 전통음식을 비롯하여, 중국, 일본, 베트남, 아랍 등 전세계의 음식이 모여있다. 가격은 대부분 만원에서 이만원 정도면 충분히 한끼 식사를 할 수 있다. 돈이 없다면 5천원 주변으로도 식사가 가능하다. 바게트 반의 크기에 브리치즈가 듬뿍 든 샌드위치를 선택한다면 이천원 아래에서 해결도 가능하다. 이처럼 이 골목은 적은 돈으로 여러가지의 선택이 가능하게 해주며, 주변에 쿠카이, 베네통 등 싸구려 옷가게들이 즐비하여 프랑스적인 냄새, 파리적인 냄새가 물신 풍기게 해준다. 나이를 불문하고 젊음 그 자체를 느낄 수 있는 곳이다. 이 골목에서 많은 사람들이 즐기고 좋아하는 음식 중의 하나가 케밥이다. 가격이 5천원 내외면 아주 든든한 한끼 식사를 할 수가 있다. 그런데 학교에 다닐 때는 그 5천원 정도인 케밥이 늘상 먹고 싶었지만 경제적인 여유가 없어 일년에 한두번 정도 밖에 먹을 수가 없었다. 항상 나에게는 아쉬움의 대상이었다. 요즈음은 프랑스에 가면 꼭 빠지지 않고 몇번씩 먹고온다. 그 때문인지 특히 겨울이 되면 양고기가 많이 먹고 싶어진다. 양고기는 프랑스에서 처럼 싱싱한 양고기를 구할 수는 없어 여러가지 허브와 통후추를 넣어서 오븐에 구워 먹지만 항상 이국적인 맛을 느끼게 해주는 음식이다.
파리 센강 좌안 5,6구에 계셨나요? ㅎ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