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자, 그리고 스파게티
내가 처음 피자를 접한 것은 70년대다. 당시 미군부대 역사선생님을 맡고 계시던 분에게 영어를 배운다며 철없이 미군부대를 다니던 때였다. 한 달에 한 두 번씩은 부대내 미국인 학생들과 함께 식사를 하거나 학교 안에서 같이 어울렸으며, 개인적으로도 부대 내에서 음식을 사먹을 수 있었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서양음식을 접할 기회가 많았다. 그 때 처음 접한 피자는 어린 나이였지만 상당히 충격적인 것 같았다. 주문한 피자가 너무 딱딱하여 씹기조차 어려웠기 때문이었다. 그렇지만 곧 그 빵의 구수함을 알게 되었고 그 피자를 가끔씩 즐기게 되었다.
그 후 세월이 흘러 어느 정도 흘러 피자를 아무 곳에서나 쉽게 사먹을 수 있는 세상이 되었다. 여러 번 시도를 해 보았지만 모든 피자들은 오직 소위 말하는 토핑에만 관심이 있을 뿐 피자의 빵에는 큰 관심들이 없었다. 오랜 시간 동안 버터를 바르고 반죽하고 하는 과정을 번복하면서 피자 빵의 제 맛이 나게 된다는 것을 나중에 알고는 더더욱 그런 제대로 된 피자에 대한 아쉬움은 커지게 되었다. 미국피자와는 많이 다른 피자로 기억하고 있어, 그 주방장이 이태리 출신이며, 정통 피자에 대한 애착이 컸었을 거라는 추측을 나중에 하게 되었다.
스파게티도 비슷하다. 맛있게 빚은 파스타로 좋은 버터나 올리브유에 비비기만 해도 그 파스타의 맛은 일품이다. 그렇지만 우선 우리가 먹는 대부분의 파스타는 소위 인스턴트라 제대로 된 파스타의 맛을 느끼기 어렵다. 또한 버터도 낮은 품질의 풍미가 거의 없는 경우도 많으며, 올리브도 엑스트라 버진이라도 자연의 엑스트라 버진이 아닌 경우도 많다. 특히 화학냄새가 진동하는 볼로냐식의 소스를 얹은 스파게티는 적어도 나에게는 먹기싫은 음식 중의 하나다.
행복한 경험
몇년 전 이탈리아 여행을 하던 중 뜻하지 않은 즐거운 경험을 하였다. 밀라노 시내를 빠져나가던 중 이상한 장면을 목격했다. 조금은 외진 곳이었지만 주유소에 차들이 밀려있었고, 주유소 주변에 넓은 공간이 있었지만 차들도 가득했고 심지어 도로옆까지 차들이 점령해 있었다. 유럽에서는 좀처럼 보기 드문 광경인데다 기름도 넣어야 했기 때문에 차를 세워 줄지어 기다렸다. 그런데 차의 진행이 거의 이루어지지 않아 앞을 확인해 보니 주유소에는 문이 닫혀있었다. 그래서 나는 차에서 내렸고 옆에 사람들에게 왜 이렇게 줄을 서있는지 물어보았다. 사람들의 대답은 주유소 옆에 있는 식당에 들어가기 위한 것이라 했다.
너무나 놀라웠다. 한국이라면 충분히 이해가 되지만 유럽에서는 이런 장면이 처음이었다. 식당은 피자와 스타게티 전문점이었다. 먹는 것에 목숨거는 나로서는 이러한 기회를 놓칠 수 없었다. 나도 줄을 서서 기다리기로 마음먹고 예약을 한후 한시간 이상을 기다려서야 들어갈 수 있었다. 그것도 혼자였기 때문에 중간에 다른 사람들보다 일찍 들어간 것이었다. 가격은 무척 싼 편이었다. 대부분 요리 한가지에 5천원에서 만원 사이 정도였다. 모든 파스타는 직접만든다고 했다. 흥분과 기대로 작은 피자, 파스타, 해물전채 등을 주문했다.
여행의 즐거움 , 맛있는 음식을 대하는 즐거움, 최고의 음식을 먹는 즐거움을 느낄 수 있었던 시간이었다. 씹을 수록 고수하고 구수한 피자. 생면 파스타의 흉내낼 수 없는 맛, 담백한 해물의 어울림, 먹을 수록 깊은 우러나는 자연스러운 맛과 깊은 맛. 이 모든 것들은 내가 파자와 파스타에서 원하던 것들이었다. 우리가 먹는 대부분의 피자와 스파게티는 거의 변형된 미국식의 피자와 스파게티로 보아야 할 것이다. 이탈리아의 요리사들은 미국의 피자와 스파게티는 피자와 스파게티가 아니다라고 할 정도로 너무나 다른 맛에 대해 불만을 가지고 있다. 피자는 빵이 얇아야 한다. 간혹 TV에서 피자만들기 경연대회를 본 적이 있다면 쉽게 이해가 될 듯하다. 피자판을 얇게 펴기 위해 공중에 돌리면서 던지기도 하고 여러 묘기를 부리는 장면이 나온다. 이렇게 돌리고 하는 것은 단순한 묘기이상의 의미를 지니는 데 바로 피자판을 얇게하고 더 맛있게 하기 위해서다. 미국의 피자판은 너무 두텁다는 것이 이탈리아 요리사들의 불만이다. 피자판 위에 얹는 것들이 너무 많고 적절하지 않다는 것 또한 불만이다.
맛있는 피자를 만들기 위해서는 두가지의 중요한 요소가 있다. 첫째는 잘 반죽이 된 피자판이다. 그리고 다른 한가지는 굽기다. 맛있는 피자를 만들기 위한다면 반드시 장작을 피운 돌화덕을 사용하여야 한다. 우리나라 같으면 귀찮고 번거로울 뿐만아니라 그렇게 하지 않아도 손님이 충분히 있다는 이유로 장작화덕을 사용하지 않겠지만 아직도 이탈리아의 많은 식당들에서 미묘한 맛의 차이 때문에 돌화덕을 사용하고 있다. 이 모든 것들은 얼마든지 우리주변에서 쉽게 느낄 수 있는 것 같은데 어디에서도 어려우니 그 이유가 무언지 참 답답하다. 우리나라에도 이탈리아에서 생활을 하고 온 사람들이 많아져 충분히 쉽게 접할 것 같은 맛인데 보편적인 입맛과 타협을 하는 것인지 제대로 된 맛은 멀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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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덕에 구어야지요.. 암요`~ ㅎ