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즈퐁듀!
‘치즈를 녹혀 빵을 찍어 먹는다!’
TV 속의 한 광고에서 치즈를 녹혀 빵을 찍어 먹는 모습이 보여지면서 많은 사람들이 치즈퐁듀에 대해 관심을 가지게 된 것 같습니다. 새삼 대중매체의 위력을 실감하게 만들어준 광고였습니다. 치즈 퐁듀는 치즈를 구하는 것조차 어렵던 얼마 전만 하더라도 쉽게 접하기 어려웠던 음식이었습니다. 그러나 최근 치즈수입이 늘어나면서 식당에서 사먹는 것이 가능할 뿐만 아니라, 집에서도 직접 해먹을 수 있게 되었습니다.
한국의 치즈퐁듀
치즈퐁듀는 간단하지만 영양도 풍부하고 온가족이나 친구들이 옹기종기 모여 앉아 재미있게 먹을 수 있는 음식 중의 하나입니다. 원래 스위스의 산악지역에서 남아있는 딱딱한 빵을 화로에 치즈를 녹혀 찍어먹던 시골의 전통음식이기도 합니다. 아주 값이 싸면서도 함께 어울려 먹을 수 있는 음식이라 급속히 다른 지역으로 전파되었습니다. 이렇게 싸고 간편한 음식이 우리나라에서는 – 항상 그렇듯이 – 왜곡되어 받아들여진 느낌이 많습니다.
얼마 전(추가: 2000년) 치즈퐁듀 생각이 나서 한남동의 한 퐁듀전문점에 간 적이 있습니다. 여기에서는 치즈퐁듀를 전채로 취급해서 팔고 있었습니다. 세금을 포함해서 2인분에 4만원이 넘었습니다. 양은 한 명도 먹기 아쉬울 정도로 적었습니다. 더욱 당황하게 만든 것은 치즈에 유사 체다 혹은 에담류의 치즈를 사용한 듯 했습니다. 짙은 주황색의 퐁듀는 식어도 늘어나는 성질이 거의 없었습니다. 저희가 운이 없었던 것인지, 아니면 한국사람들은 치즈퐁듀를 모른다고 생각했든지 – 주방장이 잘 몰랐을 수도 있었다는 있을 수 없는 상상도 하면서 – 끔찍한 치즈퐁듀?를 먹었습니다. 이후는 항상 집에서 치즈퐁듀를 만들어 먹습니다.
스위스, 프랑스의 치즈퐁듀
치즈퐁듀를 여러 명이 같이 어울려 먹을 때 재미있는 규칙 한가지가 있습니다. 긴 포크로 치즈퐁듀를 찍어 먹는 도중 빵을 냄비에 빠뜨리게 되면 옆에 있는 다른 성의 남자나 여자에게 뽀뽀를 해야합니다. 치즈퐁듀를 먹는 또 다른 맛의 하나이기도 합니다.
치즈퐁듀의 시작이 그렇듯 주재료는 스위스의 치즈가 사용됩니다. 가장 기본적인 것은 에멘탈치즈와 그뤼에르치즈를 반씩 사용하는 것입니다. 맛있는 치즈퐁듀를 위해서는 숙성이 덜 되어도 안되며 지나치게 숙성되어도 안됩니다. 치즈를 녹히기 위해서는 백포도주를 사용합니다. 가능하면 단맛이 거의 없는 스위스산이나 프랑스의 사보아산 포도주가 좋습니다. 치즈퐁듀로 유명한 것은 스위스와 프랑스의 사보아식 퐁듀가 유명합니다. 차이점은 사보아식에는 전분을 사용하지 않는 것입니다. 스위스의 관광지가 아닌 시골에서 치즈퐁듀를 먹어보면 맛이 꼬리한 것이 마치 우리의 재래식 된장같은 냄새와 쓴 맛이 납니다. 치즈퐁듀를 아는 사람이라면 톡 쏘는 듯한 느낌과 구린 냄새를 좋아하기 때문일 것입니다. 이 냄새를 맡고 치즈퐁듀를 먹고싶다는 욕구가 생긴다면 치즈퐁듀 맛을 제대로 안다고 할 것입니다.
그리고 빵은 마른 것을 사용합니다. 가능하면 통밀로 구운 시골풍의 빵이 좋습니다. 구하기 힘든다면 간단히 바게트를 사용하면 됩니다. 가늘고 긴 포크에 찍기 편하도록 적당한 크기로 자른 후 딱딱하게 말려서 사용합니다. 치즈퐁듀 세트는 국내에서는 너무 비쌉니다. 자주 해먹는다면 필요하겠지만 그렇지 않다면 바닥이 두터운 냄비와 가스렌지 정도면 족합니다.
그리고 곁들이는 것으로는 백포도주도 좋으며, 따뜻한 류의 음료와도 잘 어울립니다. 다양한 야채도 함께 곁들인다면 영양적으로 더욱 풍부해집니다. 치즈퐁듀는 추운 겨울, 가족이 옹기종기 모여앉아 이야기를 나누며 즐거운 시간을 가지도록 해주는 음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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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에서 자주 해먹는데. 아우 또 땡기네요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